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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May 20. 2021

화면 좀 켜줄 수 있니?

슬기로운 초등생활

  코로나 19로 전례 없는 원격수업이 이루어진지 어느덧 일 년이 넘었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육부의 방역 및 등교 지침에 따라 전체 학생 수의 2/3 등교를 유지하고 있다. 6학년 우리 반 아이들은 일주일 등교수업,  일주일 원격수업을 번갈아가며 받고 있는 중이다. 


 원격수업은 학교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큰 틀로 보자면 대부분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나는 e학습터 플랫폼, 다른 하나는 zoom 프로그램이다. 작년까지 원격수업 업로드 용도로 활용하던 e학습터 플랫폼에서 올해부터 야심 차게 zoom과 같이 화상회의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기술적 문제에 부딪쳐 사실 대부분의 학교가 zoom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zoom 프로그램을 통해서 원격수업을 진행한 지 일 년이 넘어가면서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완벽히 적응한 듯하다. 처음에는 마이크 켜고 끄는 법, 채팅 보내는 방법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일일이 알려줬어야 했는데 이제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안다. 손 들기 기능부터  주석 기능까지 오히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먼저 여러 기능을 사용할 정도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서 다양한 기능 활용까지, 못 하는 것이 없는 아이들과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무슨 문제가 있을 텐가? 싶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요즘 나의 고민, 특히 6학년 아이들과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는 바로 '화면을 켜지 않는 아이들'이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아이들이 화면 좀 끄고 수업을 들을 수도 있지 않나? 강제로 화면을 켜라고 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 


 그럴 수 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화면을 켜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기술적인 문제로(하지만 이런 문제는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기기 대여, 가정에서 기기 구입 등의 노력으로 대부분 해결되었다.) 화면을 끈 채로 수업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사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화면을 끈 채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보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걱정과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비대면이라는 특성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성인인 나도, 각종 교육 및 연수를 들을 때 화면을 끈 상태로 있으면 다른 짓을 하고 싶은 유혹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한 번 화면을 끈 상태로 수업을 듣게 놔두면 계속해서 나쁜 수업태도가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화면을 켜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올해 6학년을 맡게 되면서 특히 화면을 끄고 수업을 들으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아이도 있고, 아무런 말 없이 검은 화면을 내게 통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럴 때면 아이들에게 계속 타이르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얼굴이 꼭 안 나와도 되니까, 책을 비추던가 아니면 여러분들 상반신만 화면에 나오게 해도 됩니다."

 "선생님이 만약에 화면을 끈 채로 말로만 수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까요? 선생님은 여러분과 얼굴을 보면서 소통하고 싶어요."


 매일같이 아이들과 화면 가지고 씨름을 하고 나면 진도 빠지고, 무엇보다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 학교에 나와서 수업을 하면 나도 그리고 아이들도 이런 사소한 일로 힘 빼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속상한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여전히 화면을 끈 채로 독불장군같이 검은 배경 너머 서 있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검은 색 정사각형을 두고 오늘도 나는 그들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얘들아, 제발 화면 좀 켜줄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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