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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Sep 09. 2020

매운맛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암 걸릴 것 같은 스트레스에 진짜 암 만드는 매운맛 찾는 건 이제 그만

  한 때 마라 열풍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었죠? 중국집보다 마라탕과 마라샹궈를 파는 음식점이 더 많아 보일 정도로 마라 음식점의 수가 늘었고, 마라가 들어간 인스턴트 라면과 마라 김밥, 마라 만두까지 등장하면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마라음식을 찾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마라(麻辣)'는 얼얼하고 매운맛이라는 뜻으로, 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사실 마라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한국인은 매운맛을 즐겨 먹었습니다. 다 먹으면 음식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유명한 매운 돈가스나 매운 떡볶이 가게도 있어 왔고, 불닭 볶음면은 어느새 유명한 한국 음식이 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

   


  매운맛은 실로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가 힘든 음식입니다. 또 매운맛은 자주 먹을수록 내성이 생기기도 해서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꾸만 더 매운맛의 음식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광적으로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장 깨기를 하는 것처럼 스코빌 척도(Scoville scale, 고추의 매운 정도를 나타냄, 캡사이신 농도를 측정하여 표기)가 낮은 음식부터 높은 음식까지 순서대로 먹어 보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매운 음식, 이렇게 자주 즐겨 먹어도 되는 것일까요?     


  사실 매운맛은 엄밀히 말해서 ‘맛’이 아니라 ‘느낌’입니다. 혀와 구강 내에 존재하는 미각세포는 기본적으로 짠맛과 신맛, 단맛과 쓴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마미라고 해서 감칠맛도 기본 맛에 넣기도 하지만 ‘매운맛’은 미각세포가 느끼는 기본 맛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운 느낌은 통각(痛覺)과 온도 감각이 복합된 피부 감각이라고 봐야 정확합니다. 그래서 음식이 뜨거울 때에는 더 맵게 느껴지고 음식이 식으면 덜 맵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처럼 입 안의 점막이 화학성분의 자극에 대해 통증을 느끼는 것이 우리가 느끼는 ‘매운맛’의 정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매운 '통증'이 반대로 진통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매운맛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 성분이 캡사이신이 바로 그런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렬한 빨간색일수록 캡사이신도 많이 함유되어 있고, 매울 것 같지만, 실제로 캡사이신은 색이 없는 휘발성 화합물입니다. 캡사이신은 고추씨와 껍질에 많은데, 처음에는 강한 자극으로 통증을 느끼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통작용을 일으켜서 이러한 진통효과를 이용해서 만든 연고가 관절염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캡사이신은 여러모로 인체에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진대사를 촉진해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소화기관의 활동도 자극하여 소화불량에 좋다고도 알려져 있죠.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맛을 찾는 것처럼, 캡사이신이 실제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반대로 인체에 해롭게 작용한다는 보고들도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캡사이신을 과다 섭취하면 항암과 관련된 면역체계가 약해져서 위암이나 혈액암과 같은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캡사이신은 치매의 위험률을 높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뇨나 고혈압, 비만 등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매운맛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캡사이신이나 매운맛의 향신료들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매운맛이 식욕이 왕성해지게 만들어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매운 음식에 들어있는 소금이나 설탕 등의 감미료의 섭취까지 많아지면서, 결국에는 매운 음식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줄 것을 기대하고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 도리어 비만이 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캡사이신이나 매운 음식이 몸에 좋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사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매운 떡볶이나 면을 먹고 나서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거나 내가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보고 들은 적이 있으실 테니까요. '캡사이신이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캡사이신 외에도 마늘이나 양파에 들어있는 알리신, 후추나 강황에 들어있는 피페린, 고추냉이에 들어있는 시니그린 등의 성분도 매운맛을 내고 많은 양을 섭취했을 때 위 점막에 출혈을 일으킵니다. 매운 음식들은 위장 점막뿐만 아니라 장의 점막도 자극하기 때문에 매운 향신료를 즐길 경우 만성 위염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매운 음식을 즐기면서 설사를 자주 할 경우 장내 세균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유익한 균의 수가 줄어들어 가스가 쉽게 차게 만들어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만성 변비와 대장암까지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장의 변화는 몸의 전체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경우에는 피부의 염증을 악화시키고, 알레르기성 습진이나 비염을 유발하거나 몸이 잘 붓게 만들고 염증이 호발 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캡사이신이 혈관을 확장시켜 안면 홍조를 만들 수 있는데, 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 습관은 혈관을 반복적으로 확장시키면서 혈관이 늘어지게 만들어 안면 홍조가 이미 있는 경우에 이를 더 악화시키도 합니다. 그리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수면의 질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체온이 높아져서 우리 몸은 항상성으로 땀을 흘리거나 하면서 체온을 다시 내리려고 노력하는데, 이후에 다시 원래대로 체온을 올리려고 하는 과정이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장기화되면서 이로 인해 외출과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기고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에게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소위 말하는 '코로나 블루'가 생기면서 매운 닭발이나 매운 족발 등 매운 음식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서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그렇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찾게 되고 또 내성이 생기면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매운 음식들의 스코빌 지수가 전체적으로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운 음식들이 몸에 끼치는 여러 가지 악영향들을 고려한다면,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것이 절대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장기적인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기분은 좋아질 수 있지만,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이 떨어지며,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역류성 식도염, 암이 발병한다면 그로 인해 또 다른 우울감과 불안감, 그리고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러므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가벼운 운동이나 즐거운 취미생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대화 등의 보다 건강한 방법들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요리를 할 때 향신료나 양념을 여러 가지를 함께 사용한다면 각각의 양을 줄여서 매운맛이 과도해지지 않게 주의하고, 평소 매운 양념으로 조리된 음식을 먹는 횟수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내 몸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 본 내용은 대한법무사 협회지 2020년 6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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