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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Feb 12. 2017

음식 중독, 약물 중독과 같다면

'단짠단짠'의 위험성

  먀약 김밥, 마약 핫도그, 마약 떡볶이, 마약 쿠키 등등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표현할 때, '마약'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합니다. 붕어빵 안에 '붕어'가 없듯이, 마약 김밥 안에도 실제로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는 묘한 맛에 계속 계속 손이 가게 되죠. 그렇지만 실제로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되는 것처럼 음식에도 중독될 수 있다면?


계속 손이 가는 마약 쿠키


중독[中毒]

술이나 마약 따위를 계속적으로 지나치게 복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
출처: 다음 국어사전


  '중독'은 어떤 물질 혹은 어떤 행동에 의존성이 생겨서 스스로를 조절하기 힘든 상황에 쓰이는 단어입니다. 내성이 생기거나 금단 증상이 생기는 충동 조절 장애도 중독에 해당되죠. 중독의 종류에는 알코올 중독과 약물 중독, 도박 중독, 인터넷 중독 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섹스 중독, 쇼핑 중독, 그리고 오늘 이야기해 드릴 음식 중독이 있답니다.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이 중독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독을 '습관'이나 '기호'와 혼동해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은 술을 자주 마시는 '습관'이라고 생각하거나, 도박 중독은 도박을 극도로 '좋아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독은 절대 습관이나 기호가 아닙니다. 물론 그 시작은 습관적으로 하다가, 좋아해서 계속 마시다가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독'은 일종의 '질병'상태입니다. 내가 그만 아프고 싶다고 해서 저절로 낫는 게 아닌 것처럼, 어떤 것에 중독이 되어 버리면 정말 내 몸에 문제가 생겨서 내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그곳은 바로, 입니다. 뇌 중에서도 특히 보상회로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상 중추라는 곳에 어떤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뇌는 도파민이 더 분비되기를 원하고, 그리하여 자극을 더 원하게 되는데, 자극이 계속되어 도파민 수치가 올라갈수록 그 보상회로라는 것은 점점 더 강화되어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되길 원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그 자극을 더 갈망하게 되는 것이죠. 이해를 조금 더 돕기 위해 1950년대에 이루어진 한 실험을 잠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 실험에서 쥐의 머릿속에 전극을 심어두어, 레버를 누르면 보상 중추가 활성화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쥐는 물 마시는 것, 먹이를 먹는 것도 마다하고 계속 레버만 누르게 되었고 결국에는 기진맥진해져서 죽었다고 합니다.  


더, 더, 더 원하다 보면...


  또한 우리가 쾌감을 느낄 때 분비되는 것은 엔도르핀과 같은 오피오이드인데, 한 두 번의 자극으로 즐거움과 기분 좋음을 맛보면 도파민 분비량을 늘려서 그 자극을 더 원하게 되고, 오피오이드의 분비로 쾌감이 커질수록 또 자극을 원하게 만드는 도파민 분비량이 많아져서 결국 중독의 굴레로 빠져들고 마는 것입니다. 오피오이드는 단순히 기분만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우울감을 없애줍니다. 그 때문에 특히 스트레스가 극심해져서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그 보상회로가 더 강해지는 것입니다. 심적으로 우울하고 힘들 때일수록 중독이 되기 쉬한 처지가 되는 것이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불닭 볶음면이 생각나고, 실연의 아픔을 겪을 때마다 컵케이크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마음이 아플 때면, 네가 생각나


  또한 보상회로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하는 전전두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전전두엽이 건강할수록, 그리고 도파민 분비 기능이 정상적일수록 이러한 보상회로가 쉽게 강해지지 않습니다. 적당히 기분 좋고 생기 넘치는 것에서 그치도록 스스로를 더 잘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보상 중추를 자극하는 것은 그게 약물이 됐든, 도박이 됐든, 혹은 음식이 됐든 간에 모두 같은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이든 일단 '중독'이 되면, 스스로 헤어 나오기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내가 손을 뻗어야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음식'이더라도요. 물론 모든 음식이 중독을 쉽게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샐러드 중독, 당근 중독, 시금치 중독은 들어본 적이 없으실 겁니다. 쾌감을 느끼기 쉬운 음식은 자극이 강한 음식, 특히 당분이 많은 음식입니다. 탄수화물 중독은 들어보셨겠죠? 달달한 맛의 빵이나 떡, 케이크 같은 탄수화물은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쾌감 또한 빠른 속도로 줘서, 강력한 자극이자 충동을 주는 음식입니다. 


중독되기 쉬운, 식후 아이스크림


  그렇지만 꼭 탄수화물이 아니더라도 특정 음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음식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특정 음식을 먹을 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먹게 된다든지, 이것만 먹을 때면 배가 불러도 계속 입에 넣게 된다든지, 그 음식을 끊거나 줄이면 불안하거나 짜증이 많아지는 등 금단 증상이 생긴 다든지요. (더 자세한 사항은 '예일 음식 중독 문진표 Yale Food Addiction Scale'을 참고하세요.)


  특히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에게 체질적으로 해로운 음식일수록 중독되기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폐와 대장이 발달한 금양 금음 체질은 고기 종류나 카페인에 중독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췌장과 위장이 발달한 토양 체질은 매운 음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은데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는 것으로 푸는 경향이 다른 체질보다 굉장히 강합니다. 심리적인 갈등과 고뇌가 심할수록 처음에는 그냥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내성이 생기면서 청양고추, 캡사이신을 음식에 잔뜩 넣어서 먹는 것이죠. 속이 쓰리고, 설사를 하더라도 그 쾌감을 느끼게 하는 오피오이드는 생리적인 현상과는 별개로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내 몸이 어떻게 되든 간에 일단 그 뇌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자극만 추구하게 됩니다. 또한 몸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질수록 그 음식은 더 당기게 되는데, 중독이 될수록 건강이 나빠지고, 그럴수록 더 그 음식이 먹고 싶어 지고(뇌에서 그렇게 시키고), 그렇게 헤어 나올 수 없는 굴레로 빠져들게 됩니다. 자기가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레버를 눌렀던 쥐와 같은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내가 도는 건지, 세상이 도는 건지


 배고픈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미 말씀드렸듯이, 중독이 된 상태에서는 '이제 안 먹어야지.'라는 정도의 결심만으로는 절대로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우선은 내가 그 음식에 '중독이 되었다'라고 인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음식이 유난히 먹고 싶어 질 때에는, 그것이 '배고픔'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배가 고픈 것이라면, 실제로 식사를 한 지 시간이 꽤 흘러서 배가 비워져 있을 것이고, 꼭 그 음식이 아니더라도 다른 음식으로도 배가 채워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꼭 그 음식이 먹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내 몸이 좋지 않다는 신호이고, 그게 아니라면 지금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죠. 그러므로 지금 당장 아이스크림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바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혹은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대신에 저 두 가지 문제 중 어디에 해당되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내 몸이 좋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면, 왜 그럴까 고민해 봐야겠죠. 병이 있다면 그 부분을 치료받는 것이 1순위가 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최근 내가 충분히 휴식은 취하였는지, 잠은 충분히 잤는지 체크해 봅니다. 특히 음식 중독은 수면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을 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거나 자꾸 깨거나 낮밤이 바뀌어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양이 밤에도 떨어지지 않아서 야식을 찾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렙틴 호르몬과 그렐린 호르몬의 부조화로 식욕이 늘게 되고, 특히 설탕 커피와 과자 등 단 음식, 즉 탄수화물이 먹고 싶어 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6~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범인일 수도 있습니다. 음식 중독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졸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원시시대에는 맹수가 날 잡으러 올 때 있는 힘껏 달려서 도망치면 코르티졸과 아드레날린이 사그라들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몸의 반응이 종결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보통 가만히 앉아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고 그 스트레스가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되지 않아서 만성 스트레스로 이어져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중 하나가 중독, 특히 음식 중독이고요.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충격을 줄이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운동입니다. 원시인들이 맹수를 피해서 달렸던 것처럼, 몸을 움직여서 운동을 하면 늘어났던 스트레스 호르몬이 저절로 줄어들고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는 올라갑니다. 짧은 시간이더라도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평소의 신경전달물질 수치가 조절될 뿐만 아니라, 보상 회로도 건강해져서 자극에 대해 쉽게 강화되지 않습니다.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는 것이죠. 내가 중독되어 있는 그 음식이 먹고 싶어 질 때마다, 그 음식을 잡는 대신에 운동을 하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중독의 굴레에 있는 그 음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로토닌 수치를 올려줘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것이죠. 


넓은 벌판을 달려보아요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스트레스는 내가 '스트레스'라고 인식을 할 때에 비로소 내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내 기분을 언짢게 만들만한 어떠한 상황이 생겼을 때, '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 이러이러한 상황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하면 내 몸에서 '스트레스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죠. 아주 작은 차이인 것 같지만, 몸에서는 큰 차이랍니다. 뿐만 아니라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불필요하게 불안해하거나 미리 걱정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직접 만들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리석은 일이랍니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까 봐 두려워하기보다는 현재 내 눈 앞에 놓인 상황에 충실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음식 중독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도 스트레스 관리가 힘들다면, 명상을 하거나 상담이나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생각입니다.      


  평소에 가까이하는 음식도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문제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당연히 중독을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음식으로부터 멀어져야겠죠. 특히 '단짠단짠' 음식들은 대부분 고탄수화물, 고트랜스 지방 음식이 많습니다. '단짠단짠'이라는 말의 의미부터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먹게 만드는 '달고 짭짤한 맛'인 것처럼, 요즘 유행하는 '단짠단짠'음식들은 중독되기 아주 쉬운 음식들입니다. 설탕이나 과당이 들어가서 달달한 음식, 염도가 높은 짭짤한 음식, 그리고 청양고추나 캡사이신이 들어간 매콤한 음식 등 자극이 강한 음식을 계속해서 가까이하면서 음식 중독에서 헤어 나오려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위험한 단짠단짠 음식


  반대로 건강한 음식들, 신선하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만들어진 음식들을 가까이하는 것은 음식에 중독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중독에서 탈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오히려 중독되어 있는 그 음식을 피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려는 생각을 많이 할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도 내가 먹는 음식의 종류를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어서 좋습니다.


건강한 음식들을 많이 드세요


  아무리 비싼 건강 보조 식품과 영양제,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고 있더라도, 심지어 치료약을 복용 중이더라도 나의 몸에 해를 끼치는 음식을 계속해서 먹고 있다면 백약이 무효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것을 더 먹어야 좋을지를 찾기에 앞서서 내가 혹시 중독되어 있는 음식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그 중독에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해 보세요. 그것이야말로 돈 한 푼 들이지 않으면서도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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