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복지부 발표 식단 지침을 통해 본, 어떻게 먹어야 할까?-2
"선생님, TV에서 보니까 여주가 당뇨에 좋다던데요."
"몇 달 전부터 양파즙이 혈관에 좋다고 해서 먹고 있어요."
"강황가루가 치매에 좋다던데, 맞나요?"
TV나 인터넷을 보다 보면 몸에 좋다고 하는 음식이 왜 그렇게 많은지요. 나한테 필요할 것 같은 식품들을 하나 둘 사 모으다 보면 하루에 먹을 양이 오히려 밥보다 더 많아지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 잘 나지 않는 것은 해외직구를 해서라도 구해 먹기도 하죠(허준 선생님이 동의보감을 만든 게 무색하게도요). 음식과 관련된 건강 관련 정보들은 워낙 많고,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식품에 대해서 여쭤보시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환자분들의 식습관을 체크하다 보면, 영양 섭취를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에 좋은 것"들을 좇는 분들일수록 기본적인 식생활 수칙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아 보일 때도 있습니다. '특별한 것'들에만 집중하다 보니, '기본적인 것'들이 도리어 소외된 거죠. 오늘은 그 기본, "어떻게 먹어야 하나?"의 대 원칙에 대해서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5-2020 식단 지침에 바탕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어렸을 때 식탁 앞에서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골고루 먹어야 한다"가 아닐까요?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도 항상 "골고루 먹어야 해요"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요. 미국 정부 발표 식단 지침의 핵심 권고사항 또한 "골고루 드세요"입니다. 여러분은 골고루 드시고 계신가요?
"골고루 먹고 있어요"라고 답하신 많은 독자분들은 아마도 '골고루 먹다'의 의미를 '편식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하자면, '딱히 편식하는 음식이 없으니 식탁 위(혹은 내 접시 안)에 있으면 가리지 않고 먹어요'라고요.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골고루 먹는 것'은 단순히 편식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골고루'에는 다음 6가지를 포함해야 합니다.
1. 먼저, 다양한 야채(야채와 관련된 것은 지난 글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srsynn/14).
2. 그리고 과일, 특히 통과일(과일에 관련된 주의사항,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srsynn/3).
3. 세 번째로는 곡물, 단 반 정도는 통곡물이어야 합니다.
4. 그리고 우유, 요거트, 치즈, 강화 콩 음료를 포함한 무지방 혹은 저지방 유제품.
5. 해물, 정육, 가금류, 계란, 콩과 식물, 견과류, 씨앗류, 콩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단백질 식품.
6. 마지막으로 오일류.
적절한 칼로리 내에서 이렇게 크게 여섯 가지 식품류를 포함한 식사 라야 골고루 먹는 건강한 식사라고 할 수 있답니다.
단지 조건이 붙습니다.
1. 설탕이 포함된 음식은 10% 미만으로 드세요.
2. 트랜스 지방도 10% 미만으로 드세요(포화지방이라고 적혀있지만 트랜스지방으로 바꿔서 풀이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s://brunch.co.kr/@srsynn/10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3. 나트륨은 하루에 2,300 밀리그램 이하로 섭취하세요.
4. 술을 드신다면, 여성의 경우 대략 하루 한잔, 남성의 경우 하루 두 잔까지만 드세요. 미성년자는 당연히 제외(애들은 가라)!
골고루는 먹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먹고 있는 것이 충분할까?" 아니면 "너무 많이 먹나?"라는 의문이 들 수가 있습니다. "약도 아니고 음식인데 많이 먹어봤자 별 문제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거든요.
껍질 콩 반 컵 혹은 시금치 한 컵이 1/2컵 분량이라고 했을 때, 하루에 총 두 컵 반을 섭취해야 합니다.
반컵 정도의 딸기는 1/2컵 분량에 해당, 100% 오렌지 주스 3/4컵은 3/4컵 분량에 해당, 1/4컵 분량의 건포도는 1/2컵 분량에 해당한다고 했을 때, 하루 2컵 분량이 권장량입니다.
식빵 한 장이 1 온스 분량, 현미밥 1/2컵이 1 온스 분량이라고 했을 때, 하루에 6온스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통곡물이 그중 3온스 이상, 정제된 곡물이 3온스 이하가 되도록 합니다. 쉽게 설명해서 하루에 섭취하는 곡물류의 반 이상은 정제되지 않은 것으로 섭취하라는 것이죠.
6온스의 무지방 요거트가 3/4컵 분량이라고 보고, 1+1/2 온스의 체다 치즈를 1컵 분량으로 봤을 때, 하루 3 컵 분량을 섭취합니다.
큰 계란 한 개를 1온스, 땅콩버터 2 티스푼을 2온스, 호두 한 줌을 2온스, 강낭콩 1/2컵을 2온스, 돼지고기 4온스 정도를 4온스라고 봤을 때, 하루에 5+1/2 온스 분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중 해산물로 한 주에 8온스 분량, 고기나 계란, 가금류로 한 주에 26온스 분량, 견과류나 씨앗류, 콩류로 한 주에 5온스 분량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위 그래프는 만 1세 이상의 미국 인구의 식품군별 섭취 정도입니다. 각 식품군별로 노란색 막대는 권장량보다 적게 섭취하고 있거나 제한량보다 많이 섭취하고 있는 비율, 즉 적절하게 섭취하고 있지 않은 비율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파란색 막대는 권장량 이상을 섭취하고 있거나 혹은 제한량보다 적게 섭취하고 있는, 즉 적절하게 섭취하고 있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가로축의 숫자 '0'을 기준으로 좌측은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상관없이 기준보다 적게 섭취하는 비율이고, 우측은 많이 섭취하고 있는 비율입니다. 야채와 과일, 유제품, 오일류는 기준에 못 미치게 섭취하고 있는 비율이 훨씬 많습니다. 곡물류는 오히려 권장량 이상으로 섭취하고 있는 비율이 더 많습니다. 단백 식품도 마찬가지고요. 한편 설탕이 첨가된 식품이나 포화 지방(트랜스 지방), 나트륨은 제한량보다 많이 섭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네요. 물론 이 통계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인도 똑같을 것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위의 도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2014년에 세계 각국의 식단이 1961년부터 2011년까지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조사한 것을 발표한 것 중 한국인의 식단 변화입니다. 좌측은 1961년, 우측은 2011년의 식단으로 입니다. 한눈에 봐도 굉장히 많은 변화를 하였는데, 특히 고기와 유제품, 달걀류와 설탕과 지방 섭취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유제품과 달걀 섭취는 오히려 줄었고 설탕과 지방 섭취는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단 변화보다 설탕과 지방 섭취의 증가율은 적어 보이고, 곡물 섭취가 거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한국인의 식단에 비해서 곡물 섭취가 22%로 적고 다른 식품들의 비율은 골고루 분산되어 보입니다.
세계 식단의 평균은 한국인의 식단처럼 곡물 섭취로 얻는 칼로리가 가장 많고(45%), 그다음이 설탕과 지방(20%)입니다. 그 외는 골고루 분포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2011년도의 한국인과 미국인의 식단과 그리고 전 세계인의 식단을 비교해 봤더니, 세상에나. 한국인이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의 양이 세계인의 평균보다 많고, 미국인의 고기 섭취 비율(13%)과 야채, 과일을 포함한 농산물의 비율(8%)은 한국인의 고기 섭취 비율(12%), 농산물 비율(9%)과 비슷해 보입니다. 미국인들은 육식 위주로 먹고, 한국인은 섬유질이 많은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엎어버리는 결과입니다. 설탕과 지방의 섭취 비율(26%)은 미국(37%)보다는 적지만 세계 평균(20%)에 비해선 많습니다. 설탕 섭취만 봤을 때에는 한국인은 하루 칼로리의 10%를, 미국인은 16%을 설탕으로 섭취하고, 세계 평균은 8%였습니다.
물론 미국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미국인의 식품 섭취 비율과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조사한 자료를 동등하게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대략적으로만 유추해 보자면, 한국인 중에서는 곡물과 설탕이 포함된 음식을 기준량 이상으로 섭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반면에 야채와 과일을 포함한 농산물과 유제품 섭취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젊은 분들처럼 음식 취향이나 생활 방식이 서구식에 가깝다면, 미국인의 식단과 비슷할 수도 있고, 도시가 아닌 농어촌에 거주하는 나이가 든 노인분들일수록 2011년도 식단이 아니라 1961년의 식단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식단에 개인차는 존재하겠지만, 내가 의식하지 않고 먹으면 저러한 분포로 먹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다 정도로 참고하시면 됩니다. 더 정확하게 알고 싶으시다면, 내가 어제 하루 동안 먹은 음식들이 어떤 것인지, 그 양은 어느 정도였는지를 회상해 보세요. 내가 평소에 '얼마나 적절하게 먹고 있는지'를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 식단 지침에 나오는 아침, 점심, 저녁의 식단 예시입니다. 설탕과 나트륨, 트랜스지방의 섭취 제한을 지키면서도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단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식단들은 절대로 비현실적이거나 지키기 힘든 것이 아닙니다.
아침을 땅콩버터 베이글로 시작해서 점심으로 참치 샌드위치, 저녁때에는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동안 섭취한 칼로리가 2,000을 넘기지 않았고 세 가지 제한 사항들을 지켰습니다. 당연히 식품군별 섭취 권장량도 만족시켰고요. 물론 이것을 한식으로 바꿔서 생각을 하려면 머리를 좀 더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구성과 성분에 약간만 신경을 쓰고 기본 원칙을 지키려 노력한다면, 특별한 보조 식품 없이 삼시 세 끼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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