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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캠핑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by 사월생

캠핑을 나오면 누구나 해가 쨍쨍하고 하늘이 파랗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하염없이 비만 내리는 날이 있다. 자유롭게 야외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우중 캠핑만의 묘미가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텐트 위로 따닥따닥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타프 밖으로 멍하니 바라보는 비 내리는 풍경. 커피 한 잔 들고 의자에 앉아있으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오히려 아늑한 기분이 든다.

비가 내리면 사실 귀찮은 일들이 많다. 젖은 텐트와 장비들을 말려야 하고 땅도 질퍽하니 옷과 신발이 더러워진다. 카라반도 비슷하다. 비를 피하기에 좀 더 수월하지만 밖에 내놓은 물건들이 젖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캠핑인 것을.

미니멀 캠핑으로 이런 번거로움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다. 챙겨야 할 짐이 줄어든 시간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우리에게 휴식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나도 한 때 수많은 장비를 챙기며 캠핑 노동을 당연시할 때가 있었다. 두 돌이 안된 아이와 함께하는 지금은 강제 미니멀 캠핑을 추구한다. 아기 짐만으로도 충분히 벅차서 최대한 노동을 줄이고 시간을 어떻게 깊이 있게 보내느냐에 집중하기로 했다.

비온 뒤 찾아온 맑은 하늘은 선물같다.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은 뜻밖의 선물이다. 처음부터 맑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사함이 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시련 뒤에 파랗고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는 모습과 닮아있다. 괜히 빗속에서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된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비가 오는 동안 내가 충분히 쉬었나 보다. 바삭한 햇살을 조금 더 즐기다 마른 장비들을 챙겨 이제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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