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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Sep 27. 2020

나는 우리 마을 주치의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어느 날 안성의료협동조합 사무국에서 연락이 왔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일과 사람’이라는 시리즈물의 하나로 의사의 직업세계를 그리는데 의료협동조합을 모델로 하고 싶다고 한단다. 본점인 안성농민의원에 물어보니 보여줄 게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을 해서 우리동네의원(당시 우리생협의원)에서 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으나 피할 수도 없었다. 그림책 작가 선생님이 오셨다. 정소영 선생님. 나와 또래 지간인 그분은 진료실뿐 아니라 왕진도 따라다니고 운영위원회도 함께 했다. 일반적인 의원의 모습은 아니지만 의료협동조합에만 있는 모습도 꼭 넣고 싶다고 했다. 후에 편집진은 이견이 있었다고 했다.


 가장 큰 부담은 진료하는 모습이었다. 그저 그러면 어쩌나 했는데 마침 꽤 다양한 증상을 가진 분들이 와 주셨다. 다쳐서 꿰매는 아이, 당뇨병, 관절통, 감기 등등. 정소영 선생님은 옆에서 스윽스윽 스케치를 했다. 진료가 끝나고 보여주는 그림을 본 순간 부담스러웠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어머나, 이 책 언제 나와요? 하고 환호를 했다. 그의 시선은 따뜻했다.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한 진료의 현장일 수 있는데 살아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 각각의 상황에서 느낄 감정선을 그림에 고스란히 표현해 내는 힘이 있었다.

     

 그의 덕에 졸지에 푸근한 그림책의 주인공 의사가 되었다. 후에 그림책을 보니 나도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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