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에너지 뱀파이어들

애정결핍은 도처에 널려있다

by 클로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버거웠던 것은 아이들 때문도 아닌, 일도 아닌, 내 주변의 나에게 의지하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하소연과 징징거림) 한동안 그런 사람들을 의도치 않게 받아주면서 느낀 것은, 나는 돌아보면, 대학교 때부터 항상 그런 사람들이 꼬였다는 것이었다. 범상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탓인지, 어른스럽고 차분함 때문인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 주로 나에게 의지했다.


사실 그런 사람들은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것은 없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자아에 함몰되어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내 마음이 가장 힘들 때 나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도 없었다. 내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나는 어쩌면 내가 비정상이라서 정상인들을 불편해했던 것이었나?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나보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을 받아주면서 우월감을 느끼려는 전략이었나?


남자든, 여자든, 나는 살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주변에 잘 없었던 것 같다.


어딜 가든 인기는 많지만,
풍요속의 빈곤이었다.


내가 사회생활을 만난 에너지 뱀파이어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나처럼, 에너지 뱀파이어들을 끌어당기는 유형이 아니더라도 사회초년생들은 결국에 한 번은 그들과 마주하게 된다.


에너지 뱀파이어들(a.k.a. 미성숙한 자아를 가지며 남에게 감정을 전이하거나 쏟아내는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사뭇 다르다.


남성들의 경우에는 주로 나르시즘 유형과 오타쿠 유형, 열등감으로 가득 찬 마마보이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은근슬쩍 전이하려는 쪽은 아니며 오히려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 대해 가스 라이팅을 하거나 공격성을 띠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남성들은 자신에 감정에 대해서 서툴면서도 자기 검열을 하지 않는다. 자신을 과신하거나 무딘쪽이 많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서 그냥 아주 '잘' 살아가거나 아예 사회와 담을 쌓고 고립된다.




그러나 여성들은 다르다, 특유의 관계지향성과 공감능력, 사랑받고자 하는 강한 욕망으로 인해, 자기중심이 부족하고 미성숙한 여자들은 사랑받기 위해 여러 전략을 취한다.


이글의 주인공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여자 에너지 뱀파이어들이다.

다음과 같이 분류해보았다.


a. 여왕벌형: 주로 일을 잘하며, 승진 욕심이 있다. 인정 욕구가 매우 크며, 자신의 무리를 만드는 것에 민감하다. 겉으로 보면 남자처럼 단순한 일면도 있고, 넉살이 좋으며 윗사람들에게 아부를 잘 떤다. 하지만 자신에게 부정적이거나 굽히지 않는 사람은 배척하고 질투도 심하다. 여왕의 곁에는 시녀 같은 무리들이 있다. 여왕의 비위를 맞추고 이득을 본다. 여왕벌형은 굽히고 들어가면, 다루기 쉽다. 그러나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다. 험담의 중심에 있다. 친해도 어떻게 될지..
b. 외로운 징징이 형(가장 많음): 보편적인 에너지 뱀파이어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다룰 줄 모르며, 자신을 받아주는 친구나 직장동료에게 몇 시간이고 감정을 쏟아낸다. 주변의 인간관계가 협소하며,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이상적인 연애관계를 항상 꿈꾼다. 남자 친구가 있을 때는 그나마 안정되어있다가, 남자가 없으면 여자 친구들을 남자 대신으로 생각하고 기댄다. 내면에는 부모님에게 인정받지 못한 어린 소녀가 있지만, 스스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직장에서도 모든 관계를 지나치게 사적으로 대하고 자기편, 자기편이 아닌 사람을 가른다. 흡사 여중생을 보는 듯하다. 자신의 감정에 하루 종일 휘둘려 다니며, 타인 의존적이라 스스로 행복을 찾기 힘들다. 사실 너무 많아서 에너지 뱀파이어라고 하기도 힘들다.
c. 주눅 든 화초형: 외로운 징징이형처럼 타인을 지나치게 갈구하지는 않는다. 언뜻 보면 안정되어 보이고 사람이 순수하고 착하다. 그러나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자주 하거나 맥 빠지는 소리를 많이 한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기 때문에 독립성과 자신감이 부족하고 스스로를 제한한다. 삶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 관계를 맺기에 무난한 유형이지만, 같이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d. 마인드 컨트롤형: 가장 심하게 꼬인 유형. 이 유형은 열등감이 지나치고 그것을 타인을 조정함으로써 푸는 유형이다. 특히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여자들을 대상으로 친해진 후,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 많다) 은근슬쩍 자존감을 깍아내리기 시작하여 행동을 조종한다. 불행할 때는 잘해주고, 좋은 일이 있으면 본색을 드러낸다. 본인이 자신감이 없고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타인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타인의 불행을 통해 행복을 찾는다. 이런 유형들은 겉으로는 잘 모른다. 친해지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언뜻 보기에는 현명해 보인다. 사람의 심리에 대해 정통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상적인 자아상(사랑받는 자아상)에 몰입된 채, 자신의 진짜 모습을 회피하는 유형들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본 심리에는 여성성에 대한 수치심과 자기혐오가 깔려있으며(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자존감을 깎아내린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머니의 영향력이 매우×2 크다), 외견상으로 봤을 때도 크게 안정되어 보이지 않는다. 본인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그러한 내면의 스트레스를 타인에게서 보상받고자 한다. 그래서 에너지를 빼앗아가고.


자기 사랑의 부족, 그로 인한 연애나 결혼에 대한 지나친 환상과 집착(자신감이 부족한 여자들은 항상 이쪽으로 결론이 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사랑받는 것 같은 여성들에 대한 질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회피 전략.


이런 사람들을 여럿 겪다 보니, 이제는 인상을 보고, 대화만 조금 해보아도 사람을 분류할 수 있게 되었다.


덧붙여서, 사람들은 결국 내면적으로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그것이 어떻게든 드러난다는 것과 생각보다 자신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감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믿음.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


이제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확실히 좋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는 건 내 몫일 것이다.


나를 거쳐간 에너지 뱀파이어들은 사실은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것도 안다. 내가 눌러놓은 내 안의 어떤 억압적인 감정들을 그들이 보여주었을 것이다.


사랑받지 못한 열등감과 수치심, 자기혐오 같은 저 밑에 숨겨놓은 감정들, 어두운 터널 같았던 어린 시절에 내가 스스로 눌러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그들을 통해 나는 약간의 인간혐오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되었다.


다만, 이제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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