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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Aug 31. 2022

마음이 충만해지는 식사 VS 감정에 휘둘린 식사

중요한 것은 그릇에 담긴 음식의 무게가 아닌, 당신의 마음입니다


업무 마감은 다가오는데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서랍에 있는 과자를 꺼내 먹으시나요? 

스트레스가 많았던 날은 저녁을 먹고도 치킨 한 마리를 허겁지겁 해치우지는 않으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휘둘린 식사를 하고는 합니다. 어제는 우울해서, 오늘은 화가 나서, 내일은 답답하고 불안해서 간식을 찾고 야식을 찾고는 하죠. 그러다가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면 다시 이성을 찾아야겠다며 식사를 할 때마다 칼로리를 계산하고 양을 재서 먹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식사 방법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아이들은 밥을 먹을 때 미리 먹을 양을 생각하고 먹지 않습니다. 맛있게 먹다가 배가 부른 것 같으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금세 장난감을 찾죠. 특히 아직 맛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이 많은 나이에는 먹을 것을 쥐어주면 요리보고 조리 보며 관찰하다가 손으로 만져도 보고 입술에 가져가서 온도와 촉감은 어떤지 보다가 마지막으로 입에 넣어 맛을 음미하죠. 맛이 마음에 들면 삼키고 맛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뱉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감정에 휘둘려서 식사를 하게 되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면서 건강하게 식사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고는 합니다. 그리고 이는 곧 고지혈증, 당뇨, 비만이라는 판정으로 돌아오는 원인이 됩니다. 반대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식사, 그리고 감정이 아닌 나의 감각에 의존하는 식사를 하면 비만을 예방하고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식사를 Mindful Eating(마인드풀 이팅, 마음 챙김 식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라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기존에 갖고 있던 식습관을 바꿔서 마인드풀 이팅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음식의 칼로리와 무게를 재는 대신에 음식 자체에 집중하게 했죠. 음식의 맛과 향기, 생김새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말이죠. 그리고 내 몸이 보내는 배고픔과 배부름 신호를 감지하고 그 신호에 맞춰 식사 시간과 간식 시간을 계획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고칼로리 음식은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한 두입 먹으면서 맛을 보는 느낌으로 먹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렇게 15주간 마인드풀 이팅을 실천하도록 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80명 중 42명이 마인드풀 이팅에 참여하였고, 그중 15주 프로그램을 모두 끝낸 28명은 평균적으로 1.9kg을 감량하였습니다. 반면에 마인드풀 이팅을 하지 않은 36명은 0.3kg을 감량하여 마인드풀 이팅을 한 사람들이 더 많은 체중을 감량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통계학적으로도 유의미했다고 합니다. 



  매일 열심히 어플로 식단 사진을 찍어가며 칼로리를 계산하고, 달콤한 간식이 유혹할 때마다 단백질 바와 단백질 셰이크로 대신하는 사람이라면 이 실험 결과를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체중감량을 위한 식사법과는 매우 다르니까요. 마인드풀 이팅이라는 것이 이름은 거창해 보일지 모르나 사실 아무런 도구도 필요하지 않고 계산을 하느라 머리를 쥐어짤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식사를 할 때에는 그 식사 시간과 음식 자체에 집중하고, 또 나의 감각에 집중하기만 하면 됩니다. 참 단순하죠? 


  그런데 이런 식사법이 칼로리를 계산하며 먹는 식사보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사실 우리 몸에는 저울보다 더 정밀하고 체계적인 식욕 조절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이 시스템은 아직 과학적으로 다 밝혀지지 않았을 정도로 경이롭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매일 다릅니다. 활동량이 매일 비슷하다고 생각하더라고,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습도와 온도가 매일 다르고, 그에 따라 내 컨디션이 달라지고, 또 감정이나 날짜에 따라 호르몬의 흐름도 달라지죠. 그래서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매일 다르고 몸에 탑재된 식욕 조절 시스템은 이에 맞춰서 에너지를 섭취할 양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적당한 음식량을 섭취하도록 신호를 주죠. 허기짐과 배부름으로요.



  그런데 이런 신호와 시스템을 무시하고 내가 계산한 양만 먹으려고 하거나 음식의 맛과 풍미는 뒷전이고 생존만을 위한 식사를 하면 고유의 식욕 조절 시스템도 무뎌지고 망가지게 됩니다. 특히 불안감, 분노감, 답답하고 억울함, 슬픔 등의 감정들은 '식욕'을 느끼게 함으로써 내 마음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때마다 감정에 휘둘려 음식을 먹는 행위로 나를 위로하려고 하면 실제로 그 감정을 해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좋지 않은 식습관이 형성되거나 음식에 대한 중독까지 생길 수 있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식욕조절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식욕억제제를 복용함으로써 식욕을 느끼는 것을 포기해 버리면서 시스템을 망가뜨리기도 하죠. 


  이렇게 우리 몸의 식욕 조절 시스템이 망가지고, 식사를 할 때 내 마음이 식사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 체중을 조절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특히 내 몸과 마음이 충족되지 않는 식사는 식사를 마치고도 언제나 어딘가가 허한 느낌을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매일 의도적으로 계산한 양만 섭취하는 경우 평소에는 잘 조절하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정신을 잃고 폭식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자신을 자책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들어 우울감이 생기기도 하죠. 또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더욱 강박적으로 음식을 조절하려고 하고 언제 과식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면서 섭식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다이어트를 할 때 식사하는 법"들은 자연스러운 식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오래 지속하기 어렵고, 평생 하려고 하면 가슴부터 먹먹해지죠. 반대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식사를 하면 나의 식욕 조절 시스템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저 내 몸이 보내오는 신호에 따르는 것 밖에 없답니다. 마치 졸리면 잠을 자러 방에 들어가는 것처럼요.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냉장고를 파먹고 있을까 봐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식사를 할 때 그리고 식사를 준비하면서 식재료가 얼마나 신선하고 향이 좋은지를 느껴보세요. 식사를 할 때 그 주변 분위기를 즐기고, 눈앞에 놓인 음식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에너지를 채워줄 것을 상상하면서 식사 시간을 즐겨보세요. 마치 중세시대에 귀족들이 만찬을 즐겼던 것처럼요. 이런 방법은 얼마든지, 평생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이렇게 마음이 충만해지고 스스로 만족하는 식사시간이 되어야 몸과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힘든 감정들이 휘몰아치면서 먹는 행위로 이어지려고 할 때에는 잠시 멈춰서 내가 왜 이 음식을 먹고 싶은지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배가 고프고 내 몸이 이 음식을 필요로 해서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힘들다고 단지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말이죠. 그리고 만약 후자인 것 같다면 내 감정을 보살피는데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오늘 왜 힘들었는지 감정 일기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산책을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좋답니다. 그렇게 내 마음이 나로부터 위로를 받으면 어느새 가짜 식욕도 잠재워질 거예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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