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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Mar 20. 2017

너무 먹고 싶어서 참을 수 없을 땐?!

Guilty Pleasure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다이어트를 위한 것이든, 지병을 고치기 위해서든, 아니면 단순히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든 '식단 조절'을 하게 되는 때는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기가 길어질수록(특히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오늘은 꼭 이걸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생기죠. 머리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자꾸만 내 손과 발이 그쪽으로 향하게 될 때, 그러면서도 여태까지 노력해온 것이 와르르 무너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저는 평소에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체질식(체질에 따라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을 이야기합니다)을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1년 365일 엄격하게만 살 수 있나요. 한동안 느슨해져서 이것저것 먹다 보면, 뱃가죽이 점점 두꺼워지고 얼굴에 여드름이 하나둘씩 출현합니다. 아쉽지만, 때가 온 것이죠. 타이트한 식단 조절을 할 때가. 


  그렇지만 꼭 식단 관리에 들어가면 이런 행사, 저런 약속이 생기게 되고, 특히 '오늘 하루도 불태웠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이 힘들었던 날에는 나 자신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으로 Guilty Pleasure를 안겨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 몸을 위한 것도 좋지만 사회생활을 아예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 번씩은 눈 딱 감고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절대로 이상한 것은 아니죠. 그럴 때마다 조금이라도 덜 해롭게 먹으려고(?) 스스로 쓰는 방법이기도 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환자분들 혹은 치료를 위해서 식단 관리를 하시는 환자분들께 제가 직접 알려드리는 팁들이 있답니다. 지금부터 그 방법들을 알려드릴게요. 


Guilty Pleasure [길티 플레져]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기는 것

내 마음대로 정한, 식단 관리(다이어트)할 때 가장 참기 힘든 음식 TOP 10,
참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 

1. 아이스크림

 

 날이 따뜻해질수록 운동하고 나면 한 입 베어 먹고 싶어 지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설탕이나 당류, 그리고 그 외 첨가물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아이스크림이 다이어트나 몸에 무척 해로운 것은 잘 알고 계실 거예요. 심지어 31가지 아이스크림을 파는 유명한 B 아이스크림 회사 사장 아들은 절대 아버지 회사의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다고 밝혔었죠. 그래도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으시다면, 일단은 우유나 글루텐을 포함한 가공 아이스크림보다는 직접 만든 수제 셔벗을 찾아보세요. 설탕 대신에 단 맛을 내는 천연 감미 식물인 스테비아를 넣어서 만들거나 아예 설탕을 넣지 않고 과일로 셔벗을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아요. 더욱 엄격하게 하자면, 얼린 과일을 활용해 보세요.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동시에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예컨대 바나나 꼬치를 냉동실에 30분~ 1시간 정도 넣어뒀다가 먹으면 달고 부드러운 '바나나 하드 아이스크림'이 돼요.  

 

바나나 아이스크림, 만들기 쉬워요


2. 초콜릿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생각나는 초콜릿. 카카오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이 들어 있지만, 밀크 초콜릿이나 화이트 초콜릿처럼 가공된 초콜릿에는 그런 폴리페놀 성분보다 합성착향료와 착색료, 그리고 다량의 설탕이 들어 있어서 실제로 인체에는 항산화 효과와 전혀 반대의 영향을 끼치게 되죠. 초콜릿을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카카오가 70% 이상인 초콜릿을 드셔 보세요. 그래도 너무 많이 먹게 된다고 생각이 들 때에는 카카오 닙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카카오 닙스는 카카오 빈을 발효, 건조한 것을 로스팅하여 잘게 부순 것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카카오 닙스에는 폴리페놀도 많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무엇보다도 초콜릿 향은 나지만 달지 않고 약간 쌉싸름한 맛이 있어서, 초콜릿과 같이 먹었을 때 오히려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요.


초콜릿과 함께 카카오 닙스를 활용해 보세요

  

3. 햄버거


  간편하게 한 끼 식사 대용으로 먹기 좋은 햄버거. 그렇지만 보기만 해도 살이 찔 것 같고 내 몸이 더럽혀질 것 같은 비주얼을 무시하지는 못하죠. 그래도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을 땐! 첫째, 최대한 건강한 재료(예를 들어, 100% 가공되지 않은 육류만으로 만든)로 패티를 만드는 햄버거집을 찾습니다(직접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간단히', '편리하게'의 의미가 소멸되어 버리니 패스하겠습니다). 둘째, 한 겹, 가능하면 두 겹을 모두 벗기고 먹습니다. 무엇을? 위아래의 빵을! 대신에 가능하면 양상추나 토마토 등 신선한 야채를 잔뜩 싸서 먹으면 더 좋겠죠. 미국의 유명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인 앤 아웃 버거(IN-N-OUT BURGER)의 프로틴 스타일(Protein Style)처럼요.


인앤아웃 버거의 프로틴 스타일 버거


4. 빵


  다이어트를 하는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생각보다 빵에 중독되어 있으신 분이 많습니다. "밥은 안 먹을 수 있어도 빵은 끊을 수 없어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물론 몸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설탕, 첨가물, 마가린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찾으시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렇지만 빵을 즐겨 드시는 분들의 경우, 혹은 밥 대신 간단하게 요기할 목적으로 빵을 먹는 경우에 대개는 철저히 탄수화물만(빵만) 섭취하게 되어 혈당이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고 내리게 되는 것이 더욱 문제가 됩니다. 빵을 드실 때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듯이 야채나 연어, 버섯 등을 곁들여 드시거나 샐러드를 곁들여 드시면 혈당이 급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5. 파스타


  친구들과 모임을 하면 자주 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샐러드 말고 나도 파스타, 피자, 리조또가 먹고 싶은데 메뉴판을 들고 망설이신다면, 파스타를 택하세요. 은근히 파스타가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 알고 계신가요? 파스타의 당지수(GI)는 밥보다도 낮고, 면 종류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답니다. 물론 아무리 당지수가 낮다고 하더라도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파스타의 건강 지수는 달라지겠죠. 야채와 해산물, 버섯 등이 풍부하게 들어가는 파스타를 골라보세요. 의외로 비빔밥이나 김밥, 주먹밥을 먹는 것보다 나을 수 있어요. 글루텐이 걱정된다면 글루텐 프리 면으로 만들어 드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퀴노아 면(글루텐 프리)으로 만든 명란 야채 파스타


6. 피자


  파스타와 함께 생각나는 피자. 치즈가 듬뿍 들어간 피자의 유혹을 뿌리치긴 정말로 힘듭니다. 일단은 도우가 얇을수록 좋겠죠. 그리고 파스타를 고르는 방법과 동일하게 야채나 건강한 단백질 식재료들이 많이 올라간 피자를 골라보세요. 특히 가공 치즈보다는 자연 치즈가 올라간 피자가 더 좋고,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보다는 가공되지 않은 고기가 올라간 피자가 훨씬 낫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야채가 듬뿍 올라간 피자가 좋아요


7. 치킨


  '금요일 밤' 하면, '치맥'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어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 이상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야식을 즐기며, 78%는 가장 선호하는 메뉴로 치킨을 꼽았다고 합니다. 치킨은 날이 갈수록 더욱더 국민 야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치킨을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고 먹기 위해서는 일단 양념을 빼셔야 합니다. 그리고 튀김옷이 얇을수록 좋겠죠. 튀김옷이 아예 없는 구운 치킨이 더 좋을 것이고, 조금 더 타이트하게 하자면 닭고기를 직접 올리브유에 구워서 먹는 것으로 대신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당연히 치킨무를 신선한 야채샐러드나 쌈야채로 대체하면 더더욱 좋죠. 올리브유에 구운 닭고기를 야채 쌈에 싸서 된장이나 젓갈, 소금을 곁들여 드셔 보세요. 비록 치킨의 그 튀긴 기름 냄새까지 느낄 수는 없어도 충분히 맛있게 야식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8. 달달한 커피


  제가 아무리 강경한(?) 환자분이더라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식품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스턴트커피(믹스커피)인데요. 인스턴트커피는, 특히 일회용 종이컵에 타 마시는 믹스커피는 너무나 달고 맛있지만 당뇨병, 심혈관질환의 주범이기에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답니다. 그래도 아메리카노가 너무 지겹고, 달달하거나 풍미가 가득한 커피를 드시고 싶으시다면, 방탄 커피(Bulletproof Coffee)를 권해드립니다. 방탄 커피는 버터 커피라고도 불리는데요, 티베트의 유목민들이 커피에 염소 버터와 기름을 넣어먹기 시작한 게 시초라고 합니다. 이를 보고 미국의 실리콘 밸리 억만장자 데이브 애스프리가 2009년에 만들었다고 하네요. 고지방 저 탄수화물 식단이 유행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커피에 유기농 혹은 목초를 먹고 자란 동물의 젖으로 만든 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넣고 만들면 된답니다. 물론, 건강한 방탄 커피를 만들 기 위해서는 꼭 유지방 함량 99% 이상의 무염버터를 사셔야 합니다. 방탄 커피가 비록 달달하지는 않지만, 버터 덕분에 풍미가 아주 가득한 맛을 느낄 수 있고, 코코넛 오일 덕분에 달달한 향을 느끼실 수 있답니다. 여기에 제가 종종 사용하는 방법을 하나 더 알려드리자면, 방탄 커피에 신선한 날계란을 하나 톡 까서 넣어서 휘휘 저어 드시면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된답니다. 비율에 따라서 맛이 많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여러 번 시도해 보세요.


방탄+계란 커피 제조법


9. 술


  술은 정말 어렵습니다. 한번 입에 대기 시작하면 스스로를 제어하기 힘들어질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왔을 때 한잔의 유혹을 뿌리치기도 힘들죠. 그럴 땐, 항산화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이 들어있는 와인 한 잔을 선택합니다. 화이트 와인보다는 레드와인으로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에 와인을 마실 수 없는 회식 같은 상황이라면, 술을 드시면서 물을 최대한 많이 드시는 게 좋습니다. 알코올을 인체에서 분해할 때 많은 양의 수분을 필요로 하는데, 물을 많이 마셔 주시면 알코올 분해로 인해 인체의 다른 대사에서 물 부족 현상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안주로는 최대한 면이나 밥 같은 탄수화물을 피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레드와인이 더 좋아요

10. 과자

  바삭바삭한 식감이 그리우시다면, 봉지 과자나 길쭉한 원통에 담긴 감자칩을 찾으시기보다 견과류를 가까이하세요. 견과류에 들어있는 지방은 몸에 좋은 지방이랍니다. 그리고 말린 야채나 과일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단, 단 맛이 강한 말린 과일류는 많이 드시면 안 됩니다. 요즘에는 식품 건조기나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해서 개인의 취향에 맞춰서 집에서도 얼마든지 건강한 간식들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좋은 아이템들이 있으시다면 적극 활용해보세요.

김 식감의 묘한 스낵, 카카오 케일칩


  이 외에도 외식이나 모임으로 내가 원하는 식단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 생긴다면, 몇 가지만 기억하세요.


  첫째, 최대한 조리 방법이 간단하고 식재료들도 예상 가능한 메뉴를 선택하세요. 조리 과정이 복잡하고 양념이 많을수록 인공 조미료나 설탕, 올리고당 등이 들어갈 확률이 높답니다.


  둘째, 탄수화물은 더욱 적게 섭취하도록 노력하세요. 보통 사 먹는 음식들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보다 칼로리가 높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에 더하여 밥이나 면, 부침개처럼 탄수화물도 많이 섭취한다면 평소에 식단 관리를 해왔던 것이 몇 단계나 뒷걸음질 칠 수도 있어요. 요리들 중 탄수화물만 조금 적게 먹는다고 생각하면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을 수 있답니다.


  셋째, 고깃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물론 고깃집에 가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술도 더해질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렇지만 사실 구워 먹는 고기만큼 건강한 음식도 없습니다. 양념되어 있는 고기는 조금 다른 문제지만, 양념되지 않은 삼겹살이나 목살, 갈매기살 등을 구워 먹는 고깃집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고기 그리고 소금, 야채들만 가지고 식사가 가능하거든요. 대신에 고단백, 고지방 식사를 하는 만큼, 된장찌개와 밥 혹은 냉면은 조금 양보하세요.  


  사실 지금 이렇게 알려드리는 방법들이 모든 음식에 대한 것도 아니고, 여기에 있는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연구해 보다 보면, 나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면서 먹는 즐거움이나 행복감 또한 크게 놓치지 않을 수 있답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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