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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Jun 26. 2024

이불집 내 엄마


발행 시 작품집 '삼순이 삼철이'를 선택하지 않아 동일한 본 글을 작품집에서 재발행하였습니다.

여러 독자분들께서 응원해 주신 기록이 못내 아쉬워 본 글 또한 유지하고자 합니다.

이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학교에 사정이 있어 오전 수업이다.
일찍 끝났다고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사고 치지 말고 다들 집으로 갈 것!
주번은 뒷정리 잘하고 검사 안 받아도 되니 마치면 바로 가라. 자 반장~


브~ 라~ 보~ 오~ ㅎㅎㅎ 난 주번이었다. 검사도 안 하신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선생님도 참, 갑작스러운 오전 수업인데 바로 집으로 갈 리가 있나? 그라믄 이 땅의 중학생이 아니제, 아시면서... ^^


ㅇㅇ아, 너희 집 오늘 가도 되냐? 그럼~  
나 주번이니까 좀만 기다려라. 콜~

친한 ㅇㅇ이를 잠시 기다리게 한 후에 함께 주번이었던 **이와, ㅇㅇ이 집에 가서 놀기로 했다.

뒷정리로 조금 늦은 터라 학교는 조용했다. 두 친구의 어깨에 양팔을 걸치고 싱글벙글 교문을 나서는 순간, 난 얼음이 되었다.


헝클어진 파마머리 위에 색색의 실밥도 모자라 온몸에 실들과 먼지가 묻은 채 바삐 걸어오는 낯익은 얼굴...

그분은 내 엄마였다. 아버지의 사업이 시작부터 잘 되지 않자 어머니는 학교 정문 앞에서 두 번째인 이불집에서 일을 하셨다. 멀지 않은 우리 집에서 점심을 드시고 바삐 복귀하는 중에 마침 오전수업이었던 나와 마주친 것이다.


난 그때 “엄마~”하고 부르지 못했다.
“엄마, 밥 먹었어?”라고 묻지 않았다.

주춤하는 순간 엄마는 나를 보고도 보지 못한 듯 일터로 들어가셨다. 주저하는 나를 알고 부러 재촉한 걸음임을 나 또한 있었다.

나는 도저히 아이들과 친구집에 갈 수 없었다. 두 친구에게 사과하고 먼저 보낸 후 학교 앞에서 서성였다. 이내 함께 쓰려던 비상금을 주머니에서 꺼내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이불집으로 들어갔다.


여길 뭐 하러 와? 가져가 너 묵어!

나에게 서운하셨던 것인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인지 엄마는 내게 눈길을 주지 않으셨다. 봉지를 열고 옆얼굴을 보며 엄마 손에 쥐어 드렸다. 한사코 받지 않으시는 엄마를 보고 함께 일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아들이 엄마 생각해서 사 왔는데 왜 안 받는 것 이냐며, 아들 참 착하다고 하신다. 엄마는 하는 수 없이 받고 얼른 집에 가라 신다.


이불집을 나서 포장지는 뜯었지만 입도 대지 못한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려 손을 적셨다.


엄마를 향한 미안함,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부끄러움... 


이 또한 함께 녹아내려 뜨겁게 볼을 적셨다. 

소매 없는 여름 교복이 원망스러울 만큼 닦아도 닦아도 물은 그치지 않았다.

애써 돌아간 한적한  위까지 눈물방울들이 떨어졌다.



착하기는커녕 배은망덕한 아들이 그때 부르지 못한 "엄마" 두 글자와

미안하고 부끄러운 두 마음은 아직도 다 녹지 않고 흘러내려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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