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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Oct 20. 2020

머리가 아프면 CT를 찍어야 할까요?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 이야기

41세 여자분이 내원하셨다. 안성 의료원을 다녔었는데 코로나 시국에 공공의료기관이라 코로나 환자만 진료를 하고 외래 진료를 당분간 하지 않게 되어 우리동네의원으로 내원하셨다. 편두통으로 20년이 넘게 고생하셨는데 검사도 있는 대로 다 했고 처방전에 있는 약을 4-5가지를 먹어도 두통이 큰 호전이 없다 한다.

 

 20년이나 된 난치성 편두통.. 다른 치료를 권해도 될까 싶었지만 워낙 힘들어하고 있어서 목의 근육을 만져보았다. 역시나 상당히 뭉쳐있어서 살짝 눌렀는데도 비명이 나온다. 편두통인 줄 알았지만 두개골 아래 있는 근육인 흉쇄유돌근과 두판상근이 뭉쳐 있어서 두통을 유발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두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근육들만 이완시켜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주사를 놓아드릴까요?” 하니 선선히 그러라고 한다. 주사를 맞고 3일 후에 내원하였는데 통증이 거의 없었다 한다. 물론 편두통이 늘 있는 건 아니어서 계속 그럴지는 두고 보아야 하고 그동안 뭉쳤던 근육이 한번 주사로 다 풀릴 수는 없어서 몇 번 더 풀어주어야겠지만 약도 거의 안 먹었다는 걸로 봐서는 일단 성공적이라 보아도 좋겠다.

     

 우리나라 국민들 90% 이상이 두통을 겪는다고 한다. 누구나 살면서 몇 번씩은 통증이 있을 텐데 집에 있는 타이레놀 등을 먹어보다가 안되면 병원을 찾게 된다. 이럴 때는 종합병원을 먼저 갈 게 아니라 동네 주치의를 찾아가야 한다. 전체 두통의 70-80%는 긴장성 두통인데 이러한 두통의 대부분은 근육 긴장에 의한 것이라 근육이완제 주사와 스트레칭 등으로 잘 해결될 수 있다. 10% 정도는 편두통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4-72시간 동안 머리가 지끈거려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 질환이다. 이는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은 긴장성 두통인데도 한쪽 머리만 아프면 그냥 편두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 뇌염, 뇌막염처럼 두개골 내의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1% 미만이다. 간혹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두통이 심할 때는 뇌출혈인 경우도 있고 마비 증상이나 간질 발작이 동반되는 경우 바로 응급실을 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급한 두통은 없다. 동네 주치의한테 가면 간단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걸 종합병원에 가서 CT나 MRI를 찍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두통은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얘기도 들어주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주치의가 또한 필요하다. 전 국민 주치의 제도가 합리적으로 잘 시행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동네에서 나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의사를 잘 찾아 주치의로 생각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그런 역할을 잘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의료협동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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