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 다시 설치하기
“당신은 당신만의 정원이 있어요?”
그 물음에 세상은 조금씩 달라 보였다. 왠지 더 좋아질 것 같았다. 메리가 디콘에게 말했듯, “이 정원을 깔끔하게 만들지 말자.” 나는 <비밀의 화원>을 오래 좋아했다. 버려진 땅에도 햇살과 손길이 닿으면 언제든 살아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그저 스스로 숨 쉬고 돋아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는 일. 그것이 진짜 정원이라는 말이 내 마음에 콕 박혔다.
나는 오랫동안 '취향 없이' 살았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어른이 되었고, 뒤늦게 아이를 낳았다.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아들을 낳은 일이었기에, 샛별 없이는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던 시간들. 그렇게 흘러가기만 한다면, 나는 언젠가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육아의 고단함을 적었고, 책장을 한 장 더 넘겼다. 1년 동안 읽고 쓰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무채색이라고만 믿었던 내 안에서 색이 드러났다. 빨강, 파랑, 노랑. 나는 다시, 나의 정원을 발견하고 있었다.
아침 줌으로 모여 읽는 영어 원서, 공복에 마시는 미지근한 물 한 잔,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문구 필사, 고전소설 한 권씩 정복하기, 점심 세트메뉴로 즐기는 태국음식. 이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취향이 내 곁에 자라나고 있다. 잡초와 흙먼지가 있으면 좀 어떠랴. 깔끔하게 다듬어진 정원보다, 씨앗이 스스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정원이 훨씬 더 살아 있다. 내 안에는 여전히 수많은 꿈과 취향이 자라고 있다.
“엄마, 나는 왜 마인크래프트가 좋아?”
아들의 귀여운 물음에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네모난 세계가 신기한가 보지.”
게임을 타박하기보다 여유를 부릴 줄 아는 내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이 집은 가족만의 공간이 아니라, 나의 비밀의 화원도 함께 숨 쉬는 집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정원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