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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an 30. 2022

새 출발과 헌 출발

2022년을 시작하며


12월 말쯤에 방학을 하고 근 한 달간 늦잠과 유튜브, 운동, 걷기 등 시시콜콜한 활동 들로 일상을 채웠다.


이제야, 겨우 다시 글을 쓸 의욕이 생겨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새삼 방학이 참 고마웠다.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나는 지금쯤 방전되어 혼이 빠졌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시간을 낭비하면, 다시 낭비하고 싶지 않아 진다. 의욕이 사라지면, 또다시 올라온다.


그동안 이사를 하고, 집을 꾸미고 새로운 도시에서 출발할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3월이면 지금의 직장을 떠나 두 번째 학교로 출근하게 된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슷한 학교이기 때문에 처음 한 달만 아이들과 환경을 파악하고 나면, 모든 것이 이전과 비슷할 것이다. 일은 변하지 않지만, 장소만 옮긴 것이다.


그래서 새 출발도 아니고 완전 또 새 출발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딘가쯤이다.


교사로서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가르치는 것도, 사회생활에서의 태도도 어느 정도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이제는 더 이상, 신규교사도 사회생활 초짜도 아니다. 그렇다고 베테랑도 아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지만, 여러 경험으로 인간의 본성을 잘 알기 때문에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고립되면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적당히 어울리고 화합하며 나 자신을 속인다.


서른이 되었고, 이제는 어리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젊은 나이인 것을 안다.


그렇게 지금의 나는 여러모로 중간지대에 있다. 삶에 대해 지나치게 열정을 가질수도, 그렇다고 완전히 희망을 버릴 수도 없는 지대다.


현실을 깨달아가면서, 어릴 때 가지고 있었던 반짝반짝했던 꿈과 희망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사라졌지만, 나에게 집중하고 일상을 즐기는 것이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을 절감했고 그것이 또 다른 정신적 자산이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잃게 된 것도 많고, 깨달은 것도 많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새 출발이지만, 속으로는 새 출발이 아닌, 헌출발이야,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지 않은 채로 다시 출발한다는 의미이다.


새 출발이라고 하면, 너무 부담이 되지 않은가.


에 대해서 좋기도, 싫기도 한 나의 이 지독한 양가감정이 올해에도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며 나라는 인간을 지탱할 것이다.


올해는 작년처럼 중간에 튕겨나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가급적 지양하자.


열심히가 아닌, 심심한 듯 재밌게 사는 서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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