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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Feb 02. 2021

입소식의 추억과 새벽 6시

재입대를 합니다 ep2

재입대 프로젝트 DAY 1~2 : 입소식 / 5주 목표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성장하는 삶을 살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가꾸기 위해 재입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군대는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매일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하루를 보냈다. 오늘과는 또 다른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청춘을 불태웠다. 더 나아가 전역 후에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삶에 임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굳은 다짐은 얼마 가지 못했다. 체중은 늘어나고, 하루가 다르게 게을러져 갔다.. 목표는 거창한데 계속해서 나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실패한 하루를 보냈다는 패배감이 나를 짓눌렀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입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어제부로 나만의 부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2021년 2월 1일 월요일, 아내에게 입소식 신고를 했다. ( 일방적인 선포가 더 잘 어울릴 듯하다 


"나는 5주간 내가 세운 원칙과 계획에 따라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이번 재입대 프로젝트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목표를 이루고자 합니다."


 하나! 매일 아침 6시 기상, 저녁 12시 취침(연등 포함..!)을 포함, 규칙적인 생활을 실천할 것입니다. 

             (꼭 하고자 하는 것-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잠들기 06시/00시)

아침 6기 기상 인증 사진

    둘!  매일 3km 걷기/뜀뛰기를 통해 5kg 체중 감량에 도전할 것입니다. 

            (꼭 하고자 하는 것-매일 3km 이상 걷기)

운동 인증숏

    셋!  학교, 독서, 글쓰기 등 내가 성장하고 싶은 분야에 충분한 시간(input)을 쏟고, 결과물(output)을 도출해낼 것입니다. (꼭 하고자 하는 것- 매일 글쓰기/ 매일 한 시간 독서)




아내는 그저 신기하게 나를 바라보며 알겠다고 답했다. 우리 집에 사는 대대장님께 보고도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부대에서 5주간 훈련병의 생활 시작이다.

 

사실 나만의 부대로 들어갔다고 해서 나의 일상생활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나는 밀리터리 덕후도 아니고, 정신 이상자도 아니다!) 그저, 전과는 다른 규칙적인 기상과 취침 하에 꾸준히 운동하고, 평소 도전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며 5주간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것이 재입대 프로젝트의 취지이자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이쯤에서 소환해보는 나의 입소식


 2018년 10월 1일 국군의 날, 사단 신병교육대로 향하던 그 길이 아직도 생생히 생각난다. 정적만이 흐르는 부모님 차 안, 곧  생각하니 더 애틋한 핸드폰, 짧게 자른 머리..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군대'라는 용어 아래 이렇게 조화롭게 느껴질 수 있구나.


 위병소 근처 샤부샤부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무 맛도 느낄 수가 없었다. 다만,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적어도 이럴 때 쓰이는구나 알 수 있었다.


 대각선 테이블에 앉아있는 빡빡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 시간에 이 곳에서 밥을 먹고 있는 빡빡이라면 나의 입대 동기일 가능성이 99.99% 겠지? (실제로 훈련소 옆 생활관 동기였다..) 


 그를 보자 동지애, 안쓰러움, 분노가 동시에 밀려들었다. 하나하나 뜯어보자면 1. 함께 입소한다는 동지로서 느끼는 동지애, 2. 젊은 나이에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그 어쩌면 나를 향한 안쓰러움, 3. 그리고 한 시간 뒤면 저 빡빡이와 나는 '군대'에 함께 있겠지라는 현실 부정 가득한 분노.


  눈물을 애써 참으며 가족과 애틋한 인사를 나누는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의 입소식 모습을 상상했는데 오산이었다. 막상 입소식에 가보니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은 데다 빨리빨리 들어가라는 통제에 부모님이 어디 계신지 고개를 쏙 빼고 둘러보다가 그대로 입소하게 되었다. 


 신병교육대에서 첫날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신체검사, 보급품 수령, 생활관 배치, 가지고 온 물품(옷, 신발, 모자 등) 반납을 마치니 어느덧 잘 시간. 첫날부터 불침번을 선다는 말에 한 번 기분이 상하고, 집 침대에 깔던 이불 패드보다 더 얇은 모포(도대체 몇 명이나 이걸 썼을까..) 받고 두 번 기분이 상했다. 


 여기가 어디지? 난 누구지? 내가 뭘 잘못했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곱씹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잠에 들었다.


 공포의 새벽 6시 


군필자라면 이 소리를 듣자마자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귀를 쫑긋 세웠을 것이다. 추억의 소리. 그리고 공포의 사운드인 군대 기상나팔소리. 빠 빠 빠빠바 빠... (쓰다가도 현타가 오고 두려움이 몰려오는 그 소리!)


재입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군대 기상나팔소리를 다운로드하여 휴대폰 알림음으로 설정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도 '조금만 더 자야지..' 타협하며 잘 때도 있었고, 몹시 피곤한 날에는 알람 소리조차 듣지 못한 날도 있었다. 


 그런데 군대 기상나팔소리로 알람을 맞춘 오늘 아침, 0.1초 만에 기상 완료했다. 이거구나. 그동안 기억 저편으로 밀어 놨던 소리를 소환하니 미라클 모닝이 절로 이루어지는구나. 


 희망찬 내일을 위하여 이만 잠자리에 들 시간. 6시간 후면 공포의 그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5주간 무엇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가슴이 뛴다.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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