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한국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당시 나이 16개월인 정인이는 짧은 생을 살다가 갔다. 이 소식은 많은 이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이의 나이는 겨우 16개월. 생 후 6개월 된 아이를 입양했기 때문에 학대는 이미 그때부터 서서히,라고 봐야 옳을 수도 있다.
아이 하나를 낳고 엄마가 된 이후로 이런 안타까운 아이들의 죽음과 학대가 유독 마음을 쓰리게 한다.
'아, 내 아이보다 한 달 어리네. 내 아이보다 4개월 늦는구나'하며 비교하게 되지만, 결국 그냥 또래의 예쁘고 맑은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뉴스에 사건으로 등장할 때면, 명치끝이 찌릿하니 채기마저 돈다.
미국에서는 내 아이가 5개월 때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가 친아버지로부터 땅바닥에 내쳐지는 학대를 당했다. 아이는 역시나 사망했다. 이유는 말을 듣지 않아서, 힘들어서였다.
베란다로 생후 몇 개월이 안 된 자기 자식을 내던지는 사고도 종종 우리는 들어왔다. 학대를 하는 부모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부분이 우울증과 연결되기도 하는데 정인이 양부모만큼은 자기 과시, 욕구 충족 등 다른 것과 더 연결되어 보이기는 한다. 아직 수사 중이니 뭐라 얘기할 수는 없지만, 결코 인간이 저질러서는 안 되는 범죄임은 틀림없다.
16개월의 아이는 걷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질 나이이고, 많은 사물에 호기심이 일 나이이다. 우리 샛별이도 그랬다. 단, 16개월 접어들 때쯤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익숙한 건 아니어도 뒤뚱뒤뚱 걸음에 재미가 붙을 때였다. 아이는 이유식에 대한 소화가 점점 익숙해져서 브로콜리 같은 채소를 입에 넣고 오물오물 먹을 때이기도 했다. 특히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을 때라(물론 아이마다 다르겠지만) 요거트도 난장을 하며 입에 넣는 개구쟁이이기도 했다.
이 시기는 엄마가 너무 힘든 시간을 지날 때이기도 하다. 엄마의 몸이 바쁜 시기라고 해야 할까. 나는 계속 아이가 먹은 식탁 아래를 끊임없이 닦아내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촉감놀이라며 많은 걸 만지게 내버려 두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늘 일이 많았다. 잠도 쓰러지듯 자던 시절이었고, 늘 피곤은 나를 뒤따랐다.
그런 지침때문인지는 몰라도 내 자식이 미울 때가 있었다. 기저귀 하나를 갈면서도 아이가 수시로 몸을 비틀기 때문에 기저귀를 다 채우고 나면 내가 숨이 찰 정도였다. 이 쉬운 기저귀 갈기 하나가 나에게는 늘 도전이었다.
어느 날은 아이를 침대 붙잡고 서있게 한 후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아이 손이 닿는 곳에 튜브식으로 짜는 로션이 있었다. 그때는 인지를 하지 못했다. 서서 가는 기저귀가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며 갈고 있을 때쯤, 왼쪽 눈동자에 뾰족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나를 쿡, 찔렀다. 정신이 없었다. 무방비 상태로 정확히 왼쪽 눈을 찔렀던 것이다. 도구는 아이가 가지고 있던 튜브 로션 끝 모서리였다. 아이가 로션을 왼손에 잡고 있다가 몸을 왼쪽으로 획 돌리며 일어난 급작스런 사고였다. 나는 그때 실명이 되는 줄 알았다. 눈의 흰자는 이미 빨갛게 되었고, 한동안 눈을 똑바로 뜨기도 힘들었다. 이참에 나는 엉엉 모든 설움과 힘듦을 쏟아내며 울고 또 울었던 기억이 있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나는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 늘 갇혀 있었다. 내 몸이 힘들고 지치니 아이도 힘든 짐짝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신기하게도 밉다 밉다 하면 자꾸 아이를 나도 모르게 내쳐지게 되었다. 나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도 좋지 않았고, 매일매일 치워야 하는 일거리들은 해도 해도 늘어만 갔다.
아이는 과일을 먹다가도 손의 힘으로 다 짓이겨 식탁은 늘 난장판이었다. 밉다 했을 때 나에게 오는 것은 깊은 짜증과 함께 과중한 일거리였다. 하지만 사랑한다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을 비비고, 안아주며 아이의 체온을 그대로 느끼게 되면, 나에게 오는 건 사랑이었다.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실은 채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춤을 춘다든지 간지럼이라도 태우면 까르르르 웃어 보인다든지. 아이는 정직하게 엄마의 감정을 되돌려 주었다.
아무래도 전자와 후자를 번갈아가며 키우다 보면, 천국과 지옥을 맛보기도 하는데, 엄마는 그때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의 어린 시절,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를 떠올렸다. 말 잘 듣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늘 언니와 오빠에 치어 막내라는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두가 예뻐했지만, 언니와 오빠 가까이 갈 수 없는 그 무엇이 막내의 설움처럼 남아있었다. "너도 크면 그때" "넌 어리니까" 이런 식의 기억 말이다. 엄마가 되고 나니 왜 나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게 되었는지 나중에서야 초감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초감정(Meta-Emotion)이란, 감정에 대한 인식, 기억,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감정에 대한 태도, 믿음, 기분이다.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
가족은 감정의 관계이다.
이 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한 말이다. 나에게도 이 말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나는 10년도 더 전 그러니까 싱글이던 시절, 룸메이트로 들어가 산 집이 있었다. 아이 엄마는 나와 동갑이었고, 아이는 3살 여자아이였다.
동양적인 가늘고 예쁜 눈을 가진 아이였는데, 나는 그 아이가 준 허그가 기억에 남는다.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방으로 들어온 나는 침대에 축 늘어진 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3살 아이는 자기 손을 내 방문 밑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문을 열어줄 것을 기대했다. 그날은 그냥 혼자 쉬고 싶었는데, 아이의 행동이 계속될 것 같아 일단 방문을 열었다. 낮은 자세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쭈그리던 자세를 바로 세워 나를 꼭 안아주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지쳐있다는 걸 아는 아이처럼.
나는 생각했다. 혹시 내 눈이 슬퍼 보였나? 지쳐 보였나? 다른 때와 달라 보였나? 어쨌든 나는 적시적소에 아이의 단풍잎같이 작은 손으로 허그를 받았고, 그 허그는 마치 괜찮아, 같은 사인처럼 나의 마음에 평온함을 안겨 주었다. 가족은 아니었어도 한 집에 살며 아이에게 느낀 감정이었다.
남편이 그런 역할을 할 때도 있었다. 왜, 냐며 충분히 따지고 물어야 할 때 그랬구나, 하며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해줄 때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작 내가 자란 가정에서는 내가 먼저 따뜻한 적이 별로 없어 보였다. "네가 태어나던 날, 장독이 다 얼어 터졌지, 3월이었는데." 나는 그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래서 내가 지나가면 쌩~ 하니 찬바람이 부는 것 같다고. 나에게는 엄마가 내 감정의 쓰레기통인 듯 무엇이든 짜증 내며 엄마를 만만하게 보았던 사춘기 시절만 떠올랐다.
"엄마, 내 양말 어디다 놨어?" "엄마, 내 물건 왜 치워? 내 건 건들지 좀 마!" "엄마, 내 교복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같은 말들. 무의식 중에 엄마는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자식으로서의 잣대를 엄마에게 내밀었었다. 그때만 해도 철이 없던 시절, 나의 짜증은 온통 엄마를 향해 있었다.
그러나 가족은 감정의 관계가 맞다. 내가 감정코칭을 엄마에게 받고 자란 것은 아니어도 지금 나를 돌아보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지금의 나의 아이에게 좋은 코치를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득이라고 생각한다. 이치를 따져서 캐묻는 시스템은 가정 밖에서 얼마든지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정 안에서만이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편안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잘못된 감정의 코칭(부모가 화로만 아이에게 풀던가, 너 때문에 잘못된 거라는 죄책감 안기기 등)을 받고 자란 아이가, 치유 과정 없이 부모가 되어 다시 그 감정을 연약한 아이에게 학대로 퍼부을 수 있다.
2019년 아동학대 통계자료에 의하면,
총 42개의 가정 신고건이 있었다고 한다. 계부, 계모 입양을 통한 학대 사건은 3,4개 가정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보면 입양을 했다고 해서 학대를 더 받는다는 건, 우리의 편견일 뿐이다.
생 후 1세 미만의 말 못 하는 아동을 향한 학대는 57%나 많다.
육아를 한다고 하면서 우리는 과연 아이를 위한 양육을 하고 있었을까? 나처럼 수많은 육아서로 인해 혼란이 오는 아이 엄마도 있겠지만, 아예 관심조차 없거나,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학대를 끊지 못하고 계속 되풀이되는 마음 아픈 부모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학대 의심신고는 112이다. 신고가 되면 아동을 향한 몸과 마음 치료에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런 시스템에 대한 대책이 국가 예산으로 책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아동, 청소년 상담 심리전문가인 이임숙 소장은 말한다. 또 '인식'과 '시스템'이 우리가 바꾸어야 할 사항이라고.
<정인아 미안해 MKYU특별 영상에서>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양육을 하는 부모도 국가가 운영하는 저렴한 혹은 무료 산후우울증 상담이나 부모코칭을 받을 수 있도록 장이 더 활발히 펼쳐져야 한다고 본다.
엄마는 물리적으로 거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 정서적으로서의 엄마는 우리가 학습해야만 한다. 그래야 서로의 감정이 행복하다. 사랑을 주면 사랑이 오는 것처럼.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