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꿈도 로그아웃 못하는 나
폭풍 같은 사랑을 택할 것인가, 안정된 삶을 선택할 것인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속 캐시는 그 갈림길에서 늘 흔들렸다. “히스클리프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라고 고백하면서도 결국 에드거 린튼과의 결혼을 선택한 그녀. 사랑과 안락한 삶, 그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한 채, 결국 그 사이에서 찢기듯 살아간 것이다.
엄마가 된 이후, 나는 종종 캐시의 그림자를 마주한다. 아이와 가족이 삶의 중심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가 있다. 책상 위에 놓인 공책과 잠들지 않는 단어들이 늘 내 손끝을 당기고, 쓰고 싶은 이야기는 견딜 수 없이 나를 부른다. 가족 전용 계정만 켜두고 살면, 나는 안전할지 몰라도 텅 빈 껍데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이른 새벽마다 알람처럼 울리는 꿈의 계정에 로그인한다.
“엄마, 또 글 써?”
화장실 간다고 깬 아들이 나를 보고 묻는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응, 엄마 시간이니까.”
사랑도, 꿈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나. 어쩌면 캐시처럼 욕망과 책임 사이에서 방황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충돌이 곧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엄마로서의 사랑도, 나로서의 꿈도 다 끊어낼 수 없기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껴안는 순간, 비로소 내 삶이 숨을 쉰다.
캐시는 결국 히스클리프 없는 삶 속에서 끊임없는 공허와 갈등을 느끼며 병으로 무너졌지만 나는 다르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완벽한 헌신이 아니라, 사랑과 열망을 동시에 품고 흔들리는 엄마의 진짜 얼굴이니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끝내 쓰고, 끝내 사랑하는 나. 바로 그 모습때문에 나는 로그아웃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