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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ul 07. 2021

(잘생긴 쓰레기인걸) 알고 있지만..

드라마 <알고 있지만> 리뷰

1. K 드라마 역사상 초특급 비주얼, 존예 한소희, 존잘 송강의 케미

2. 그러나 보고 나면 트라우마가 다시 도지는 것 같고 없던 트라우마도 생기는 본격 과거 소환 드라마.

3. 그래도 송강 때문에 본다.


알고 있지만 리뷰(=잘생긴 쓰레기를 조심하자) 시작합니다. 필자는 웹툰을 이미 다 보았기 때문에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유나비/한소희

 드라마의 주인공은 부부의 세계에서 열연을 펼쳤던 존예롭게 등장한 신예. 한소희이자 캐릭터의 이름은 유나비. 평범한데 좀 예쁜 여대생으로 미술을 전공했다. 드라마의 초반부에는 유나비가 아주 질이 좋지 않은 전형적인 가스 라이팅 또라이 학원 선생이랑 사귀다가 헤어지는 슬픈 과거가 나온다. 이 드라마(웹툰)의 강점은 드라마에서나 일어날법한 일인 것 같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을 그린다는 것이다.

드라마 <알고있지만>

 유나비가 만났던 또라이 학원 선생도 전형적인 여자를 밝히면서도 혐오하는 정신이 뒤틀린 범죄자 유형(일반인과 범죄자의 경계라고 해야 하나)이다. 특히나 예술을 전공한 쓰레기답게 유나비와의 관계 중 유나비의 뒷모습을 조각으로 본떠 자신의 작품으로 남겼다. 본인은 사랑해서 그런다고 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풀기 위해 무슨짓이든 할 인간이다. 이런 인간 티비에만 나올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 주변을 보면 엄청나게 많은 유형의 남자이다. 유나비를 조각상으로 만든 것을 조금만 바꿔서, 여자 친구의 은밀한 사진을 찍는다던가, 공공장소에서 스킨십이 과도하게 심하다던가, 집착이 심하고 질투가 도를 넘었다던가, 가스 라이팅을 하며 인정받지 못한 남성성을 과시하려 한다든지... 다 같은 유형이다. 오히려 송강 같은 쓰레기 타입이 드물지(일단 그런 외모가 드무니깐), 유나비의 구남친은 매우 현실적이다.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서 여성을 사랑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일그러진 남성성과 성욕을 드러내려는 남자들이다. 이런 타입은 또래 나이의 여자를 만나지 않는다(일단 여자와 연결될 일이 별로 없다, 여자들이 피하니깐),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자아형성이 덜 된 미성년자나 20대 초반의 어린 여대생들, 나이만 많지 매우 미성숙한 이상한 여자들... 자신이 휘두르기 쉬운 순종적인 여자애들을 만난다. 본인이 어린아이의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성인 여성을 만나면 두려울 것이다.

웹툰 <알고있지만>

 여하튼 각설하고, 유나비는 이런 구남친과 헤어지고 드디어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마치 일본 순정 만화 <허니와 클로버>가 생각나는 두근거리는 대학생활을 시작했으나, 끝판왕을 만나버린다. 연애에도 단계가 있다면, 연습게임을 좀 하고 끝판왕을 만나야 할 텐데, 두 번째에 벌써 최종 보스를 만난 격이다. 송강(박재언)은 잘생겼다. 그냥 잘생긴 게 아니라 조각상 같다. 그리고 여자 마음을 잘 알고 치고 빠진다. 여자한테 좋은 티를 내는 보통 남자들처럼 아니라, 티 낼 듯, 말듯, 좋아할 듯, 말듯 사람을 가지고 다. 목 뒤의 나비 문신도 의미심장하다. 하필 내 이름도 나비인데? 어어? 하면서 유나비는 거미줄에 걸려든다.


 그렇다. 그는 거미다.


문제는, 유나비가 멀쩡한 정신을 가진 여자였으면 두 가지 선택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미와 춤을 추든가, 거미줄에서 나오든가


 그러나 유나비는 이미 정신이 병든 설정이다. 부모님의 이혼과 모성애가 없는 어머니(웹툰에서는 어머니가 남자와 자주 있는 것을 보고 자랐다)의 콜라보로 유나비는 정상적인 아버지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남자를 판단 안목도 여유도 없다. 아버지의 품을 느껴보지 못한 유나비는 본능적으로 성격이 센 남자나, 이상한 남자가 끌리게 된다(본인이 약하기 때문에 의지할 대상을 찾고 남자를 너무 좋아함). 구남자 친구는 성격이 이상한 범죄형 사이코였다. 이번에는 잘생긴 사이코다.


 그래서 유나비는 속고 만다. 그의 목 뒤에 있는 섹시한 나비문신과 그의 눈빛에, 그리고 여전히 멘탈이 과자 부스러지듯이 부서지는 그녀 자신에게. 유나비는 그에게 완전히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3화 기준)


  이번에는 거미에게 눈길을 돌려보자, 거미는 왜 거미가 되었을까? 그것도 나비 문신을 한 채로....

 

거의 똑같은 송강/박재언

 박재언도 유나비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가정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설정이다. 지나치게 무심하고 냉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그의 인간성은 말살되었다. 하필, 얼굴이 잘생겨버린 바람에, 여자들이 가만히 있어도 숨 쉬듯이 붙는다. 이것이 유나비 구남친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여자들이 오지 않으면 한 명의 여자라도 스토커같이 집착할 수밖에 없다. 언제 또 걸릴지 모르니깐.

 그러나, 여자들이 스스로 다가오면 다수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다. 곤충채집을 하듯이. 약자를 가지고 하는 놀이. 그게 그가 유나비에게 가지는 감정이다. 여기서 박재언이 정말로 사이코인 점은, 여자를 가지고 놀려는 바람둥이 도처에 널려있지만,

 박재언은 단순히 여자와의 관계악의없이 즐기는 바람둥이(오는 여자 안막고 가는 여자 안막는 밉지 않은 자유영혼st)보다는 여자가 자신에게 정신적으로 넘어오는 과정, 흔들리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고 우월감과 경멸을 느낀다.


 그래서 악질이다.


박재언의 전여친. 드라마보단 웹툰이 더 이미지가 맞다. 실사 배우는 너무 똑부러지는 느낌..  아예 웹툰처럼 빙썅st가 더 그럴듯함.

 그런 그에게도 순정(마음은 못가진 여자^^)은 있었다. 중간에 등장하는 박재언의 전여친?전썸녀로 추정되는 여자가 있다. 아주 당당하고 매력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나비에게는 없는 자기중심이 있다. 이 여자한테는 박재언이 뭔가 절절매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모든 것은 상대 우위가 있지 않은가? 그런 것을 보니 역시 (나쁜) 남자는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다'는 것을 또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나쁜 남자도 더 정신 레벨이 높은 여자 앞에서는 함부로 하지 않는다....


웹툰 <알고있지만>, 유나비는 애정결핍이 심해서 어떤 행동이든 의미부여가 심하다.

 유나비는 이 모든 서사와 정신적 심리게임을 모른다. 그래서 바보이다. 그래도, 이런 쓰레기 같은 연애를 몇 번 하고 나면 각성해서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 경험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과연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보는 모든 시청자들이 박재언의 얼굴과 목소리에 홀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유나비, 얘 어떡하냐? X 됐구나..

그녀를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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