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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May 12. 2021

태교여행에서 떠올린 부모님

28살, 듬뿍이 아빠가 됩니다.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아내 생일날, 경기도 가평으로 태교여행을 다녀왔다.


 
17평 복도식 아파트에서 드레스룸 하나 없이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미안해서일까? 우리 집보다 넓은 풀빌라를 겁도 없이 예약했다. 뱃속에 있는 듬뿍이에게 새소리를 들려주고 꽃 냄새도 맡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가평여행을 가면 한 번쯤 가봐야 한다는 아침고요 수목원 방문기도 열심히 살펴보았다. 

 어렸을 때에는 넓고 좋은 숙소에서 머물고, 마치 여행사에서 준비한 듯이 완벽히 짜인 일정을 보내는 것이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바다와 산이 보이는 콘도와 호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줄만 알았지, 감사한 마음을 갖지 못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위해 일찍부터 여러 방값을 비교하며 가성비 좋은 숙소를 선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셨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일념 하에 이렇게도 여행 계획을 짜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셨을 것이다. 그리고 즐거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활짝 웃으셨을 것이다.


그때 나는 왜 어머니께 고생하셨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했을까.



 자차가 없어서 렌터카를 예약하고, 운전경로를 미리 살펴보고, 저녁 바비큐 파티 때 필요한 식기들과 음식들을 준비하며 정신없는 주중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주말, 여행 날이 다가왔다.

 양손 가득 짐을 차에 싣고, 목적지가 비슷해 보이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도로로 향했다. 앞차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극심한 정체를 보이는 주말 정오 시간이었다. 막 점심 식사를 마쳐서일까? 나른 나른 춘곤증으로 졸음이 몰려왔다. 운전에 집중하고자 두 눈을 부릅뜨고 창문을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했다. 내 옆에서 곤히 잠든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힐끔 보면서. 

  어렸을 적 여행지로 떠나는 길 , 아버지는 아들이 곤히 잠든 모습을 백미러로 흐뭇하게 쳐다보시곤 했다. 잠잠에서 깼을 때였는지, 잠든 척하며 슬쩍 보았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종종 백미러로 아들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곤 했다.


 장거리의 여정을 홀로 운전하시느라 지칠 법도 하셨을텐데, 아버지는 단 한번도 피곤하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때로는 라디오 노래를 따라 부르시며, 때로는 창문을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하시면서 아버지는 묵묵히 우리의 운전기사를 자처하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숙소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바로 꿈나라로 향하셨다.


 그 때 나는 왜 아버지께 고생하셨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했을까.



 여행 이튿날 아침고요수목원에 방문했다. 맑은 공기 내음새, 예쁜 꽃들이 가득한 수목원에는 주말을 맞아 나들이객들로 북적북적했다. 아내, 듬뿍이와 함께 떠나온 첫 여행이어서 그런지 특히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눈에 띄었다. 유모차를 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아이에게 꽃 이름을 이야기해주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천진난만한 웃음 가득한 아이들까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하는 부모님의 마음과 온몸으로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어울러진 모습들을 보며

  부모님과 함께한 여행을 갔던 날들이 떠올렸다. 우리 부모님도 나를 보며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으셨는데. 그리고 그 때 나도 참 행복했었지.


 부모님같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듬뿍이에게 사랑을 가득 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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