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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앤 Nov 14. 2021

밥 먹듯 글을 쓰다


 몽블랑 펜을 하나 사들고 원고지에 글을 써 첫 소설을 완성한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믿을 것인가. 아마도 믿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살아서 우리와 똑같이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어수룩한 밤이 오면 이불을 끌어당겨 잠을 자기 때문이다.

 

 그는 굴튀김의 매력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나에게는 또 특별히 그랜드 캐니언의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와세다 대학 출신이라는 거다. 살짝 내용과 비껴가지만 일본의 그 대학과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의 공통점은 정말 전혀 없다. 단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그렇게 짝 짓기 하듯 동시에 떠올려지기 때문에 기록해 볼 뿐이다. 크고 광활해서 인간을 너무나도 볼품없게 만들어 버리는 자연 앞에서 혼자 여행 온 일본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와세다 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했고, 한국과 일본에 대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는 여행 내내 그렇게 말했다. 


 “독도는 한국 것입니다.”


 아무튼 몽블랑 펜으로 소설 한 편을 끄적인 그 작가도 같은 와세다 대학 출신이며, 존경스럽게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습관처럼 쓴다고도 해서 이슈가 되었던 사람이다. 이쯤 되면 ‘아' 하는 소리가 어디에서 들리는 것 같다. 맞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다. 


 나는 요 며칠 매우 느릿한 한 달을 살았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살면서 친정인 한국에 와 몸을 비비적대며 한 달이라는 시간을 글을 쓰지 않고 버티며(?) 살았다. 아웃풋이 아닌 인풋에 나의 짬 나는 시간을 썼다고나 할까. (딱히 변명할 거리가 없어 왠지 멋진 말로 포장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넌 뭘로 한 달을 살았니? 아무 의미 없이 보낸 거야?”

 

친정엄마 이 여사는 타박을 하듯 물었고, 나는 내 나름의 책 읽기를 몇 권 끝냈노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렇게 글쓰기를 놔버리고 30일이 다 되어가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벽 습관이 마음에 어른거렸다.


 ‘글쓰기를 시간을 정해 매일 한다고?’

 

 퍽이나 작가다운 말이었지만, 내 속 어딘가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무엇'이 나를 꿈틀거리게 했다. 아마도 ‘다름’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이리라. 꿈 가까이 된 사람과 안 된 사람의 차이랄까. 나의 일탈이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반성이었다. 

 더는 좋은 말로 혹은 아름다운 말로 나를 포장할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고, 이제는 돌아와야 할 시간이 분명히 되었다 생각했다. 인풋과 아웃풋은 사실 동시에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 뭐라도 끄적이자. 엉뚱하고, 이상하고, 말이 되지 않더라도 그래, 우선은 쓰자.’

 

 그 매일의 10분이 오늘의 나를 지켜줄 그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말이다.

 

 굴튀김 이야기를 한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며 나는 새우튀김에 대해 써야지, 하고 생각하며 끄적인 메모 노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자신의 생각을 너무나 잘 알아맞히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치 신접한 것 같은 내 지인의 꿰뚫음에 대해 갑자기 할 말이 많아져 노트에 메모를 해놓기도 했다. 

 

 글을 쓰겠다던 초기에는 쓸 거리가 너무나 없었다. 지금은 쓰고 싶은 이야기 투성으로 내 작은 메모장이 터치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 이쯤 되면 아웃풋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루키처럼 신의 계시를 듣고 어느 날 몽블랑 펜을 사 와 소설 한 편을 끝내는 나일 수는 없겠지만, 누구에게나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 계기라는 것이 찾아올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고개를 아프도록 힘 있게 끄덕이고 싶다. 맞다고, 당신 말이 맞다고. 단지 그 동기를 잘 활용할 책임은 바로 나에게 있는 거라고. 

 

 그것까지도 나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이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혹시나 당신도 자신의 일에 긴 숨을 고르고 있다면, 이제 다시 돌아가 숨을 이어가는 게 어떨까, 조심스레 권해 보기도 하는 밤이다.   


 이제 밥을 먹듯 당신의 일을 이어가라고.









© hermez777, 출처 Unsplash





 한국에 잠시 머무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를 줄 몰랐습니다. 이미 한 달 하고도 반이 되어 갑니다. 내 컴퓨터 속에 저장된 글은 다시 손을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고, 꽁꽁 언 겨울마냥 잠만 재우고 있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이제서야 하나를 내보내고 다시 겨울잠 자는 아이들을 하나둘 깨워볼랍니다. 

 따뜻한 식사 속에 일상을 일구어 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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