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캠핑카로 떠난 장사해수욕장

잊혀진 영웅들의 바다에서 잠시 쉬다 갑니다

by 사월생

아기를 낳고 얼마간 캠핑을 할 수 없었다. 아기가 돌이 될 때쯤 용감하게 캠핑을 떠났지만 텐트 내 온도조절이 어렵고 둘이서 설치하고 철수하기가 힘들었다. 우리는 캠핑카를 구입했다. 비용만큼 많은 추억이 우리 가족에게 쌓이길 바라면서.

하이머 에리바 투어링 로커빌리 에디션

코로나로 집콕 생활 세 달 째 넘어가고 봄이 오자 몸이 좀 뒤틀렸다. 인적 드문 해변에 평일 캠핑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같은 생각으로 모인 캠핑가족 몇 팀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다행히 아주 띄엄띄엄 자리를 잡아 서로 부딪힐 일은 많지 않았다. 정박지는 영덕 장사리 해수욕장.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라는 영화로 알려진 이곳은 6•25 참전용사들의 추모공원과 기념관이 조성되어 있다. 그 주변으로 영덕군에서 운영하는 아주 멋진 야영시설이 있어 여름엔 많은 인파가 몰릴 것 같다. 우리는 다행히도 계절과 시기상 인파가 몰리지 않아서 한적한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아이와 캠핑을 하면서 꼭 챙기는 시설은 편의점과 카페다. 편의점에서는 간단한 식사를 챙길 수 있고 특히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좋다. 카페는 바람이 많이 불거나 추울 때 잠시 몸을 녹이기 위해서 찾는다. 아기라 좁은 캠핑카 안에만 있으면 답답해하는데 그렇다고 마냥 밖에서 놀리기엔 감기가 걱정된다. 다행히 요즘 카페나 편의점이 워낙 흔하게 생기는 추세라 어딜 가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해변과 가까운 주차장에 정박했다

장사리 해변은 이 두 조건을 충족한다. 해변 가까이에 규모가 큰 편의점이 24시간 운영되고 매일 빵을 구워 파는 카페도 운영 중이다. 중간중간 카페나 편의점에 들려 찬바람을 피해 몸을 녹였다. 식당도 주변에 두세 군데 있어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괜찮은 정박지다.


원두막은 휴양림과 함께 추첨제 유료로 운영된다

영덕을 워낙 좋아하지만 고래불 해수욕장만 여러 번 다녔고 장사해수욕장은 처음이었는데 여기를 왜 이제야 왔을까 후회가 드는 곳이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해변 카바나에 앉아 모히토를 마신다면 아마 발리의 포테이토 해드보다 좋을 텐데. 마침 바로 옆 작은 해변인 부흥 해수욕장은 뜨는 서핑의 성지라니 정말 이곳은 한국의 발리인가. 단, 사진 속 보이는 멋진 카바나는 추첨을 통해 예약한 자만 누릴 수 있는 유료시설이다.


실제 크기의 군함이 바다 한편에 자리 잡은 콘셉트가 명확한 장사해수욕장, 하지만 와보면 느낄 것이다. 이 해변은 이런 역사적 기록을 모두 뒤로 하고 바다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영덕군에서 잘해보려 설치한 시설물들에 대해 조금 사족을 더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답답함이 극에 달한 요즈음, 간단히 먹을 것과 그늘막 텐트 정도 챙겨 당일치기로라도 장사해수욕장으로 떠나보자. 캠핑이 늘 장비로 대단히 무장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5월의 날씨는 따뜻한 침낭 정도만 있다면 텐트 취침도 그리 춥지는 않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덕 고래불 해수욕장 캠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