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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May 13. 2021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

30일 매일 글쓰기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4일 차, 작심삼일을 겨우 넘기고 오늘도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아직 글쓰기 시작도 전인데 고비가 먼저 찾아왔다.

 ‘이렇게 강제로 글을 써야 한다고 압박감을 느끼면 오히려 네게 안 좋지 않을까.’ 무언가를 억지로 행했을 때 능률도, 만족감도 모두 떨어진다는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내 마음을 갈팡질팡 흔들어놓았다.

 ‘안 그래도 오늘 평소보다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그냥 오늘만 쉴까? 매일 글쓰기보다 내일(쓰는) 글쓰기가 나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늘 이런 식의 유혹에 넘어가 오늘의 숙제를 내일로 미루고, 내일의 숙제를 기약 없는 날로 미루곤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글을 쓰는 순간 고통스러웠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고, 어떻게 써야 할까 머리를 쥐어 잡아매기 일수였다. 첫 문장을 쓰는 데에만 30분이 넘에 걸리는 날도 있었고,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다 결국 한 줄의 글을 쓰지 못한 채 오늘 글쓰기가 내일 글쓰기로 넘어가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내게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글을 쓰는 이유도 모르면서 멋진 글만 쓰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신기하게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글을 더 이상 그만 쓰고 싶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통 속에서도 계속 글을 써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위해 늦은 밤까지 타자를 치고 있고.  나는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일까?


 글쓰기는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주 특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오늘의 나를 미래의 나와 연결 짓는 행위다. 현재의 감정, 생각들은 기록을 통해서 시공간을 초월한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아내와 함께 했던 대화, 그리고 글을 쓰며 느끼는 감정들까지.. 쓰지 않는다면 파편으로 흩어질 그 무언가도 글로써 기록되는 순간 의미가 부여되고 또 다른 어느 점과 연결되는 것이다.


 시간의 연결뿐만 아니라 사람의 연결 또한 글쓰기의 보여주는 강력한 힘이다. 글을 쓰다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참 많다. 사람은 사람과 교류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은 늘 누군가로 채워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의 소재는 그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 글을 쓰면서 보고 싶은 부모님을 떠올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직장 상사를 떠올리는 이유다.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내가 떠올린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한다. 글을 매개로 그동안 못다 한 부모님에 대한 애정 어린 표현을 전하기도 하고, 속 시원하게 직장 상사에게 욕 한 바가지를 퍼붓기도 한다. 글쓰기가 단순히 저자-독자와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나의 일상을 영위하는 그 누군가와도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해보자면, 글을 쓰는 순간 나는 고통스럽다. 어떻게 써야 할지,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늘 고민이 된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순간, 고통스러움에서 벗어나 모든 것들이 연결된다. 현재-미래가 연결되고 나와 나를 둘러싼 누군가와도 연결된다. 연결되었다는 것은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무언가를 계속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즉 글쓰기로 인한 연결이 그다음 글쓰기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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