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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Jun 26. 2017

내가 주스 예찬론자가 된 이유

내 사전에 굶는 다이어트란 없다

(어느 날 카카오톡 메시지)


언니: 주스 맛있는 레시피 좀 알려줘 ㅋㅋ 맛없는 것 말고 ㅋㅋ

나: 응? 

언니: 블렌더 샀지롱 -

나: 올~ 그럼 플레인 요구르트랑 블루베리랑...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지인들이 저에게 주스 레시피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집에 갔는데 제 레시피로 만들어진 주스를 대접받기도 하고요. 그렇게 제 주위에 주스 열풍이 생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제가 얼마 전부터 주스 예찬론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에게 건선이 생기다'라는 글에서 말 그대로 제 몸에 건선이 생겼던 이야기를 들려드린 적이 있습니다(https://brunch.co.kr/@srsynn/5 나에게 건선이 생기다).  사실 그때 얻은 것은 건선만이 아녔습니다. 생전에 나의 몸에 생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튜브같이 생긴 뱃살도 함께 얻었죠.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세 가지를 들자면 이렇습니다. 


3 Reasons Why


1. 불규칙한 식습관

2. 불균형한 영양 섭취

3. 적게 먹음(?)


  1번, 2번은 그렇다 치고 3번을 보시고 '응?'이라며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적게 먹어서 뱃살이 생겼다니. 제가 쓰고도 참 자연스럽지 않은 말이긴 하지만, 사실입니다. 저는 원래 매우 정직한 배꼽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 끼는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하고, 그 외의 시간에 간식이나 야식도 특별한 제한 없이 가리지 않고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부터 아침을 거르게 되고, 심지어 저녁도 거르거나 대충 챙겨 먹는 일이 많아졌답니다. 결론적으로 하루 동안 섭취하는 전체 음식의 양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적게 먹었으니 살이 좀 빠지지 않았을까?'라는 기대를 내심 하면서 인바디 검사를 한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체중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늘었고, 특히 체지방 비율은 이전에는 본 적 없던 숫자에 도달했던 것입니다. 기분 탓인 줄 알았던 '튀어나온 배'가 진정한 '뱃살'임이 증명되던 순간이었습니다. 


말도 안돼!


도대체 왜?


  만일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하루에 세끼를 챙겨 먹던 습관은 유지하고 오로지 먹는 양만 줄었다면 어땠을까요? 체중이 줄어들었을 수도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체중으로 유지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몸은 일정한 양의 지방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물이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게 되었으니, 무엇이라도 들어오면 일단 몸속에 저장을 더 해두는 쪽으로 대사의 방향이 바뀌었나 봅니다. 또한 먹는 양은 줄어들었지만, 전체 활동 양이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대사량은 줄어들지 않았으니 자체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늘리려고 했을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서 생활하던 정규직 노동자가 갑자기 일용직 노동자가 된 상황이랄까요? 혹은 불경기로 인하여 매달 들어오던 수입이 갑자기 한두 달씩 걸러서 들어오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사람들은 저축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쓰는 것을 줄이려고 하죠. 제 몸은 그때 불경기였던 겁니다. 그리고 그때 그 불경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생각해낸 대처 방법이 '주스'였습니다.


  여기에서 '주스'는 직접 만들어 마시는 주스를 말합니다. 물론 요즘에는 좋은 재료들로 먹기 좋게 만들어서 파는 주스들도 많지만, 직접 만들어 마시는 주스는 첫 번째, 내가 원하는 재료들의 배합으로 만들 수 있고, 두 번째로 매일 갓 만든 신선한 주스를 마실 수 있고, 마지막으로 주기적으로 재료들을 바꿔가며 질리지 않게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주스를 만들어 봅시다


  주스를 만들려면 우선 장비를 마련해야겠죠. 처음에는 제 스스로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결심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렴하고 작은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 컵 분량으로 만들기에 딱인 작지만 성능 좋은 주스 기를 구매했습니다. 비록 고급진 주스기들처럼 찌꺼기가 걸러지거나 아주 미세하게 갈리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 저는 '아침만 안 거르면 된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단 갈아지기만 한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주스 기도 일반적인 믹서기지만 크게 불편감 없이 사용하고 있답니다. 물론 조금 더 비용을 투자하면 영양소 손실도 적고 식감도 좋은 주스를 만드는 주스기들도 있으나, 굳이 비싼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각자의 취향과 경제적인 여건에 맞춰서 구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의 첫 주스기


무엇을 넣을까?


  제가 주스에 넣을 재료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하루 중 잘 섭취하지 못하는, 부족한 영양소를 포함할 것

2.  아침식사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속을 든든하게 할 것

3.  코를 막거나 눈을 찡그리지 않을 정도로 맛있을 것

4.  체질에 맞을 것

  

1.  내가 하루 중 잘 섭취하지 못하는, 부족한 영양소를 포함할 것


  외식이 잦았던 제 식생활 패턴에서, 특히 자취를 하면서 가장 적게 섭취했던 식품은 야채였습니다. 과일은 편의점에서라도 사서 간식으로 먹을 수 있었지만, 섬유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많은 야채들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사 먹기 힘들었죠. 그래서 주스 재료 목록의 1번은 항상 야채였습니다. 지금도 야채는 일부러 챙겨 먹지 않으면 부족해지기 십상이고 냉장고에 사놓더라도 빨리 먹지 않으면 금방 상해서 매일 아침에 먹는 주스에 넣어먹는답니다. 주스에 넣기 좋은 야채로는 양배추, 케일, 브로콜리, 셀러리, 비타민채, 당근, 토마토, 비트 등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야채들은 무엇이든 넣고 갈아 마실 수 있지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비슷한 색깔의 야채들끼리 갈아야 예쁜 주스를 만들 수 있답니다.


비트를 넣은 정열적인 색의 주스


2.  아침식사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속을 든든하게 할 것


  오랜만에 아침밥을 먹고 출근을 했는데 평소 아침을 먹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빨리 배고픔을 느낀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특히 주스의 경우 단맛이 강할수록, 그리고 재료가 단순할수록, 주스를 마신 직후에는 배가 부르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방 허기지거나 심하게는 현기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하던 중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만큼 곤란한 일도 없죠. 포만감이 오래가려면, 단 맛의 과일을 넣더라도 단 맛이 없는 야채의 비중을 높이거나, 플레인 요구르트, 두부, 견과류 등을 이용해서 단백질과 지방을 함유한 여러 가지 재료들을 함께 섞어줘야 합니다. 주스라고 해서 꼭 야채나 과일만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특히 두부를 넣으면 셰이크 같은 느낌을 낼 수 있고, 호두나 카카오 닙스를 이용하면 고소한 맛이나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까지 살릴 수 있답니다.


주스도 담백할 수 있습니다


3.  코를 막거나 눈을 찡그리지 않을 정도로 맛있을 것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몸에 좋은 거라며 주셨던 녹즙이나 당근주스를 떠올리면 눈살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집니다. 아무리 건강을 위한 주스라도 매일 마실 거라면, 맛이 없으면 곤란하죠. 아침마다 주스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는 싫으니까요. 그래서 맛과 향을 위해 단 맛이 있는 과일을 이용합니다. 단, 설탕이나 시럽은 절대 넣지 않습니다. 설탕에 손을 대는 순간 '내 몸을 위한 주스'라는 대원칙이 무너져버리니까요. 주스를 만들 때 단 맛을 위해 제가 자주 사용하는 과일은 바나나, 사과, 블루베리, 청포도, 키위 등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과일이라면 어떤 것을 넣어도 됩니다. 심지어 열대과일인 두리안도요. 단지 주의하셔야 할 것은, 체중감량이 목적이라면 자몽이나 키위, 블루베리처럼 당도가 낮은 과일들을 더 가까이하세요. 주스가 달면 달수록 체중감량이 더뎌질 뿐만 아니라 빨리 배고파질 수 있답니다.


그 어떤 것도 주스 재료가 될 수 있답니다


4.  체질에 맞을 것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 모른다면 이 부분은 넘기셔도 됩니다. 대신 한 가지 레시피로 몇 개월을 드시기보다는 재료들을 자주 바꿔가면서 드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혹여나 체질에 맞지 않는 재료가 그 레시피에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재료들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저는 체질에 맞춰서 재료를 선택합니다. 덕분에 체질이 서로 다른 남편과 저를 위해 아침마다 두 종류의 주스를 만들죠. 식사를 차릴 때 두 종류의 음식을 하는 것은 시간이 꽤 걸리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반면에 주스는 그냥 재료를 넣고 갈면 끝이기에 아침마다 두 가지씩 만드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본인의 체질을 알지 못하더라도 먹었을 때 몸이 불편하게 느꼈던 재료는 넣지 마세요. 간혹 그냥 따로 먹으면 잘 못 먹겠으니까, 혹은 종종 내 아이가 편식하는 게 싫어서 주스로 만들어서라도 먹는(먹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굳이 그 식품을 먹지 않더라도 다른 식품으로도 충분히 그 식품에 있는 영양소를 섭취할 방법이 있답니다. 억지로 강요하지 마세요. 불편하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니까요.(https://brunch.co.kr/@srsynn/8 건강하게 편식하기)




아침에 주스를 마시면서 생긴 변화

  

  출근하기 전에 주스를 한 컵씩 마시면서 가장 먼저 느껴진 변화는 바로 평온함이었습니다. 늘 출근 준비는 바쁘지만, 바로 만든 주스를 내가 좋아하는 예쁜 컵에 따라 마시는 그 순간, 그것이 비록 1~2분이더라도 뭔가 여유로운 아침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랄까요? 출근하고 나서도 굶주린 상태가 아니니 집중력이 훨씬 좋아지고, 이전보다 점심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시계를 보며 확인하는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점심때 음식을 급하게 먹지 않게 되었고, 폭식하는 경향도 줄어들었죠. 피로감이 줄어든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혈당이 오르내리는 것이 시시때때로 느껴졌던 이전과는 달리 제 몸은 '평온함'을 찾았답니다.


  바깥으로 가장 먼저 보였던 변화는 바로 피부였습니다. 안색이 점점 맑아지고, 몸에 있던 건선도 점점 옅어졌죠. 그 어떤 마스크팩을 했을 때보다 피부가 환하고 깨끗해졌습니다. 지금도 주스를 마실 때와 마시지 않을 때의 얼굴이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답니다. '해독'하고 싶다는 생각을 따로 하지 않았지만, 제가 만들어 마신 주스가 이미 '해독 주스'였던 것이죠. 


 

내 피부를 지켜주는 초록주스


 그리고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거창하게 아침 밥상을 차려 먹지는 않았지만, 주스로 '아침'을 다시 챙겨 먹게 되었고, 그 뒤에 점심, 저녁도 꼬박꼬박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였더니 체지방율이 원상태로 회복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더 줄어든 상태랍니다. 뿐만 아니라 절대 내 것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뱃살도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하루에 먹는 음식물의 양이 주스를 먹기 전보다 훨씬 많아졌지만 체중은 줄어든 상태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칙적인 식습관의 힘은 놀랍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죠.    


  모든 분들께 주스를 만들어 드시길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예전의 저처럼 본인의 현재 식생활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되신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 마시는 주스'는 간편하면서도 창의적이고 훌륭한 대책이 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어느새 당신도 주스 예찬론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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