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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Sep 19. 2021

센 언니들의 대본 없는 배틀

<스우파> 리뷰

미뤄왔던 <스우파> 리뷰를 드디어 쓴다. 


요즘 화제인 <스우파>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줄임말로 여성 댄서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우후죽순 양상 되었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사이에서 차별화를 둔 것으로 보이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스우파> 관전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여성 댄서들의 실력에서 오는 단단한 자신감과 카리스마, 전문성이 아닐까 싶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다. 요즘에는 이런 여성 캐릭터를 두고 '센 언니'라고 하던데, '세다'라는 말의 의미가 뭔지는 몰라도, 댄서들 뿐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비단 tv프로그램(예전의 환불 원정대나 요즘 인기가 많은 식스센스 등, 기존의 여성 예능 캐릭터와 차별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에서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당당한 여성상이 자연스럽게 인식되었으면 한다. 자기표현을 억제하고 눈치를 보며, 타인이 원하는 모습대로 행동하는 '참한 유교걸'은 이제 너무 고루하고(여전히 세상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는 여자들이 많다.), 그렇게 살아봤자 자신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 


나도 방송댄스와 힙합 등을 3년 동안 배웠었는데, <스우파>를 보고 다시 한번 댄스 학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글쓰기만큼이나(아니 더!) 재밌는 것이 춤이다. 자신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우파>에서는 여성댄서들의 서로 다른 개성과 춤 스타일로 정말 눈이 즐거웠다. 그 밖에도 여성 특유의 따뜻한 리더십이 돋보였고, 그들만의 끈끈한 연대가 많은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각 크루의 리더를 중심으로 내가 느낀 점을 정리해보았다. 


1. 매력 넘치는 사기캐 Ygx 리정

리정이라는 친구는 나이가 꽤 어린 친구인데, 첫 등장부터 엄청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표정에서 오는 자신감이 장난이 아니고, 나이가 어린데 이 정도 기가 센 사람은 진짜 오랜만에 본다ㅋㅋㅋ) 


그런 점에서 나이가 어린데 크루의 리더를 맡고 있는 부분이 이해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원픽은 리정일 만큼,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여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이돌 ITZY의 안무를 맡아 유명하다고 하는데, 포인트가 딱딱 떨어지는 깔끔한 안무가 그녀의 스타일이다. 그리고, 멤버들 간의 합이 잘 맞고 디테일이 딱딱, 떨어져 보는 사람에게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케이팝 4대 천왕 미션에서 왜 보아가 YGX에 고득점을 주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 말고도 리정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 그녀의 팬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댄서이다. 


귀여운 눈웃음에서 똘끼 있는 표정으로의 순식간의 변화^^ 최고다!, 스우파 최고의 명장면!


그녀를 보면 드래곤볼이 떠오른다


2. 여배우 같은 힙합댄서

너무 이쁩니다...


 노제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은, '진짜 너무 예쁘다, 배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상에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hip 함'이 물씬 느껴진다. 출중한 외모 때문인지 댄서들의 견제를 많이 받았는데, 리더 계급 미션에서 안무가 채택되고 메인 댄서로 선발되어 실력까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노제의 특징은 인형 같은 외모지만, 춤을 출 때는 중성적인 힙합 댄스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하체의 움직임이 굉장히 날렵하고 가벼워서 다른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출 때도 그 점이 돋보였다. 아쉬운 점은, 안무 루틴이 다 비슷비슷하고,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 표정이 무표정으로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인데 아직 어린 만큼 연륜이 쌓이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 생각보다 무뚝뚝한 사람들이 많은데, 노제도 역시 다른 댄서들에 비해 성격이 무던해 보이고 감정 변화가 크지 않아 보인다(정글 속에 던져진 양 같았다..) 마지막에 탈락할 때는 우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웨이비'는 다른 크루들과 비교했을 때 색깔이 확실했다. 그들만의 개성을 더욱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사람인지 인형인지? 이런 느낌이다


3. 눈물의 재회, 허니 제이와 리헤이

이번 스우파에서 가장 화제가 된 '허니 제이'와 '리헤이'는 원래 같은 크루에서 동고동락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리헤이가 다른 크루로 가게 되었고 두 사람은 이후에 사이가 멀어진 모양이다. 그런데, 스우파에서 재회를 하게 된 것이다. 댄서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의 결별은 유명한지, 배틀이 시작되기 전 난리가 났다.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끝나고, 놀랍게도 허니 제이가 리헤이에게 먼저 포옹을 했다. 그 장면에서 허니 제이의 대인배스러운 성품과 리헤이의 울컥함이 느껴지면서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배틀에서 춤마저도 비슷하게 추었던 두 사람...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 메이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 사람의 크루인 <홀리뱅>과 <코카 앤 버터>는 그야말로 노련한 실력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제와의 댄스 배틀에서 보여준 리헤이의 춤이 너무 인상 깊었다. 어떤 노래가 나와도 여유 있게 소화할 것 같은 짬밥이 느껴졌다^^


뭉클 ㅠㅠ



4. 워할 수 없는 잔망스러움의

가비와 라치카의 '리안'과 '시미즈'
가비의 헤드스핀 기술


가비는 크루 <라치카>의 리더로 첫 등장부터 그야말로 존재감 뿜 뿜! 전형적인 교포 언니 느낌으로 댄서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라치카' 멤버들 자체가 느낌이 '잘 꾸미고 잘 노는 섹시한 언니들' 느낌인데, 리더 가비는 그중에서도 캐릭터가 제일 확실하다ㅋㅋㅋㅋㅋ 정말 화려한 성격인데, 특유의 잔망미로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다. 처음에는 기가 엄청 세 보이는데, 결정적일 때 귀엽고 애교가 넘치신다. 특히, 허니 제이의 크루 홀리뱅과 파트를 두고 협상할 때 가비 특유의 의사소통 기술이 빛을 발했다. (허니 제이가 가비의 잔망과 말발에 넘어감ㅋㅋ) 사업을 해도 잘할 것 같은 캐릭터인데, 역시 속눈썹 사업을 하고 계시는 중. 


라치카의 안무는 '스타일리시함'이 돋보이고(청하의 춤을 맡아 유명하다) 댄서들 각각의 기량도 뛰어나다. 안무를 했을 때, 전체적인 선이 가장 예쁜 크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5. 상의 짝꿍, 니카와 립 제이

너무나 다정한 두 사람ㅋㅋㅋ 쿠로미와 마멜 커플같다. 물론 쿠로미는 모니카다.

<프라우드먼>은 크루 전체에서 가장 '포스'가 넘치는 그룹인데, 댄서들 사이에서도 실력 있는 크루로 유명한 것 같다. 특히 그중에서도 리더 '모니카'와 왁킹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립 제이'의 조합이 은근히 웃긴다. 스우파 전체에서도 경력이 많은 두 사람이라 각각 혼자 있을 때는 카리스마가 어마 무시한데, 같이 있으면 세상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이인 것 같다. 유튜브 채널을 보니 같이 사시는 것 같은데 잘 어울린다 ㅎㅎ


춤을 어찌나 잘 추시는지, 모니카의 컴백홈과 립 제이와 로잘린의 대결을 봤을 때는 오금이 저렸다. 등장만으로도 분위기가 확 바뀌는 힘을 가진 것 같다. 그게 타고난 재능과 경력이 아닐까!


댄서 직캠까지 등장!

두 사람의 활약상을 기대해본다^^


6. 스마트하고 유머러스한 전략가, 아이키

그녀를 보면 피구왕 통키가...생각이 난다!


아이키는 최근에 가장 유명한 댄서 중 하나로 각종 예능에도 나오고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싶다. 특히 틱톡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유튜브를 보니 짧은 동영상 위주로 많이 올리시는 것 같다. 아이키의 최대 강점은 춤에 자신의 '익살스러움'과 '끼'를 잘 녹여낸다는 점인데 참 대단한 능력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자신의 크루에 불리한 상황이 와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잘 취하고 심각한 분위기도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잘 극복을 해낸다. 


오히려 이번 <스우파>에서 춤보다는 그녀의 사회성과 의사소통기술, 리더십이 돋보였다. <훅>이라는 크루를 이끌고 있는데, 상당히 어린 친구들과 같이 팀을 꾸린 것 같은데 리더로서 전혀 위화감이 없다. 특히 4대 천왕 미션에서는 본인의 색깔을 죽이기 위해, 핑크 가발을 맞추어 미션을 해낸 점이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다른 멤버들이 눈에 들어왔다..(그래도 아이키가 춤을 잘 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눈에 확 들어옴)


영리한 전략

7. 햇살 같은 효진 초이와 안타까운 이채연

따뜻한 리더 효진 초이

효진 초이는 원 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댄서로 유명한 분이신데, 이번 경연에서는 원트라는 크루의 리더로 출연했다. '허니 제이'와 더불어 따뜻한 성품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아이돌 이채연의 연이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그녀를 응원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큰 키와 모델 같은 비율로 춤을 출 때 시원시원해 보이는 것이 그녀의 강점인 듯하다. 앞으로의 미션에서는 효진 초이의 개성이 더 보였으면 좋겠다^^


아직 어린 이채연! 더욱 강해지길


이채연은 아이즈원의 멤버로 유명하나, 이번 스우파로 가장 힘들었던 사람 중 하나이다. 아이돌 사이에 있을 때는 춤을 독보적으로 잘 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전문 댄서들 사이에서는 카리스마나 기량이 여러모로 많이 부족해 보였다. 무엇보다,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이나 열정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춤'은 깔끔한데, '본인의 색깔'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아이돌로서 활동하다 보니, 자신의 개성을 짧은 시간 안에 드러내는 배틀에는 불리할 터.


프로듀스 101에서도 '천사 리더'로 유명했다고 하니, 원래도 성격이 많이 순하고 착해 이번 경연에서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겨우 21살이니, 더 강해지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생긴 쓰레기인걸) 알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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