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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4개월 후기

육체보단 정신의 효과가 상당

by 클로이



러닝 한 지 드디어 4개월째다.


원래도 뭔가를 결심하고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편인데(중간에 끊기는 일이 있어도 잘 포기하지는 않는 것 같다), 뭔가를 이렇게 '자발적으로' 매일 하기는 처음이다.


그것도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든 것을 말이다. 러닝 크루에서 매일 10km씩 뛰는 사람들을 보고 미친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이제 거-의 매일 뛰고 있다.


왜 나는 러닝에 몰입하게 되었을까?


처음에는 나온 배를 집어넣으려고(이제야 살짝, 미세하게 배가 들어갔다. 결론: 다이어트는 그냥 식단이다ㅎㅎ)


러닝을 시작했지만, 다이어트는 이제 부수적인 목표가 되어버렸다.


사람들과 같이 뛰는 게 재밌어서?


물론 러닝 크루에 들어와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혼자 뛰는 것보단 훨씬 즐겁지만, 자발적으로 혼자 뛰러 가는 걸 보면 그것도 주요한 이유는 아니다. 원래 성격이 친목을 그다지 즐기지도 않는다.


매일 뛰러 나가게 되는 이유는, 그동안 나의 삶 전반을 지배해 왔던 정신적 강박증과 완벽주의가 많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하고, 나 자신에 대해 채찍질을 하고, 무언가 조금이라도 나날이 발전하지 않으면 불안했던 마음이, 이상하게도 땀을 쫙 빼면서 뛰고 나면 안정이 된다.


육체적으로 신체를 소모해서 에너지가 빠져서 강박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 같은 느낌도 있겠지만, 정말 김주환 교수님 말처럼 뇌과학적으로 '편도체가 안정화'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생각지도 못한 정신적인 안정감과 즐거움이 크다.


특히 러닝에서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정신적인 충족으로 이어지고 휴대폰이나 음식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심리'도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러면서 감정기복도 같이 줄어들고 부정적인 습관을 통한 악순환도 해소되는 느낌이다. 말 그대로 건강한 도파민이다.


건강한 도파민을 한 번 느끼면, 건강하지 않은 도파민(자극적인 음식과 콘텐츠 시청,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람과 환경 등)을 더 잘 인지하게 된다.


그러면서 러닝을 통해 체력이 좋아지고 마음이 안정되니,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나가고 싶은 욕심도 더욱 생긴다. (이것도 하는데, 다른 건 왜 못해? 느낌으로)


어떨 때는, '뱃살이 쪄서 정말 다행이었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동기가 없었다면 애초에 러닝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


요즘에는 10월 마라톤 준비를 위해 10km 연습을 하는 중이다.


보통 속도로는 겨우 5km밖에 뛰지 못해서 일단 엄청 느리게 10km 적응을 한 뒤 속도를 높여야 할 듯하다.



사실 속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10km를 뛰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기대된다.


인생에서 '속도'와 '결과'를 신경 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



그러고 보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나 자신을 남들과 비교했는지도 모른다. 늘 잘해야하고, 뛰어나야하고 그래야만 즐길수 있다고 착각했는지도.




6개월 차에는 어떤 변화가 또 기다리고 있을까? 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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