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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Jan 30. 2021

재입대를 결심했습니다

재입대를 합니다 ep 1


 다음 주 월요일인 2021년 2월 1일,  군에 재입대하기로 결심했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일이었다. 병장 만기 전역(2020년 5월 15일) 후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꽤나 깊이 고민하고 진지하게 꿈꾸어왔던 일이기도 하다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나는 재입대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군대는 희생을 요구한다.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술안주가 있다. 라떼는 말이야~ 로 시작하는, 사실 나만 재미있는데 남들도 재미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군대 이야기'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솔직히 군대에 갔다온 이라면 누구든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국노예자랑 느낌이라 살짝 아니 많이 슬프지만..)


 군대 이야기를 하는 예비역들의 얼굴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즐거운 모습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이 담겨 있기도 하고, 자조와 조롱이 뒤섞인 불쾌한 것일 때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학업 또는 사회생활의 단절, 여자친구와의 이별 , 타인과의 마찰 등 원치않았지만 군대라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그 무언가 때문이지 않을까. 




군대는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었다. 군 입대 기간, 나의 커리어는 약 2년간 중단되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아야만 했다. 꽤나 힘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감히 말하자면 군 복무기간은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사실 입대하기 전 나는 많이 아팠었다. 운동을 하다가 부상당한 것은 아니었고, 군대에 가기 싫어서 발목을 일부러 부러뜨리거나 하는 비열한 아픔은 더더욱 아니었다. 고백하자면 당시 나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었다. 


 신규로 발령받은 학교에서 나는 공황장애라는 연예인들만 걸린 줄 알았던 병이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첫 제자들에게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은 열정이 나라는 작은 그릇에 비해 과도했던 것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 스트레스에 패배하고 있었고, 살은 역대 최고로 불어나고 있었다. 결국 정신과의원에서 6개월간 약을 복용받고 나서야 정상적으로 군 입대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몸도 마음도 성치 않은 25살, 10월 첫날에 나는 대한민국 육군 사병으로 당당하게 입대하였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군 복무를 해 나갔다. 나의 군대 이야기라면 철야로 일주일 내내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지만, 라떼는 말이야~로 들릴 것임을 알기에 간략하게 다음 한 줄로 표현해보고자 한다.


 '매일 무엇인가를 도전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하루를 살다.'


 군대에서 나는 '하루' 의 시간을 참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다. 기상나팔소리에 맞춰 일어나 취침소등으로 끝나는 규치적인 하루를 살면서도, 매일 무엇인가를 도전하기를 갈망하며 일어났고 오늘과는 또 다른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잠에 들었다. 


 해야 할 일(주특기 일과, 운동, 독서, 지금의 와이프에게 편지쓰기) 을 훈련이 아닌 이상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냈고, 동기들 선 후임들을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모범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군 생활을 하며 이루어 낸 것들


  그 결과 나는 군 생활동안 위 사진과 같이 다양한 활동을 해냈고, 수많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전역전까지 이러한 노력을 이어나갔고, 마지막 휴가를 일주일 앞둔 날 사단 북 파워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명예로운 백골인으로 나의 군 생활을 끝맺음 할 수 있었다. 


전역 전 마지막 도전, 사단 북파워 페스티벌에서의 대상






그래서 왜 재입대하기로 결심한건데?


 맙소사!! 군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실 자기 자랑하다 보니까..) 그래서 왜 재입대하기로 결심했냐고? 그렇다. 전역한지 어느덧 일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


 '군대에서의 나' 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삶에서의 '전의를 상실한 나'만이 남겨진 것을 받아들이게 된 순간, 재입대를 결심하게 되었다. 지금의 안일한 모습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군대에서 느꼈던 희망이라는 감정을 사회에서도 다시금 꿈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전역 후 일년 , 체중이 10kg 증가했다..

 

전역 당시 68kg 이었던 내가 어느새 10kg 지방덩어리를 달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매일 연등시간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 으로 달려가 책을 놓지 않던 내가 어느새 책보다는 핸드폰을 더 많이 보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 깨달았다. 나는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그렇지 않은 삶으로 변하고 싶다라는 것을.




백골부대는 아닌, 나만의 부대로 재입대합니다.


 우리는 백골이 되어도~ 싸워~서 이기는 무~적의 정예란다 우리 3사단! ( 3사단가 중)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에서 인생의 가장 힘든 시간을 잘 견뎌왔던 과거의 나를 만나기 위해서, 앞으로 마주할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서, 어쩌면 그 시간들을 이어주기 위해서 나는 다음주 월요일 나만의 부대로 입대하고자 한다.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곳에 있는 시간동안 나는 최대한 군대와 비슷한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매일 새벽 6시 기상나팔소리에 맞춰서 일어날 것이고, 취침소등에 맞춰 잠들 것이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것이며,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해내는 하루를 살아볼 것이다. 


 '에이~ 군대처럼 살고 싶어도 현실에서 어떻게 그렇게 빡빡하게 살아~ 일도 해야하고, 친구도 가끔씩 봐야하고, 술도 마셔야 할 수도 있잖아?'


 라면서 상황에 한계를 짓고 나를 유혹의 늪에 가두지 않을 것이다.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나는 다음주 월요일, 나만의 부대로(그곳에서의 시간으로) 재입대하기로 결심했다. 

전역 전 사단 본부 백골상 앞에서



 # 다음 편에서는 현실에서 어떻게 군대처럼 살아갈 것인지, 나의 부대에서 내가 이루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만을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또다른 누군가를 위한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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