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올렸던 심각했던 학교폭력 사건(혼자서 학폭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은 신기하게도 글을 올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급속도로 해결되었다. 그래프가 정점을 찍고 바로 내려가듯이 말이다. 나는 쥐구멍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기분이었다.
문제 학생 스스로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말했고, 날벼락을 맞은 학생들의 마음의 상처는 어쩔 수 없었으나 잘 다독이고 없었던 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여러 사소한 문제가 몇 개 더 생기긴 했지만, 워낙 큰일이 지나가서 그런지 이제는 무덤덤하다.
무엇보다도 일어났던 일/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되돌아보면, 아이들이 일종의 성장통을 크게 겪고 있는 것 같다(어쩌면 나이가 먹을 만큼 먹은 나도). 같은 교무실에 계시는 아이를 키우는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아이든 무사히 키우는 거 자체가 쉽지 않고, 한 차례의 큰 고비는 다 있다'라고.
나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개성이 강한 아이들 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성적이 낮아 학교에서 자존감을 형성하지 못한 아이들, 그러면서 가정에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애정을 갈구하여 이상행동을 하는 것이 결국 문제행동으로 발현된다.
어떤 경우든 아이들이 저지르는 행동 중에,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나 원인이 없는 행동은 많지 않다. 원인은 사랑과 관심의 결핍 혹은 부재다.
학기 초에 교무실에서 이상하게 굴던 몇몇 남교사들의 행동(여전히 꺼림칙하다)도 결론은 사회생활을 빙자하여 살면서 받지 못했던 부족한 이성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원인은 하나다.
다만 모든 일들이 연초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그리고 체력적으로든, 심적으로든 나는 작년부터 이미 너무 지쳐있었고 이제는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했다고 여겼던 인간 공부를 톡톡히 했다.
글을 쓰다 보면, 누구나 그렇지만 마무리는 묘하게 긍정적으로 쓰게 된다. 나의 천성도 어떻게든 결국엔 버티려고 하는 편이다. 작년에는 글을 쓰면서 브런치 독자님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내 감정을 상당 부분 쏟아낸 것 같다. 올해는 그런 시간이 부족하고 그럴 기력이 없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었다.
고요히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운동하고, 산책하고 되도록이면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고 하반기를 마무리하고 싶다.
아직 쓰고 싶은 주제가 많다. 하반기에는 꾸준히 글을 올려야겠다.
나의 글이 위안이 된다는 분들이 종종 덧글을 달아주셔서 참 감사하다. 대부분의 글들이 자기 연민과 자기 위로에 빠져있는 것 같아(실제로 그렇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누군가가 위안을 얻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내 감정을 확인받은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지금 이 시간들이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임을 믿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