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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an 31. 2022

슬럼프와의 질긴 인연

(Feat.3년째 밀당 중)

임인년이 되니 정신이 드는지, 방학이라 굳은 머리가 돌아가는지 지난 3년을 돌아봤다. 메타인지를 한번 발휘해보자.


2019년

직장 슬럼프, 운동 일탈, 인생 최악의 나쁜 남자

2020년

정신적 충격, 인간에 대한 불신, 코로나 블루, 스쳐 지나가는 실속 없는 인연들.

2021년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시도, 브런치 및 운전 시작, 건강 악화, 일이 너무 싫은 마음, 스쳐 지나가는 실속 없는 인연들 2.


'일이 너무 지겹다. 열정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화끈한 연애로 좀 풀어보려 했는데, 심하게 데어서 인간 불신까지 쌍으로 겹쳐서 울증이 은은하게 악화됨'


요약하면 이렇다.


모든 것의 시초는 직장생활 3년 차에 열정을 잃어버린 것이었고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3년 동안 죽을 쑨 것이었다.  계속 불행했다.


왜냐면 항상 폭주기관차처럼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눈앞의 것을 성취하며 살아왔었기 때문이다. 원래 중간이 없는 인간이었고 균형을 잘 잡지 못했다. (물론 겉으로는 언제나 차분한 퍼펙트 모범생이었지만)


취업이라는 큰 목표를 완수하고 열의를 잃어버리자 그래 일은 집어치우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봐야겠다는 다른 목표를 세웠는데, 그만 그 사달이 난 것이다.


모 아니면 도라 했던가.

 

애초에 내 사고방식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성취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성향, 과정을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 조급한 성질과 거기에  받쳐주는 끝내주는 행동력, 때마침 찾아온 안 좋은 인연들의 이상한 콜라보의 지난 3년.


슬럼프도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라는 신호였다.


그놈의 성질 좀 고치라고..


아. 그랬구나.


겉모습과 다르게 물과 불이 부딪히듯 한 번씩 팍팍 튀는 나의 감정 기복이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었다.


삶의 열정은 언젠가 당연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사라지면 다른 대안을 찾아 균형을 맞춰나가야 했는데, 왜 그랬을까 싶다. 너무 급했고 빨랐고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측면에서 이런저런 상처를 많이 입었다.


내 안의 어둠과 여린 마음을 깊게 들여다봤다.


다르게 말하면, 나는 그만큼 열정이 중요한 유형의 사람이고 그걸 충족시켜야 만족이 된다. 욕심이 많고 계속 발전해야 한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가 높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다.


나는 항상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깊은 속마음이 그렇다면,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 나의 욕망이 어쩌면 조금 다른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럼프가 아니라 사실 내가 원하는걸 정확하게 얻었던 걸까?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정말 행복하지 않았는데...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을 슬럼프다!라고 규정지어버린 게 사실 잘못된 게 아닐까? 삶이 내게 가르쳐주려는 걸 무시한 채 나는 투정만 하고 있었 건지도.


생각할수록 미묘하다.


한 끗 차이로 지난 일들이 일어날만한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게 갑자기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만한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겠지만, 확실히 인생 공부를 하기는 한 모양이다. 3년의 삽질이 헛되지 않았지도.


나쁜 남자 K(가명)도 어쩌면 신이 준비한 내 인생의 숨겨진 선물이었을까. 

(사실 그에게는 내 순진무구함을 없애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아직도 로맨스 뿜 K드라마 같은 환상이나 애들같은 소녀감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거야말로 등골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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