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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ul 29. 2022

살기가 싫다

사방에서 물어뜯긴 상반기

블로그 글을 업데이트해야지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글을 쓴다.


글을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구독해주는 분들이나, 덧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꾸준히 글을 써야지 생각이 든다.


'살기가 싫은 마음이' 목구멍에 차오를 때까지 참다가, 참다가 드디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드는 나 자신에 놀라 화들짝 글을 쓴다.


학교를 옮기고 좋은 일만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 크게 좋은 일도 그다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원래 기대치도 낮다.


그래도 나는 일에 있어서는 불평불만 없이 뭐든지 열심히 했다. 학생들에게도, 직장 동료들에게도 항상 먼저 배려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사심 없이, 교사로서의 책임감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학교를 옮긴 후, 결혼을 하지 않은 나이 많은 남자 부장이 학기초부터 교무실에서 가장 어린 나와 동료 선생님을 괴롭히고(자신과 어울려주지 않는다는 더럽고 꺼림칙한 이유를 교묘히 숨긴 채),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이것은 그나마 고마운 일이었나), 대들고, 말을 듣지 않고(그래 이것도 괜찮다), 아이들을 항상 수용하던 내가 아이와 울면서 싸우고, 급기야 이제는 한 학생이 자신이 왕따를 당했다며 터무늬 없이 학교폭력 위원회를 열겠다고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선생님이 노력해주신 것은 알지만,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상처를 받았단다.(내가 상담 시 같이 울어주던 것은 기억에서 삭제되었나 보다.)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나의 탓으로 황당하게 몰고 가고 학폭과 상관없는 작은 실수까지 언급하는 학부모의 발언에 나는 화도 울음도 나지 않았다.


그냥 언제나처럼 표정을 숨긴 채 포커페이스로 앉아있었다.


나는 원래도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잘 알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더욱이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인간의 밑바닥을 보게 되고 거리를 두게 된다.


원래도 기대가 없는 나였지만, 점점 더 사람에게 실망할 일만 생겨 이제는 마음이 돌처럼 굳어졌다.


저번 학교에서는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은 있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면 잘 성장하기만 하면, 돌려받지 못해도 뿌듯했다. 학부모와도 최대한 학부모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들어주려 했다.


그런 내 노력이 이런 식으로 결국에 돌아올 줄을 몰랐다.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나.


결혼을 못해서 직장에서 여자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남자 부장의 비위를 맞춰주고, 술도 같이 마셔주고, 왕따를 당한다는 피해망상증이 있는 아이 편에 서서 공감해주고, 버릇이 없는 아이에게 숙이고, 굽혀주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이런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로 친절하게 했어야 했는가.


가만히 있어도 사방에서 물어뜯기는 듯한 기분이 든다.


중요한 것은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으면 언제든 그렇게 하고 빠져나간다.


상황이 안 좋아지면, 학부모든, 아이들이든, 동료 교사든, 교감이든, 교감이든 모두 내 탓으로 돌릴 것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담임교사는 중간에서 물어뜯기가 딱 좋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인간이 원래 그런 것이다.


문득, 그냥 내 인생이 원래 사방에서 들들 볶이면서 살아왔었지 이런 자조적인 생각도 든다. 그래 그렇지, 부모도,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 항상 모든 걸 혼자서 헤쳐왔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참 많았지, 그걸 계속 외면해왔는지도 ..... 어쩌면 나는 그냥 내 인생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살고 싶지가 않다.


의지할 곳이 없고 사람이 싫다. <살아서 뭐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절망, 이라는 단어가 알맞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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