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맛

응? 그게 어떤 맛인데?

by 정안



하늘은 높고 푸르고 고개만 돌리면 노랗고 빨간 단풍을 볼 수 있는 계절이면 어린이들은 소풍, 아니 요즘 말로는 현장체험을 간다.

내가 어린시절 나의 엄마는 나처럼 워킹맘이었지만 김치정도는 그게 무슨 대수냐는 아우라로 뚝딱뚝딱 만드시던 분이라 오징어 쪽파말이와 같은 퀄리티의 구성으로 3단 찬합쯤은 거뜬히 채우셨는데... 나는 우리 아이 손바닥만 한 도시락 한통에 채우는 데에도 절절맨다.


요리 똥손이지만 엄마에겐 중요한(!) 임무인 체험학습 도시락. 손바닥만 한 도시락한통 준비에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시간으로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먹는 것보단 노는데 관심이 더 많고 앞니가 몽땅 빠져 먹는 양이 더 줄은 어린이에게 한입이라도 더 먹이고자 느리고 요령 없는 엄마는 바빠진다.


앞니가 없어도 삐져나오지 않고 잘 씹히게 적당히 작은 한입크기로 밥은 준비하고, 방울토마토와 청포도는 반으로 잘라 집에 있는 것 중 가장 귀여운 과일꼬치 몇 개를 엄선하여 꽂아두고. 벌이 날아올지도 모르니(이런 생각이 과하다 싶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단내 폴폴 나는 음료수는 패스하고.


어설픈 엄마의 부산스러움에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버린 아이가 까치집 머리를 긁적이며 방에서 나온다.

먹는데 도통 관심 없는 녀석이기에 '이거 먹어볼래?'같은 말은 생략하고, 잠이 덜 깬 틈에 '아~해봐'하며 한입을 넣어본다. 웬일로 먹어주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는 리액션까지 하며 말했다.

"엄마, 이건 무지개 맛이에요."

"응? 무지개 맛? 그게 어떤 맛있데?"

"천상의 맛."

"응?? 천상의 맛?"

"입안에서 빗방물맛과 생명의 물고기 맛이 나요. 생선의 살과 뼈의 맛이 나고, 대왕멸치를 손질한 맛이 나요."

"응??? 그런 맛이나?"

"네. 엄마의 따뜻한 맛이 내 입에서 나고 있어요."

(만화를 너무 많이 봤구나. 그래도 엄마 마음 알아줘서 고마워.)

천상의 맛이라더니. 하나만 먹었지만 어설픈 엄마의 도시락을 무지개맛으로 먹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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