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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Mar 05. 2017

하루에 야채, 얼마나 드시나요?

미국 보건복지부 발표 식단 지침을 통해 본, 어떻게 먹어야 할까?-1

  음료수 하나를 달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께서 끊임없이 나오는 야채 목록을 뽑아 주는 광고,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마지막에는 '아주머니'인 줄 알았던 분이 '아주머니'가 아닌 놀라운 반전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야채를 챙겨 먹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이 음료수 하나면 막대한 양의 야채를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광고인 것은 분명합니다. 


모 음료수 광고 중

 

 'Food Desert(푸드 데저트, 식품 사막)'라고 들어보셨나요? 거리상의 문제, 비용 문제, 유통이나 조달의 문제 등으로 신선한 식재료들을 구하기 힘든 곳을 식품 사막, 그러니까 Food Desert라고 합니다. 특히 영양가는 많으나 오랫동안 보관하기 힘든 야채나 과일들이 식품 사막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표적인 식재료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서 정부 차원에서 식품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색이 진할수록 식품 사막


색이 진할수록 당뇨병 환자가 많은 곳


  위의 두 지도 중 첫 번째 지도는 차가 없고, 1마일(약 1.6km) 안에 슈퍼마켓도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 수에 따라 색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색이 진할수록 식재료를 구하러 가기 힘든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두 번째 지도는 당뇨 진단을 받은 성인들의 수에 따라 지역별로 색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두 지도는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즉,  식품 사막에 사는 사람일수록 당뇨를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꼭 식품 사막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장을 보러 갈 시간적 여유가 부족할수록,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일수록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접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윤태호 작가님의 '미생' 속 주인공들처럼요.  


  많은 한국인들이 건강식이라고 하면 한식을 떠올리고, 한국사람들은 야채나 과일을 많이 섭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인식과는 달리 2011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4기 자료를 토대로 한 연구에 의하면 이미 한국인 10명 중 9명은 채소와 과일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위해서 하루에 400g 이상의 야채나 과일을 먹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인은 이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섭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채소 섭취의 40%는 김치를 통한 것이어서, 배추나 마늘, 양파 같은 하얀색 채소를 위주로 편중되게 섭취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한식은 곧 건강식이야"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야채를 굳이 챙겨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먹는 한식들은 오히려 곡물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한식이란 이런 것이겠지만, 매일 이렇게 먹지는 않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 해독 주스(클렌즈 주스)나 샐러드를 파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예쁘고 잘 생긴 연예인들이 건강을 위해 야채를 챙겨 먹는 장면들이 대중 매체를 통해 많이 보인 덕에 일반 사람들의 '야채를 챙겨 먹는 행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소라씨의 '마법 주스', 출처: MBC 나혼자산다 189회
이하늬씨의 '슈렉 주스', 출처: 온스타일 겟잇뷰티

 

  미국의 경우에는 성인의 절반 정도가 한 개 이상의 예방 가능한 만성 질병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보건복지부는 고혈압, 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골 다공증 등 대다수의 만성 질병이 나쁜 식습관과 신체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3 이상의 성인, 그리고 1/3에 가까운 소아 청소년이 과체중 혹은 비만인만큼 의료비 지출액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식단 지침을 발표하고 국민들이 따르도록 유도하여 질병의 예방과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발표하는 구체적인 식단 지침이나 영양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의 생활양식이나 식습관 등이 미국과 점점 더 비슷해져 가는 만큼 질병의 경향성도 닮아가는 부분이 있으므로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2015년 12월에 발표한 '2015-2020 식단 지침'을 기준으로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특히 이번 편에서는 '야채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먹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출처: https://health.gov/dietaryguidelines/2015/guidelines/


1. 야채 섭취의 중요성


  야채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아실 겁니다. 식단 지침의 핵심 권고사항, 그것도 1번에 야채 섭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출처: https://health.gov/dietaryguidelines/2015/guidelines/


검푸른 색, 붉고 노란색, 콩과(콩, 완두콩), 전분성 등의
모든 종류의 야채를 다양하게 섭취하라 


  야채에는 식이 섬유, 칼륨,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K, 마그네슘, 비타민 E, 엽산, 티아민, 니아신 등 아주 많은 영양소들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각 채소 군마다 서로 다른 영양소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한 군에 치우치지 않게 여러 가지 야채를 섭취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푸른 야채에는 비타민K가 많고, 붉고 노란 야채에는 비타민 A가, 콩과 식물에는 식이 섬유가, 전분이 많은 채소에는 칼륨이 많은 것처럼요. 


2. 어떻게 먹어야 하나?


  섭취할 때 야채의 형태는 신선한 것이든, 얼린 것이든, 캔에 든 것이든, 말린 것이든, 요리한 것이든, 주스로 만들었든 상관없이 모든 상태가 다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앞서서 영양소는 일차적으로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을 권합니다. 영양제나 보충 식품 같은 강화식품들 보다도요.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에는 단순히 한두 가지의 영양소가 아니라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 섬유를 포함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몸에 좋은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3.  얼마나 먹어야 하나?

출처: https://health.gov/dietaryguidelines/2015/guidelines/


  위의 그림처럼 반 컵 분량의 껍질 콩이나 1컵 분량의 시금치가 야채 1/2컵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1일 2000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루에 두 컵 반 정도의 양을 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유럽연합(EU)에서 '하루에 한 사람당 5 포션(식사 때 1인분의 양으로 덜어 먹는 양) 이상의 과일이나 야채를 먹자'는 캠페인(5 Portions A Day)을 하였습니다. 참고하시면 어느 정도의 양을 먹어야 할지 대충 감이 오실 겁니다.


4. 주의사항


  다양하게 섭취하되 영양소가 풍부한 상태여야 하고, 소금이나 버터, 크림소스는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얼려져 있거나 캔에 들어있는 야채의 경우 나트륨이 적은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세요


 

 샐러드를 먹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유럽인들도 2014년에 유럽연합의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분의 1 이상의 15세 이상의 유럽인들이 매일 야채나 과일을 먹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지침대로 5 포션 이상 매일 섭취하는 유럽인들은 14%에 불과했다고 하고,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하루에 5 포션 이상 과일이나 야채를 먹는 비율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에는 경제적인 수준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얼마나 그 중요성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깨달았는지, 그리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을 했는지와 관련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별생각 없이 무심코 먹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게 야채 섭취라고도 할 수 있죠. 


  반면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별다른 것도 아닌 야채 섭취로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도 있습니다. 채소 안에 들어있는 파이토케미컬의 항산화 작용과 해독작용으로 훨씬 젊어질 수도 있죠. '마법 주스', '자연 보톡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니까요. 아침에 삼각김밥 대신 야채주스, 어떠신가요?


아침마다 야채 주스,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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