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이 내 몸을 망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들
야식, 즐겨 드시나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만큼의 양을 밤에 드시나요? 비만 연구를 했던 미국의 정신과 의사, 알버트 스턴카드(Albert Stunkard)는 처음으로 ‘야식증후군(night eating syndrome)’을 발견한 사람입니다. 야식증후군은 저녁 7시 이후에 먹는 음식양이 하루 동안에 먹는 음식양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요, 2014년에 국내 한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10명 중 5명 이상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야식을 먹는다고 답하였다고 합니다.
전기가 귀하던 시절과 달리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어느덧 야식이나 늦은 저녁식사는 자연스러운 생활 방식이 되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배달음식 어플'이 발달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언제든지 간편하게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시켜 먹을 수 있게 되었죠. 그러면서 야식을 먹고 싶으면 직접 요리했어야 했던 예전과는 달리 야식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고, 동시에 ‘집밥’이 아닌 배달음식을 먹는 빈도수도 높아졌습니다. 늦은 시간에 하는 식사는 소화장애나 수면장애는 물론이고 고혈압, 당뇨, 그리고 비만의 원인이 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식을 즐겨 먹는 행위가 단순한 생활 습관이나 방식이 아닌 야식'증후군'이라는 질병에 준하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내가 야식증후군을 가지고 있는지는 간단한 자가테스트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 문항들 중 5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야식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의미이니 체크해보세요.
1)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불규칙하다.
2) 새벽 1시 전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3) 잠들기 바로 전까지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4) 수면 도중에 자주 깨는 편이며, 음식 섭취를 위해 잠에서 깰 때가 많다.
5) 밥보다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군것질로 식사를 대체한다.
6) 밤늦게 과식을 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등 후회하는 일이 많다.
7)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감이 느껴지면 폭식을 한다.
8) 최근 체중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거나 복부 비만이 있다.
9) 흡연을 많이 하고, 일 평균 소주 3잔 이상을 마신다.
10) 아침을 거르거나 점심에 식욕이 별로 없다.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웹진 '건강나래' 16년 5월호)
야식을 먹으면 왜 안 좋은 걸까요?
인체에는 '생체시계'가 존재하여 하루 동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체리듬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것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과 관계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밤에 일을 하는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조차도 생체리듬이 변화하는 시간은 훈련되거나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장기의 활동이 감소하는 저녁시간이나 밤 시간에 음식물을 섭취하는 일이 잦아지면, 점차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이 감소하고 내장지방이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비만이나 과체중의 위험성도 높아지죠. 뿐만 아니라 소화가 다 되지 않은 상태로 잠자리에 들게 되면서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등의 소화기 질환이 생길 수 있고, 뱃속에 든 음식물 때문에 수면의 질이 낮아져 잠을 자고 일어나도 피로감이 지속되고 만성피로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또한 음식물을 자기 전에 섭취하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감소됩니다. 그러면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불면증이 생기게 되고, 잠을 자는 동안 세포의 재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등 생체 시계에 교란이 일어나 뇌신경질환이나 치매, 암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영양제나 항산화제를 챙겨 먹더라도 야식을 자주 먹는다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야식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밤늦게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교대근무자들에게 당뇨병이나 고혈압, 비만 등의 만성 질환이나 대사질환이 잘 생깁니다.
야식을 먹음으로 인해 생기는 폐해를 줄이기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야식을 먹지 않는 것입니다. 야식을 먹지 않으려면 밤에 배고픔을 느끼지 않아야 할 텐데, 그러려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2013년에 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취침 시각은 밤 11시 38분으로, 호주 사람의 취침 시각, 밤 10시 45분, 미국 사람, 밤 10시 54분, 영국 사람, 밤 11시(미시간 대학교에서 20개 국가의 수면 패턴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늦은 편입니다. 즉 한국 사람들은 호주, 미국, 영국 사람들보다 야식증후군이 생기기 쉬운 것이죠.
게다가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1일 7시간 41분으로 18개 나라 중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수면시간이 부족할수록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져 폭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답니다. 그리고 오래 깨어 있을수록 늦은 시간에 허기를 느낄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야식을 피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 특히 야근을 하거나 근무 특성 등의 이유로 밤에 꼭 깨어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저녁 6~7시 이후에 먹는 식사를 건강한 음식으로 구성하고 소화되기 쉽게 가볍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샐러드나 우유, 계란 등을 활용하거나 조미료나 양념이 많지 않은 담백한 한식으로 먹는 것도 내장기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죠.
특히 밤 시간에 음식을 먹으면 식욕을 억제시키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낮 시간에 먹을 때보다 포만감을 쉽게 느끼지 못하고 과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답니다. 아마 야심한 밤에 음식을 한 번이라도 먹어 보신 분들은 한 번쯤은 경험하셨을 테죠. 그렇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먹을 때에는 꼭 먹을 만큼만 양을 덜어 놓고 먹는 것이 야식을 먹음으로 인해 생기는 해로움을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랍니다.
그리고 아침을 먹지 않거나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경우에 특히 저녁식사 때 과식이나 폭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으로 바나나나 계란같이 간단한 음식이라도 먹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침, 점심, 저녁을 간단하게라도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먹으면 저녁에 과식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죠. 게다가 하루 동안 섭취하는 칼로리 중 절반 이상을 낮시간에 섭취하고 오후 6시 이후에 섭취하는 칼로리를 절반 이하로 낮추면 복부 비만이 감소한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것은 낮동안의 음식 섭취량을 늘리면 되는 비교적 쉬운 방법이니 꼭 참고해보도록 하세요.
※ 본 내용은 한성자동차 매거진 위드한성 2019년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