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초등생활
부동산 , 코인, 주식 열풍으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몇 년 전에 집을 산 누구는 집 값이 몇 억이 올랐다더라, 친구의 직장상사는 비트코인으로 수십억을 벌었다더라는 마냥 부러운 이야기가 한 다리 건너 들린다. 정확한 수치도 모르고, 팩트 인지도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왠지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 최근 핫하다는 신조어 '벼락 거지'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든다.
초등학교 교사 월급으로 서울의 집을 사려면 얼마나 걸릴까? 계산을 하다가 금세 그만둔다. 굳이 길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푼도 안 쓰고 평생 모으면 죽기 전에는 살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이미 그때는 지금의 가격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정답은 주식, 코인밖에 없는 것일까.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장이 열리는 시간, 나는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과 함께 <온도가 변하면 기체의 부피는 어떻게 달라질까요>를 배우고 있을 것이고 , 장이 마감하는 시간 아이들의 글쓰기 노트를 확인하고 내일 수업 준비로 정신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에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아쉬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투자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라는데 나의 세계에서는 대응은 불사하고 그저 '관망' 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우울함의 단계를 넘어 무기력함에 이른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이들의 수업 태도가 너무 좋았다.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고, 대답도 잘하는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데 신이 다 날 정도였다.
아이들과 6학년 사회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주제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우수한 노동력' 이 기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이 아이들이 장차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닌 시민을 양성한다는 강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렇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값진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인재를 기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P.S
"얘들아, 사실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야!!"
"비트코인 하세요 선생님?" (실제로 나온 말이다..)
"아니, 선생님은 너희에게 투자하고 있어. 우리나라, 이 사회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너희들에게"
"선생님, 우리 초등학생인데요. 아직 돈 벌려면 멀었어요."
앗차. 무언가 대화가 실패한 기분이다. 내가 너무 어려운 말을 했나.
어쩔 수 없는 장기투자에 들어간 느낌이다. 역시 '존버' 만이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