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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Dec 04. 2020

한의사의 경험담_생리통 체질도 바꿀 수 있어요

매달 생리통으로 많은 날들이 희생되고 있는 분들을 위하여...

영화가 시작된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요.


'배가 너무 아파 오는데...

약을 하나 더 먹었어야 했나?

괜찮아지겠지?'


그렇지만 뱃속은 주리를 틀듯이 아파만 오고,

배를 아무리 마사지해봐도, 

손이며 발목이며 생리통에 좋다는 혈자리들을 손톱자국이 나도록 눌러봐도,

통증은 가라앉을 줄을 모릅니다.


'어쩌지? 

그냥 화장실 가는 척 나가볼까?

하필 왜 이렇게 안쪽에 앉은 거야...'


결국엔 등장인물 소개, 스토리의 발단 정도만 보다가 사람들 다리를 비집고 영화관을 나왔습니다.

황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가서 생리대를 교체하고, 

변기에 앉아 배를 움켜쥐고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려보지만,

통증은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화장실에 간 여자 친구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질 않자 

영문을 모르는 남자 친구가 계속 전화를 걸어와서

결국 사색이 된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가 물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영화를 보러 들어가기 직전에 진통제를 두 알이나 먹었었지만,

한번 더 진통제 두 알을 삼키고 카페로 들어가 약기운이 돌기를 기다립니다.


약을 먹어도 왜 듣지를 않는지...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는 저를 도저히 이대로는 보고 있지 못하겠다며 

남자 친구가 택시를 불렀습니다. 


"뭐 때문에 오셨어요?"

"저.. 생리통 때문에요..."

"생리통요?"

"네"

"임신 가능성은 없나요?"

"없어요(생리 중이라니까요)."

"최근에 산부인과 진료받은 적 있나요?"

"산부인과 진료받은 적 없는데, 원래 생리통이 심해요

(저도 한의대생이라 아는데, 이건 생리통이 맞으니까 제발 주사든 뭐든 빨리 주세요!)."

"기다려 보세요."



의사는 무심하게 간호사에게 진통제 링거 오더를 내리고 갑니다.

무슨 생리통 때문에 응급실에까지 오냐는 눈빛의 의사가 야속하기도 하고,

정말 무슨 생리통 때문에 데이트하다 말고 응급실에 따라오게 된 남자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팔에 링거가 꽂히고서도 약기운이 온몸으로 퍼지기 전까지 한참 동안 배에 경련이 생기고, 

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계속되어, 

차라리 자궁을 끄집어내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것을 판단하거나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생리통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하루를 망친 것이 이날뿐이었을까요? 어머니께서 한 달에 한 번씩은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시는 것을 보며 자랐는데, 저 역시도 초경이 있은 거의 직후부터 그 날만 되면 생리통으로 침대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가족 여행을 가서도, 학교 수업 시간에도, 친구들과 모이는 날에도 그 날과 겹치면 혼자서 따로 몸조리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약속을 취소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나마 여자들끼리 있을 때에는 편하게 말할 수라도 있지만, 남자가 있는 모임이나 장소에서는 뭐라고 말하기도 참 힘들고 둘러대기 곤란할 때도 많았죠. 


  월경통이라고도 부르는 생리통은 월경 기간 혹은 월경 기간 전후로 아랫배와 치골상부의 통증 비롯해서 허리 통증, 허벅지 통증, 밑이 빠질 것 같은 통증 등을 일컫습니다. 통증 외에 어지러움이나 메스꺼움, 구역감 등의 증상들이 함께 생기기도 합니다. 가임기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생리통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생리통을 전혀 모르고 사는 운 좋은(?) 여성들도 많고,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약간 불편하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진정이 되어서 그럭저럭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 진통제를 1일 최대양까지 털어 넣어도 안 될 정도로 극심한 생리통을 가진 여성 등 생리통이 어느 정도인가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통계상으로는 가임 여성의 약 60%가 생리통을 가지고 있고, 부인과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그럼 생리통은 유전일까요? 물론 유전적인 영향이 있을 수는 있으나, 다른 질환들에 비해 그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어머니에게 생리통이 있었을 경우에 딸도 생리통이 있을 확률은 약 30%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초경 후 1~2년 내에 생리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이후에 갑자기 생기기도 합니다. 생리통이 전혀 없었다가 출산 후에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 자궁 샘 근육종 등의 질환으로 인해 생리통이 생기거나 심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리통은 자궁이 성숙하면서 점점 줄어들거나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대로 나이가 들면서 심해지기도 한답니다.


  특정 질환으로 인해 생리통이 생기는 이차성 월경통 외에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는 생리통의 기전은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과 관련이 깊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혈관과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배란기 때부터 생성이 촉진되어 배란통을 유발하기도 하고, 임신을 하지 않았을 때 월경이 생기기 직전에 생리통을 만들기도 합니다. 1950년대에 자궁 내막과 월경 물질에 존재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양이, 월경통이 있는 사람에게 생리통이 없는 사람보다 더 많다는 것이 발견되면서부터 프로스타글란딘이 생리통을 발현시키는 주요 물질로 주목받았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 외에도 자궁 수축을 일으키는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에 의해서 자궁의 혈관이 수축하면서 생리혈을 내보내게 되고, 이로 인해 국소 빈혈과 국소 조직의 저산소증, 그리고 생리통이 생기게 된답니다. 



  특히 평소에 영양 불균형을 가지고 있거나 피로감이 심한 경우, 타 질환으로 인해 체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 그리고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있는 경우에는 통증을 느끼는 역치가 낮아져 있어서 훨씬 강한 생리통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염증이 있거나 자궁 내에 울혈이 있는 경우, 그리고 골반이 틀어져 있거나 주변 근육이 긴장되어 있거나 근막통증이 있는 경우에도 생리통이 심해지게 됩니다.


두통 치통 생리통엔 게 x린? 


  생리통이 있을 때 해결책 중 가장 빠르고 손쉬운 것은 아마도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일 것입니다. 게 x린, 그날 x, 이 x엔과 같은 약들이죠. 이러한 진통제들은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 효소를 억제하여 염증을 줄이고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리가 막 시작됐을 때 혹은 생리 직전부터 복용했을 때 효과가 더 크죠. 그렇지만 진통제를 먹는다고 해서 앞으로의 생리통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한 평소 위염이나 위궤양, 장이 좋지 않은 분들이나 아스피린 제제에 과민 반응이 있는 분들은 이러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금기증을 가지고 계신 분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진통제는 심혈관계의 혈전을 만들거나 위궤양과 천공, 장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며, 구역감이나 두통, 이명, 두드러기, 간수치 상승, 급성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쓸 수 없거나 진통제에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에는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게 됩니다. 보통은 소염진통제를 먼저 써보고 난 뒤에 피임약을 투여하도록 되어 있으며, 3개월 이상 복용하게 됩니다. 피임약은 자궁 내막의 상태를 월경주기 초기 증식 상태, 즉 가장 얇은 상태로 유지시켜서 프로스타글란딘이 적게 분비되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나 피임약 역시 심근경색, 뇌출혈, 간 종양, 우울증, 내당능장애, 체중 증가, 질염, 두드러기, 두통, 메스꺼움, 복부팽만 등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답니다. 



한약은 어떨까?


  한의대에 진학해서 제가 가장 먼저 치료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저의 생리통이었습니다. 한의대생은 직접 한약을 지어먹을 수 있는데, 명의로 알려진 교수님들의 수업 시간에 생리통과 관련된 부분이 나오면 꼭 수업시간이 끝난 뒤에 교수님께 달려가서 한약 처방을 받아와서 지어먹었답니다. 한약은 약국에서 사는 진통제처럼 생리통이 있을 때에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복용하여 나의 몸 전반적인 상태를 치료하여 생리를 할 때 생리통을 줄여줍니다. 역시 '믿고 먹는 교수님 처방'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교수님들의 처방은 정말 놀랍게 잘 들었습니다. 한약을 한 달쯤 복용하면 바로 생리통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죠.



  한약은 복용할 때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없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진통제를 복용할 때마다 항상 메스꺼움이나 속 쓰림이 있었는데, 한약을 복용하면 평소에 피로감도 적어지고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도 들었죠. 그런데 문제는 한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점점 생리통이 심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한의대생, 그리고 한의사라고 하더라도 평생 한약을 달고 살 수도 없고 말이죠. 


"이전에 한약 먹을 땐 좋아졌었는데,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일반적인 경우에는 한약을 복용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생리통이 30% 정도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고, 3개월 정도 한약을 복용하면 뚜렷하게 생리통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리통의 정도에 있어서도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여성분들의 자궁 상태, 몸 상태도 모두 제각각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이 한약을 끊으면 다시 생리통이 심해지는 분들도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생리통을 만드는 원인이 나의 생활 습관, 특히 나의 식습관 속에 존재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저는 정말 고약한 자궁을 가진 덕분에(?) 여러 가지 한약과 치료법들을 시도해보게 되었고, 결국 해답은 '체질'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달에는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고 생리통도 심하지 않으나, 야근과 스트레스가 많았던 달에는 생리가 미뤄지거나 생리통도 심하고 생리와 함께 몸살까지 겹치는 것을 경험해보셨을 것입니다. 여성의 월경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 수년간의 건강상태를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체질적으로 약한 장기, 기능적으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치료하고 평소에 내 체질에 맞는 음식을 위주로 먹으면서 내 체질에 잘 맞는 운동과 목욕법을 하며 생활하는 것은, 그 날의 생리통을 결정짓는 평소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나의 평소 식단이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내 체질에 맞지 않거나, 체질적으로 약해져 있는 장기가 있다면 이를 교정하고 치료했을 때 면역력과 호르몬 분비 능력이 증가하면서 생리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저는 8 체질 중 '금음 체질'로 평소 육식과 밀가루 음식, 커피 섭취를 줄이고 어머니와 함께 종종 찜질방에 가던 것을 끊으면서 생리통이 줄어들었답니다. 물론 치료 초기에는 체질 한약도 복용했으며, 체질에 맞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만든 8 체질 주스는 지금도 매일 아침 빼먹지 않고 마시죠. 


  그 결과 이제는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달이 아니면, 진통제를 먹을 필요가 없으며, 먹더라도 하루 동안 1~2알 정도만 복용하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매일 진통제를 8알씩 2~3일간 복용해도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옛날과 비교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이나 다름없죠. 이렇게 체질 치료와 체질에 맞는 식단관리를 하는 것은 생리통 치료를 비롯해서 월경과 관련된 모든 증상들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줍니다. 월경이 없어질 때까지, 그러니까 폐경이 되는 그날까지 생리 기간만 다가오면 불안해하고 노심초사하거나 진통제나 경구 피임약, 심지어 한약도 계속해서 먹을 필요도 없죠. 




  월경은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여성만이 가지는 고귀한 경험이자 아름다운 현상입니다. 그렇지만 그 기간만 되면 매번 여자로 태어난 것을 한탄하게 되고, 일이나 공부에 방해를 받을 정도로 생리통에 시달린다면 너무 슬픈 일이죠.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간을 매달 반복해서 그 고통 속에 살아간다면, 초경이 시작되는 10대 초에서 폐경에 이르는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까지 한 달에 하루씩으로만 계산해도 일생 중 약 480일 이상을 날려버리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생리통은 당연하게 여기거나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치료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일반적으로 월경통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아랫배와 몸을 따뜻하게 하기, 평소에 꾸준히 운동하기, 인스턴트 음식을 최대한 줄이고 신선한 채소를 충분히 먹기가 있습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 비타민이나 미네랄,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를 복용하면 생리통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반적인 방법들로도 충분히 생리통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꼭 한의원에서 체질검사를 받고, 체질에 맞춘 치료를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생리통의 치료를 위해서는 3개월 이상의 한약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한약 치료와 더불어 평소에 체질에 맞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치료효과를 더욱 오래 유지하고 생리통이 재발하지 않게 예방하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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