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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앤 Feb 17. 2022

마흔의 돈까스, 크림수프가 진리!

 어렸을 때는 뭐가 제일 맛있었어?


 남편이 물었다. 아니 내가 물었다. 남편은 바로 "자장면"이라고 대답했고, 나는 "피자! 돈까스!"라고 소리쳤다. 세대차이라면 이런 것도 아마 그런 류일지 모른다. 남편은 지금도 자장면을 잘 먹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식이 그거냐고 물으면, 이상하게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 달에 몇 번은 테이크아웃으로 시켜 먹는다. 만만한 게 자장면이라나. 그래서 먹는다고. 

 

 나는 어렸을 때 제일 맛있는 게 피자나 돈까스였다. 십 대에서 이십 대 초반까지 내 돈으로 스스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피자보다는 돈까스였다. 초등학교 때는 경양식집에서나 먹던 돈까스가 전문점이 생기며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나는 친구들과 그 전문점의 단골이 되었다. 


출처: 나무위키

 돈만 생기면 돈까스집으로 뛰어갔고, "여기 돈까스 둘이요!"를 외쳤다. 서빙하는 사람이 와서 "밥으로 하실래요, 빵으로 하실래요?"란 서빙하는 사람의 말은 그 어느 말보다 달콤하게 들렸다. 세상을 살며 그렇게 달콤한 선택만 있으면 좋으련만 녹록지 않은 인생은 쉬운 자리를 내어줄 리가 없다.


 음식을 시키고 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크림수프다. 희고도 걸쭉한 수프를 거룩하게 한 스푼을 떠서 입을 오, 하고 모은 다음 후~~~ 후~~~ 두 번을 불고 나서 입 속으로 냉큼 집어넣는 맛이란! 이 수프를 먹어줘야 돈까스 먹는 기분이 난다. 요즘은 바삭하고 두껍게 구워진 일본식 돈까스가 대부분이고 가끔은 '옛날 돈까스'집이 찾아지기도 한다. 넓적하고 큰 돈까스가 나오고 소스도 옛날 그 소스다. 그런데 예전에 먹던 그 맛은 아니다. 아마 추억으로 간진한 그 분위기 통째를 내가 원했던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고기가 두툼하고 부드러운, 게다가 마른빵가루를 부셔서 바로 튀긴 일본식 돈까스도 그럭저럭 잘 먹는다. 내가 돈까스 자체를 그냥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제대로 된 그 옛날 경양식집 돈까스의 맛! 얄팍한 돈까스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는 건 순전히 추억 때문이다. 


 요즘은 돈까스에 쫄면을 함께 먹는다. 그건 아니지 않아? 세트메뉴다. 메뉴 하나에 한 가지 메뉴를 더 얹어 먹으라는데 느끼한 것보다는 쫄면이 나아 그렇게 선택하고부터 그게 또 맛있어졌다. 


"아니 돈가스에는 크림 수프라며!"


 이렇게 반발하는 소리가 막 들린다. 맞다. 그러면 이건 어떤데? 그 예전에 먹던 크림수프를 두툼한 돈까스 먹기 전에 먹어주는 센스! 크림수프는 백종원의 레시피를 따라 하면 딱 그 맛이다.


 나도 만들어 먹었다. 버터와 밀가루를 볶아 만든 루에다 우유와 물을 넣고 저으면 끝이다. 아니 아니 마지막엔 '미원'이다. 집에 미원은 없다. 모르고 먹었던 음식이 더 맛있는데. 알고 스스로 미원을 넣으려니 참 께름칙해서 소금으로 대신했다. 대충 비슷한 맛은 난다. 참, 후추는 기본!


 피자를 시켜도 조카들은 프링클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대며 그게 맛있단다. 치킨도 역시. 그러나 시켜서 먹어보면 내 입맛엔 아니다. 프렌치 프라이도 역시 뭔가를 뿌려서 출시한 메뉴를 좋아한다. 아, 어떻게 먹지? 짜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나이를 운운하게 되는구나. 이런 여기서 또 티나네. 그런 조카에게 내가 "돈까스 전에 수프 안 먹냐?"라고 말했다간 뭐야 이모! 소리나 듣게 생겼다. 그래도 그게 진리인데.


 나는 그냥 내 추억을 짓밟지 않고 촌스럽게 경양식집 돈까스를 더 찾아보겠다. 남편은 옛날 자장면을 찾아보려나? 나에게 자장은 그냥 자장일 뿐. 뭐 특별할 게 있나? 하지만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의 맛을 찾을 거다. 나처럼. 훗날 아이가 커서 그러겠지. 


"엄마! 돈까스도 거기서 거기지 뭐가 달라."


그래도 남편보다 내가 어리다고 좀 더 낫지 않냐? 자장면이 뭐냐. 진짜 촌스럽게! 큭큭 혼자 웃어본다. 

마흔이다. 마흔몇. 그 몇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 나도 나도 왕돈까스! 를 좀 외쳐 주려나?


맞다니까! 돈까스엔 크림수프가 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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