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하이디의 산장

자연과 연결하는 와이파이

by 리앤

나에게는 작은 산장이 있다. 바로 뒷마당이다. 바람 소리, 새소리로 바로 이어지는 그곳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여름이면 화분을 갈아주며 오이, 호박, 고추를 키웠다. 겨울이면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인다. 나무가 촘촘히 서 있고, 밑으로는 개울이 흐른다. 밤이면 짐승 우는 소리가 더해져, 잠시나마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하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사는 스위스 동부의 산장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마음으로 자연을 느끼기에는 뒷마당이면 충분하다. 발밑 흙에서 늦은 봄 딸기가 자라고, 불현듯 스치는 바람은 산속의 바람 못지않다. 차 한 잔을 들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내 귀에 와 닿는다. 아, 이것이야말로 자연과 연결되는 와이파이가 아닐까?


얼마 전에는 동네 와이너리를 찾았다. 그동안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는데, 막상 앉아 보니 이렇게 낭만적인 곳인 줄 몰랐다. 노을 지는 저녁, 고즈넉한 나무의자에 앉아 있으면 나는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 뿌리내린 사람처럼 느껴졌다. 총총히 날아다니는 새, 은근하게 스쳐가는 바람, 바람결에 흔들리는 잎사귀, 줄 맞춰 자라는 포도송이들. 그 풍경은 자연의 위로와 고향의 위로가 겹쳐진 순간이었다.


도시에서도 자연은 늘 곁에 있다. 보이지 않는다면, 어쩌면 내 마음의 여유가 닫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로그아웃을 택한다. 디지털 디톡스. 잠시 모든 연결을 꺼두면, 삶은 자연이 주는 치유와 다시 이어진다.


주중에는 아이의 인터넷을 제한한다. 그러면 아이는 쫑알쫑알 말을 걸고, 종이책을 뒤적이고, 뒷마당에서 작대기를 휘두르며 논다. 와이파이가 없던 시절, 나는 다듬어지지 않은 한강 둔치를 초등학생인 또래 친구들과 자주 찾았다. 쓰레기가 조금 널브러져 있어도, 마구 자란 풀숲 사이로 보이던 탁 트인 강이 좋았다. 그 기억을 아이에게도 건네주고 싶었다. 와이파이는 꼭 미디어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자연은 늘 가까이에 있고, 그 와이파이는 끊기지 않는다. 알프스의 하이디가 산장에서 자연과 마음을 이어갔듯, 나의 미니 산장에서도 나는 오늘도 와이파이를 켜듯 자연과 연결된다. 내 마음의 업데이트! 엄마도 이렇게 조금씩 버전 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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