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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앤 Mar 03. 2022

우리는 어쩌다 어른이 되었을까?

어쩌다 무엇 무엇. 

이런 말이 유행을 탄 지 오래다. 나 또한 어쩌다, 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우린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 뚜렷한 이유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놔두었더니 어느새 그리된 것뿐이라고 시크하게 말을 거는 것 같아 싫지는 않다.


그리고 <어쩌다 어른>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 우리 모두는 어쩌다 어른이 되지. 암, 계획적인 어른이 대체 얼마나 되느냐 말이다. 그럴라치면 남의 삶도 좀 궁금해진다. 


"넌 어쩌다 어른이 된 거니?"


글쎄, '어른'이라는 기준이 조금씩은 달라 자기만의 생각이 머릿속에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적어도 이거야!'하고 내보인 말을 나는 좀 듣고 싶었다. 이쯤 되면 저자 이영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이영희라는 저자 소개서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만화방을 드나들기 시작한 이래로, 모든 진리와 통찰을 만화에서 배우며 인생의 교본으로 삼고 있다... 일본 유학을 결행, 자타 공인 일본문화 전문가로 거듭났다... 현재 <중앙일보> 문화 스포츠 부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문체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데 역시나 기자였다. 게다가 일본문화 전문가라니. 


처음 어떤 정보도 없이 이 책을 읽고, '왜 이렇게 일본문화가 많이 언급돼?' 하며 의아했다. 일본 드라마. 만화, 영화 등 끝이 없이 이어졌다. 일본문화광인가? 물론 미국 영화도 언급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손에 꼽는다. <어쩌다 어른>은 이영희라는 한 개인의 성장과 어른에 대한 생각을 담담히 풀어간 책이긴 하지만 그게 다라고 생각하고 덥석 이 책을 잡았다가는 덜미를 잡힐지도 모른다.


'일본문화? 그걸 싫어하는 사람이 읽으면 딱 책 덮기 좋겠네.' 


그런데 책 내용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졌다. 덜미를 잡힌 게 다행이다 싶었다. 내가 아는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도 나왔다. 그녀의 <시모키타자와> 속 동네를 종일 돌아다녔노라고. 

그렇게 말하니 그 느낌을 기억하며 나도 혼자 싸돌아 다니고 싶어졌다. 그냥 돌아다니며 안된다. 싸돌아 다녀야 한다. 그녀의 글 속에서 나도 함께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다니는 것 같아 좋았다. 


"그렇다. 도도함과 애처로움,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주로 도도해야 할 때 애처롭고, 애처로워야 할 때 도도했던 것 같다. 나도 완전체로 보이는 그들도 그 균형을 찾지 못해 이런저런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일지도." p.218


"가끔씩, 계절 한전 '하나가쓰오쿠라규동' 같은, 화려한 비주얼의 소고기덮밥에 맥주 한 잔으로 느긋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저씨들을 만나면, 왠지 저 모습이 어른이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다. 혼자 자연스럽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삶을 견뎌낼 준비가 됐다는 어떤 징표 같다." p.218


"좋아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 나만 아는 기쁨을 점점 늘려가는 삶. 그것만으로도 썩 괜찮아 보인다. 그것들이 분명 어쩌다 어른이 된 나와, 그리고 당신에게, 돌연한 슬픔과 맞서는 두둑한 맷집이 되어주리라 믿으며,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p.258


한 사람의 생각 속으로 그리고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참 재미있다. 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을 거다. 


단, 이 책은 일본 만화, 영화, 드라마를 내가 잘 몰라서 '그래서 뭐 그 주인공이 어쨌길래'와 같은 모르는 이야기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래도 희박하게나마 아, 그게 그런 내용이야? 하고 넘어갈 수 있어 호기심이 많은 독자들은 새로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두런두런 저자의 이야기를 듣나보면 어느새 책은 끝이 나있다. 여운이 남는다.


우리는 어쩌다 어른이 되었을까?

우리 모두는 주변을 통해서 관계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들이다. 자, 당신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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