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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Jul 20. 2021

밥 먹고 두 시간뒤에 배고픈 것, 정상인가요?

진짜 배고픔과 가짜 배고픔을 구분하라

  '다이어트'와 '식욕 조절'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배고픔을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배고픔을 느끼고 식욕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현상이기도 하죠.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면 적절한 타이밍에 에너지 섭취를 하지 못 할 테니까요. 다만 배고픔 신호가 왔을 때 이것이 진짜 배고픔인지 아니면 가짜 배고픔(?)인지 잘 판단하고 대처하는 것에서 건강하게 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살이 찌는 습관이 형성될 것인지가 결정된답니다. 



  도넛을 입에 넣고 씹어서 삼키면 식도를 거쳐서 위장에 도달하기까지 단 7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음식을 씹는 과정에서부터 잘게 부수고 침의 아밀라아제로 다당류를 분해하는 소화 과정이 시작됩니다. 식도는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일 뿐, 별다른 소화기능은 없습니다. 그래서 입에서 소화시키는 과정이 짧을수록, 즉 음식을 급하게 먹을수록 소화되기 어려운 형태로 위장 속으로 더 빨리 들어가기 때문에 더부룩함을 만들게 된답니다. 위장으로 음식이 들어가면 위장 내 주름 벽에서 위액이 분비되어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시작합니다. 약 1.5L 정도의 크기의 위장이 꿈틀거리면서 안에 있는 음식물을 위액과 함께 꾹꾹 눌리고 비틀어 죽과 같은 형태로 만들죠. 이렇게 위장에서 소화시키는 과정은 짧게 2시간에서 길면 6시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음식물이 위장에서 소장으로 내려가면 또다시 마저 소화되고 영양분이 흡수되는 과정까지 거치게 됩니다. 약 7m 길이의 소장을 통과하는데 7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장에서 수분까지 다 빨아들이는데 장장 10시간의 긴 여정이 남아있죠. 그렇지만 음식물이 일단 위장에서 소장으로 내려가고 나면 위장이 비어지는 '공복' 상태가 되면서 이때부터 위장은 다음 음식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신호를 뇌로 보내게 됩니다. 보통 식사 후 2시간 정도가 지나면 뇌가 그 신호를 받게 된답니다. 



  그런데 우리 몸은 반드시 에너지가 부족할 때에만 배고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여분의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 기회만 된다면 배고픔 신호를 보내죠. 그래서 밥을 먹고 난 뒤 2시간쯤 되었을 때 다시 식욕이 느껴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이것이 꼭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언제든 손만 뻗으면 음식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인류가 이렇게 풍요롭게 음식을 보관하고 손쉽게 음식을 구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해져서 위급한 상황이 되는 것에 대비할 수 있게 더 발달되어 있습니다. 배부름보다는 배고픔을 더 잘 느끼고, 허기짐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쉽게 지나치지 못하게 만들죠. 치킨 광고를 보고 그냥 지나치기 힘든 것처럼요. 


그냥 지나가기 힘드신가요?


  모틸린(Motilin)이라는 호르몬은 공복일 때 1시간 반에서 2시간 간격으로 위장이 꼬르륵 소리를 내게 만들어 우리가 배고픔을 느끼게 합니다. 그렐린(Ghrelin)이라는 호르몬도 식욕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으로 공복 상태일 때 분비되어 뇌가 배고픔을 인지하게 만들죠. 그런데 이런 신호들에 모두 충실하게 반응하고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어느새 비만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신호들이 오더라도 사냥을 하거나 채집을 하면서 정말 식사를 하기까지 한참 동안의 시간이 걸렸던 반면에, 지금은 배고픔 신호를 느끼는 것에서 손을 뻗어 간식거리와 같은 음식물을 섭취하는데 이르는 시간이 단 3초밖에 걸리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건강을 지키고 비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배고픔이 느껴질 때마다 본능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 몸이 지금 당장 열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데도 배고픔 신호를 더 많이 보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스트레스가 많을 때, 수면이 부족할 때, 그리고 술을 마신 뒤를 들 수 있답니다. 공통적으로 우리 몸이 열량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힘든 상황일 때 식욕을 느끼죠. 그리고 간혹 수분 섭취가 필요할 때 배고픈 것처럼 착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특히 단기적으로 생긴 심한 갈증 상태보다는 만성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1~2% 정도로 약간의 수분 섭취가 부족할 때 잘 생긴답니다. 즉 평소 물 섭취를 잘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배고픔을 더 자주, 많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졸릴 때 아기가 칭얼거리는 것처럼, 배가 고플 수 있어요


  또한 아침을 먹지 않는 경우 점심때 더 크게 배고픔을 느끼는 경향이 있고,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은 아침을 먹는 사람보다 하루 종일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음식들을 먹을수록 건강하지 않은 음식들을 먹을 때보다 뇌가 배고픔을 더 잘 조절한다고 합니다.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단 음식들을 자주 먹을수록 배고픈 감각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요.  


  그래서 배고픈 감각에 잘 대처하려면 평소에 건강한 음식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침 9시쯤부터 저녁 7시쯤 안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좋고, 아침 식사를 포함하여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과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당질 위주의 식사, 예를 들어서 과일이나 빵으로만 식사를 대체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끼 식사를 준비할 때에는 포만감이 잘 느껴지게 만드는 식이섬유와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는 단백질, 지방을 포함하여 식단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배고픔이 느껴진다면 이성적으로 판단해봅니다. 배고픔이 느껴질 때마다 물을 먼저 마셔보는 것은 가짜 배고픔을 가려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한 것일 수 있으니까요. 스트레스가 많거나 잠이 부족한 상태라면 식욕이 생길 때 간식을 먹는 대신 산책을 하러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만약 전날 과음을 했다면 알코올 분해와 간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물 섭취를 충분히 하거나 낮잠을 한 숨 자고 일어나 보세요. 배고픔이 일시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가짜 배고픔을 판단하고 조절하는 것만큼이나 식사 후에 2시간쯤 지났을 때부터 배고픔이 느껴지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고픔을 무작정 없애기 위해 식욕억제제를 과용할 수 있으니까요. 식욕이 자주 느껴진다고 해서 내 몸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느껴지는 이 배고픔 신호가 정말 식사 때가 되어 열량 섭취가 필요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에 여분의 에너지를 비축하라는 신호인지를 판단하고 잘 다스리는 것입니다.


정말 음식을 당장 먹어야 하는 배고픔인가? 한번 더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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