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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an 31. 2022

여전히 독불장군입니다만

주관이 강한 것은 좋을까? 나쁠까?

요즘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면 보통 성격이 누그러진다는데, 어째 가면 갈수록 원래의 주관이 강한 기질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좋을까? 나쁠까?를 생각했을 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은 내 중심이 있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역시나 사회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가끔씩 별난 인간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대부분 맞은 백신을 나는 아직도 맞지 않았다.


처음부터 맞을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다른 것도 아닌 내 건강에 직결된 문제를 남들이 다 맞아서, 혹은 직업 때문에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맞아야 할 이유가 없었으며 사람들에게 충분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자극적이며 상황에 맞게 유리하게 바꿔대는 기사 제목으로 공포심을 조장하고 백신만이 정답인 듯 몰아가는 사회분위기에 넌더리가 났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는 감기가 되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금, 또 오미크론 백신이 나올까? 백신을 맞거나 말거나에 관계없이 더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한데, 사람들은 또 식당에 가기 위해 이런저런 부작용을 달고 건강을 해치며 백신을 맞을까? 그리고 오미크론이 감기가 된 다음에는 어떤 바이러스가 나올까? 언제까지 백신을 맞을까?



요즘 읽고 있는 야마모토 후미오라는 일본 작가의 단편 <독불장군>에는 단체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회사 사람들은 나를 '비뚤어지고 사람을 싫어하는 인물'이라고 뒤에서 쑥덕거리곤 하는데,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비뚤어진 것은 인정하지만 결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다만 잡담과 사교에 서툴 뿐이다.....(중략)..... 친한 척, 다정한 척하는 친구들이 싫어할까 봐 즐겁지 않아도 즐거운 척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주위 사람들과 익숙해지지 않고 멀어졌다. 최근에는 마지못해 참석한 회식 자리에서 상사의 프로야구 얘기나 설교에 맞추어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는 젊은 사람들을 보며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


주인공의 독백에 얼마나 공감이 가는지, 물론 지금은 다년간의 사회생활에서 갈고닦아 '스몰토크와 사교'에는 능하지만, 속마음은 내 입에서 나온 것과 다름없었다. 어릴 때부터 무리에 들어가서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아부 섞인 칭찬을 하는 것도, 가식적으로 분위기를 맞추는 것도 얼굴에 기분이 다 드러나는 나의 성향과는 반대고 특히 여자들끼리의 미묘한 신경전과 '진심 없는 칭찬과 험담'으로 친해지게 되는 분위기는 언제나 질색이었다. 억지로 놀다가 단톡방을 나오고 여자 친구들을 손절한 것만 벌써 몇 번째이다.


사람들은 내 겉모습만 보고는 잘 모르지만(얌전한 겉모습 덕을 참 많이 본다), 나는 원래부터 고집이 세고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굽히지 않는다. 여자답지 않게 무리 활동을 크게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내 모습을 숨기고 생긴 것과 어울리게(?) 성격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사회생활에 유리한 것을 깨닫는 데는 일을 시작하고 몇 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원하는 내 모습대로 직장에 적응하고 '적당히' 사람을 대하는 것은 조금씩, 조금씩 나를 마모시켜나갔다. 사람이 조금씩, 조금씩 싫어지고 귀찮아진다. 사람들은 나를 대개는 좋아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크게 좋지는 않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세상에 적응하는 거겠지라고 생각을 해도, 좀처럼 진심으로 대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은 힘든 것 같다. 남들과 조금 다르면, 쉽게 험담을 하고 자신의 무리가 없으면 좀처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이 속한 집단이 정체성이 되어버려 결정적일 때는 자신의 의견이나 주관은 없이 숨는 사람들. 10대 시절의 교실 생태계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세상에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스스로 고독을 자초하는지도 모른다.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이유로 모두를 멀리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처럼 개성이 강하고 자기 의견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면 마음이 열리지가 않는다. 왜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주관이 강하거나 무리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더 신뢰한다. 남들이 불편해하는 사람도 나는 별로 불편하지가 않았다. 항상 그랬다.


타고난 반골 기질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경계심이 많아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일까?


나의 이런 성격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아마 계속 이런 기질을 적당히 숨긴 채, 가끔씩은 어쩔 수 없이 드러낸 채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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