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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Jul 28. 2016

건강하게 편식하기

체질식에 관하여

"골고루 먹어야지 쑥쑥 크지."

"편식하면 나쁜 어린이예요."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이런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심지어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사 중에 당근을 골라내다가 다 큰 어른이 편식을 한다고 야단맞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부모님은 항상 자식 걱정이시니까요. 그렇지만 편식이 꼭 나쁜 것일까?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채셨겠지만, 오늘은 '건강한 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에는 모유 혹은 분유를 먹게 되지만, 만 6개월 정도가 되면 모유나 분유만으로는 충분한 영양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유식을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어른처럼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쌀죽부터 시작해서 일정한 주기로 야채, 과일, 채소, 고기, 생선, 달걀 등을 개월 수에 맞춰서 추가하거나 돌아가면서 이유식을 만들어 줍니다. 그때부터 아기는 하나씩 하나씩 이 세상의 음식들을 혹은 식재료들을 맛보게 되죠. 그리하여 생후 12개월 정도가 되면 어른이 먹는 식사처럼 다양하게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이쯤부터 우리 아이가 혹여나 편식하는 아이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생기죠.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는 식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기도 합니다.


알레르기(Allergy)는 "과민 반응"이라는 뜻이다. 그리스어 낱말 allos가 어원이며, 이는 "변형된 것"을 뜻한다. 알레르기라는 용어는 1906년 프랑스 학자 폰 피르케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알레르기 또는 앨러지는 영어 발음, 알레르기는 독일어식 발음으로 한국어에선 둘 다 혼용되어 통용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알레르기 [allergy] (두산백과)


  알레르기란, 인체가 외부 물질에 어떠한 경로로든 접촉했을 때,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은 사실 우리 몸을 스스로 방어하기 위한 기전입니다. '그 물질'이 내 몸에 해롭다는 것을 나타내는 내 몸의 표현인 거죠. 알레르기 반응은 겉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안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토피 피부염이나 두드러기 등은 시각적으로 강하게 드러나므로 알아차리기 굉장히 쉬운 편입니다. 갑각류나 땅콩을 먹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증상 자체가 급박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훨씬 인상이 강하죠. 반면에 비염, 소화불량, 설사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반응 자체가 비교적 느리게 나타나거나 겉으로 봐서는 그리 심해 보이지 않아서 알레르기라고 연관 지어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알레르기 반응은 매우 심각해 보이는 것부터 잔잔하게 천천히 나타나는 것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아직 순수한 아이들의 몸은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것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식품에 대하여 편식하는 것이 단순히 기호에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정말 내 몸에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서, 내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먹고 싶지 않은 것이죠. 저는 아직도 어머니께 호되게 혼났던 어느 날 밤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제 가방에 숨겨뒀던 우유들이 발견된 날이었죠. 그때엔 초등학교에서 우유를 하루에 한 개씩 받아서 먹었었는데, 특히 저는 키가 작아서 어머니께서 항상 우유를 많이 먹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우유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스껍고, 우유를 먹고 나면 배가 사르륵 자주 아팠던 겁니다. 그때엔 어려서 그런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우유를 학교에서 받으면 먹기 싫어서 가방에 계속 넣어 다니다가 발각되고 말았죠. 밤이 깊어가도록, 우유를 먹지 않아서 키가 크지 않는 거라며 어머니께 엄청 혼이 났습니다. 이후로도 우유를 두고 어머니와 계속 실랑이가 있었지만, 한참 뒤 다 큰 성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저에게 우유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유당불내증이라 하면 유제품만 먹어도 설사를 주르륵주르륵하고 배가 아파서 뒹굴거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정도로 극심하게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심한 유당불내증이었다면 저의 부모님께서도 그것을 알아보시고 우유 먹기를 강요하지 않으셨겠지만, 저처럼 유당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다소 떨어져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한 번씩 배가 싸하게 아프면서 설사하는 사람들의 수도 꽤 많습니다. 


  비슷한 예로, 글루텐 알레르기를 들 수 있습니다. 셀리악병(celiac disease)은 밀가루나 보리, 귀리, 오트밀 등 글루텐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으면 염증성 장염을 일으켜 복통, 설사,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생기고 소아의 경우 성장 지연까지 일으킬 수 있는 병입니다. 서구에서는 인구의 30~40% 정도가 셀리악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된 바가 있고, 셀리악병이 아니더라도 글루텐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가스참, 소화불량, 피부 트러블 등이 생기는 '비 셀리악 글루텐 민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글루텐 프리' 식품이 많이 발달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글루텐에 대한 민감성 반응이나 셀리악병 조차도 증상이 굉장히 다양하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증상과도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글루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경우에는 물론 현재 밀가루 섭취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서구에 비해서는 밀가루보다는 쌀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셀리악병이나 글루텐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이 많지 않습니다. 내가 종종 속이 안 좋았던 이유가 글루텐 알레르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죠.


You are NOT what you eat


    다시 저에게는 다소 서러운 기억이었던 우유 이야기로 돌아가서, 정말 우유를 먹어야만 키가 크는 걸까요? "You are what you eat."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당신은 네가 먹는 대로 된다."인데, 즉 몸에 좋은 것을 먹으면 몸이 좋아진다라는 뜻이죠. 그렇지만 사실, "You are not what you eat.", 당신이 그것을 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당신이 닭을 먹는다고 해서 당신 피부가 닭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마치 소가 풀만 먹더라도 우리에게 풀이 아니라, 맛있는 고기를 제공해주는 것처럼요.



  꽃게, 홍합 그리고 해조류가 들어있는 해물 라면을 먹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면, 꽃게 살, 그리고 홍합은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그대로는 우리 몸에 흡수될 수 없습니다. 잘게 부서지고 분해되어 결국에는 포도당, 아미노산, 글리세롤, 그리고 지방산이라는 형태로 소화됩니다. 칼슘이 많아서 성장에 좋다고 알려진 우유를 먹지 못한다면, 칼슘이 많은 새우, 미역, 깻잎 등을 먹어도 됩니다. 우리 몸은 우유에서 온 칼슘과 미역에서 온 칼슘을 차별하지 않거든요.


먹기 싫다면, 안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식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단, 다른 음식으로 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편식에 한하는 이야기입니다. "야채는 다 싫어"라는 식의 편식은 영양부족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 등 동물에게서 얻은 모든 식품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의 경우 그렇기 때문에 따로 영양제를 챙겨 먹어야 하죠. 그렇지만 다른 야채들은 대부분 잘 먹는데, 유난히 당근만 먹기 싫다면 안 먹으면 그만입니다. 굳이 먹을 필요가 없지요. 다른 고기들은 다 잘 먹는데, 유독 닭고기만 먹으면 체한다면, 굳이 괴롭게 닭고기를 챙겨 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리 복날이라고 하더라도요. 


  체질의학에서는 체질에 따라서 타고난 장기들의 강약 배열이 있는데, 강하게 타고난 장기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음식 혹은 약하게 타고난 장기를 더 약화시키는 음식을 지나치게 먹었을 때, 그것이 알레르기처럼 나타나거나 질병을 일으킨다고 봅니다. 따라서 원래 맞지 않는 음식과 잘 맞는 음식이 있고,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하고 나에게 맞는 음식들을 위주로 먹는 것이 내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 질병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죠.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

  

  체질을 모를 때에는, 특히 건강이 많이 나쁘지 않을 때에는, 임의로 음식을 가려먹기보다는 먹었을 때 불편한 음식들만 피해서 하나에 편중되지 않게 골고루 먹으면 됩니다. 특히 한국 음식의 경우 놀랍도록 음양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너무 한쪽으로 성질이 치우치지 않게, 식재료들의 성질을 서로서로 중화시킬 수 있게 조리법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데,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거나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느낄 때에는 정확히 본인의 체질을 알고 음식을 가려먹는 것이 좋습니다. 더 나아가서, 중한 질병을 앓고 있을수록 본인의 체질에 적합한 식사를 하는 것이 병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치료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심각한 질병을 앓을수록 병원에서 듣는 "일반적으로 가려야 하는 음식"들이 늘어나고 그것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처럼, 건강이 나쁠수록 음식에 대해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약식동원( 藥食同源)이라는 말처럼 음식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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