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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Mar 20. 2022

빙글빙글 돌아가는 선생님의 하루

다시 신규가 되었지만


이제 6년 차 교사가 되어 나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3월 한 달 동안(아직 2주 남았지만) 정신없는 학생상담과 몰아치는 각종 업무로 왠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짱구의 하루라는 노래 가사가 저절로 떠올랐다.


일주일에 수업이 20시간이고, 보충수업까지 하면 총 5차시인데, 새 학교의 새 학생들이라 수업 준비만도 상당히 공을 들여야 하지만, 학기 초라 학급 분위기 조성, 상담, 전반적인 기초업무 등으로 수업 준비는커녕, 화장실 갈 틈도 없었다.


Literally,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아예 밥을 거르는 게 더 편하기도 했다.


일반 회사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이들이 수시로 찾아오고 짜여진 시간표대로 생활하기 때문에 등학교는 개인 시간이 거의 없다. 10시까지 이어지는 야자와 상담은 정말 군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그동안 어떻게 버텼으며, 솔직히 언제까지 교사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이전 학교에서는 20시간도 넘게 수업을 하고 학생부 업무까지도 맡은 적이 있었는데, 환경이 바뀌니 심적으로 더 부담이 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이 점점 꺾이는 게 느껴져서 스스로가 걱정된다. 고등학교에서 종종 쓰러지는 여자 선생님들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다만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최소한 교사 앞에서는)  순하고 공부 의욕이 있는 여자고등학교라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보람 있고 열심히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결국 버팀목이.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안정적이라도, 이 월급을 받고 굳이 교사를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힘든 인문계 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게 힘들지만 버티는 이유가 된다. 마 중학교나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일하면 또 다른 단점이 있고 보람이나 자긍심은 여기에서만큼은 취하지 못할것이다. 내 전문성보다는 아이들과 하루종일 씨름하거나 아예 포기하거나 무기력해질 수 있다.


그래서 교사로서의 가르치는 보람에 집중하며 내 건강을 챙기는 것이 결국 정답이지만, 언젠가는 정말로 이 직업을 진지하게 그만둘지 고민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든다.


인적인 역량을 더 발휘하면서 돈도 더 벌수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직업을 바꾸는 것이 낫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학교에 계속 있으니, 시야가 좁아지고 교직 문화 역시도 안전(?)하지만 서로 눈치를 많이 보는 분위기(이건 그냥 우리 사회 전반이 그런가?)라 답답하고 계속 몸을 사리며, 발전이 점점 없어진다.


다만 지금은 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길을 찾을때까지는 버텨야겠지.


지난 3년 동안 슬럼프에 빠져 우울한 적이 많았는데, 올해는 환경의 변화와 여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바쁘게 적응해나가는 것이 과제인듯하다.


바쁘니깐 생각이 적어지고 단순해지는 것은 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내가 열심히 해왔던 것들이 헛된 게 아니라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간이 줄어들고 노하우가 있으니깐, 업무량은 늘어도 감당은 된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어쨌든 살아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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