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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초동급부
Aug 11. 2024
화분할아버지
다솜짓_여섯.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을 정년 하시고 소일거리로 화초를 심고 가꾸시는 이웃 아파트 할아버지, 화단에 버려지거나
이사 가고 남겨진 화분들도 가져다 정성껏 돌보고 키우셔서 경로당 앞에 보기 좋게 놓아두십니다.
산책 나갈 때 가끔 구경하곤 했는데 군데군데 돌들도 있습니다. 역시 돌을 아시는 분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지요. 저도 취미로 수석을 즐깁니다.
가끔 뵐 때는 수석얘기도 하고 화초얘기도 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꼭 화분을 주겠다고 하십니다. 또 누구든 얼마든지 화분을 가져 가게 해 주십니다. 아이와 저는 할아버지를 화분할아버지라
불렀습니다.
제가 돌을 좋아한다는 걸 아신 다음, 화분 옆 요기에 돌 몇 개
둘 테니 챙겨가고 화분도 꼭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전해 주셔서 받은 수석입니다.
그 이후인 작년 가을, 감사 인사도 드리고 화초를 좋아하시는 장모님께 한 두 개 얻어다 드릴 겸 아이와 함께 박카스 한 박스 사들고 화분할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국화가 예쁘니 가을에 꼭 오라고 하셨지요.
가보니 화분들 상태가 전 같지 않았고 할아버지를 뵐 수도 없었습니다. 경로당을 들러 여쭤보니 한 달 전쯤 화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답니다...
그래서 부녀회장께서 가끔 돌보신다고...
마침, 화분할아버지의 친구분이 경로당에 계셔서 자세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들 나눠 드시라고 음료를 드리고 돌아오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 아들도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나 좋은 할아버지셨는데 가엽다며 슬퍼합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이야기를 전했고 세 식구는 한동안 숙연해졌습니다.
잊고 지냈는데 새벽에 책을 찾다가 앞에 있는
할아버지의 수석을 보고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천국이나 극락을 믿지는 않지만 좋은 곳에서 예쁜 화초와 명석들 보시면서 잘 계시리라 믿습니다.
좋은 분이셨으니까요...
할아버지의 정성들은 많이 봤지만, 뵙고 이야기를 나눈 것은 10번이 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족보다 더 많이 얼굴을 보는 직장 동료들이 우리들 마음에 잡은 자리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제 내일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
각자 속하신 곳의 동료들과의 그 시간들이 항상 좋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삼순이 삼철이' 완결 후 '다솜짓'으로 돌아왔습니다.
준비 후 새로운 연재 브런치북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준비하면서 가끔 다솜짓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간 '삼순이 삼철이'를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로운 연재북은 제 아내와 저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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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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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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