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세 여자분이 내원하셨다. 안성 의료원을 다녔었는데 코로나 시국에 공공의료기관이라 코로나 환자만 진료를 하고 외래 진료를 당분간 하지 않게 되어 우리동네의원으로 내원하셨다. 편두통으로 20년이 넘게 고생하셨는데 검사도 있는 대로 다 했고 처방전에 있는 약을 4-5가지를 먹어도 두통이 큰 호전이 없다 한다.
20년이나 된 난치성 편두통.. 다른 치료를 권해도 될까 싶었지만 워낙 힘들어하고 있어서 목의 근육을 만져보았다. 역시나 상당히 뭉쳐있어서 살짝 눌렀는데도 비명이 나온다. 편두통인 줄 알았지만 두개골 아래 있는 근육인 흉쇄유돌근과 두판상근이 뭉쳐 있어서 두통을 유발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두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근육들만 이완시켜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주사를 놓아드릴까요?” 하니 선선히 그러라고 한다. 주사를 맞고 3일 후에 내원하였는데 통증이 거의 없었다 한다. 물론 편두통이 늘 있는 건 아니어서 계속 그럴지는 두고 보아야 하고 그동안 뭉쳤던 근육이 한번 주사로 다 풀릴 수는 없어서 몇 번 더 풀어주어야겠지만 약도 거의 안 먹었다는 걸로 봐서는 일단 성공적이라 보아도 좋겠다.
우리나라 국민들 90% 이상이 두통을 겪는다고 한다. 누구나 살면서 몇 번씩은 통증이 있을 텐데 집에 있는 타이레놀 등을 먹어보다가 안되면 병원을 찾게 된다. 이럴 때는 종합병원을 먼저 갈 게 아니라 동네 주치의를 찾아가야 한다. 전체 두통의 70-80%는 긴장성 두통인데 이러한 두통의 대부분은 근육 긴장에 의한 것이라 근육이완제 주사와 스트레칭 등으로 잘 해결될 수 있다. 10% 정도는 편두통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4-72시간 동안 머리가 지끈거려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 질환이다. 이는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은 긴장성 두통인데도 한쪽 머리만 아프면 그냥 편두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 뇌염, 뇌막염처럼 두개골 내의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1% 미만이다. 간혹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두통이 심할 때는 뇌출혈인 경우도 있고 마비 증상이나 간질 발작이 동반되는 경우 바로 응급실을 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급한 두통은 없다. 동네 주치의한테 가면 간단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걸 종합병원에 가서 CT나 MRI를 찍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두통은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얘기도 들어주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주치의가 또한 필요하다. 전 국민 주치의 제도가 합리적으로 잘 시행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동네에서 나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수 있는 의사를 잘 찾아 주치의로 생각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그런 역할을 잘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의료협동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