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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May 11. 2021

초등학생이 책을 고르는 기준

슬기로운 초등생활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은 꼭 함께 가는 장소가 있다. 알록달록한 직사각형의 볼거리가 아이들을 반기는 그곳은 바로 학교 본관 1층에 위치한 도서실. 


 가볍게 놀러 가는 마음의 아이들, 친구 따라 책을 빌리러 가는 아이들, 도서실로 향하는 목적은 각양각색이지만 무언들 어떠랴. 그저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반은 매달 도서실 탐방을 떠나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 아이들과 함께 도서실에 가는 날이었다. 마침 5월에 <읽은 책 소개하기>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기에, 도서실로 향하기 전 아이들에 비장한 목소리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얘들아, 이번 달에 책 소개하기 수업이 있어. 오늘 도서실에서 빌린 책으로 꼭 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읽고 싶은 책,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 한번 잘 살펴봐봐."


"허어엉ㄹ... 까르쟈겨잗거잼ㅈ대ㅔ(이상 해독불가)"


예상했던 대로 격한 반응이 나왔다. 싫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눈빛은 무슨 책을 고를까 불타오르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설렘을 가득 안고 도서실로 향했다.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책을 고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어떤 책을 고르는 걸까?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오랜만에 발휘하는 집중력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우선은 잠자코 지켜보았다. 만화책을 고르는 아이, 과학 코딩 책을 펼쳐보는 아이, 그리고 아무 책이나 계속 꺼냈다 넣는 것처럼 보이는 대다수의 아이들.


 교실로 돌아와 빌린 책을 읽기 전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얘들아, 선생님이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겼어. 너희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니? 아니, 왜 그 책을 고른 거야?" 


답변이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도서관에서 생각이 들면서부터 교실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답이 궁금해 미치는 줄 알았다. 아이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가장 많이 답변이 나온 순으로 작성해보려 한다.



1. "그냥"요. 기준 따윈 없습니다!

 역시! 우문현답이다. 책을 고르는 엄격한 기준 따위는 초등학생에게 사치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답변은 "그냥"이다.

 그렇다고 '그냥'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그냥'이라고 생각하면 금물이다. 아이들의 그냥은 어쩌면 2번 , 3번, 4번 답안을 모두 포괄한 총체적인 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직관적 느낌, 교우관계, 배경지식, 아직은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는 자기만의 취향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것이 아이들의 '그냥'이다.


2. 책 표지를 보고 골랐어요!


그래 맞다. 우선 책 표지가 예쁘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책 표지의 그림, 문구가 강하게 나를 잡아당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이들은 특히 이미지에 민감하다. 책 표지를 마주한 순간의 시간, 아이들은 책의 주인이 될지 말지를 결정한다.

 



3. 친구가 읽는 게 재밌어 보여서요!

 초등학생, 특히 고학년 아이들은 친구가 최고다. 친구가 하는 것은 나도 해봐야 성이 풀린다. 책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고른 책은 나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친구와 같은 책을 고른 순간, 아직 읽기도 전인데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아이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것 같다.


4. 그 외 답변들!


그 외에도 본인이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나 과목(역사, 과학) 또는 관심 있어하는 직업(운동선수, 과학자) 등과 관련된 책을 고르는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생이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우리 반 아이들의 답변을 살펴보았다. 물론, 단순히 우리 반 사례로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은 책을 단순히 '그냥'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책을 고르는 기준들도 존재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더욱 책을 접하는 기회를 늘려주고, 다양한 책을 읽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리라 생각했다. 책을 고르는 기준 같은 것은 애초에 정답이 없으니까. 스스로 수많은 기준을 생성하면서 수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문득 든 엉뚱한 궁금증에 열심히 답변을 해준 우리 반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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