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지대사, 결혼

결국 우리는 만날 운명이다.

by 백취생

살면서 가끔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할 경우가 생긴다. 이때, 타인에게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우선 백수, 자영업자, 회사원, 아버지, 아들, 남편과 같은 삶에서 부여받은 역할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다음 그 역할에 맞는 경험을 이어서 이야기한다. 나에겐 역할은 아니지만 역할 같은 특별한 역할이 하나 더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나는 중매쟁이라 부른다.


어디서 유래된 말인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중매로 3쌍을 결혼시키면 천당에 자리를 얻는다"라고 종종 이야기해주었다. 종교는 없지만 나는 어머니의 말을 믿었고 나름 열심히 실천했다. 그래서 난 지금 천당에 자리 하나 얻었고, 3쌍을 추가 중매해 천당에 나의 아내 자리까지 얻으려고 노력 중이다.


천당에 자리 하나를 만들려면 꽤나 많은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선해서 결혼까지 골인시킨 실적은 1할 정도 되는 것 같다. 10번 소개해주면 그중 한 커플은 결혼했다.


-천생연분이란?-


솔리드의 <천생연분>이라는 곡이 있다. 2000년 초반 노래방 가면 자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가사는 한 연인이 서로 몰래 소개팅을 했는데 소개팅 자리에서 자신들의 연인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서로가 눈을 피해 만나보아도 결국엔 이렇게 우리 둘이서 또 만나게 되어있는 거잖아.'처럼 천생연분은 결국 끼리끼리 만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게 하는 가사였다.


사실 <천생연분>의 가사는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말이 안 된다. 물론 내 경험이 전부라 말할 수 없지만, 소개팅을 주선하면서 단 한 번도 두쪽 모두 상대방의 신상명세를 물어보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적어도 한 명은 소개팅에 나올 사람의 신상명세를 물어보았다. 하지만 사람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서로 비밀이 많은 커플이라면 저 노래 같은 일도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쉽지 않은 중매-


옛말에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중매를 할 때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중매를 하려면 우선 소개해주려는 남자와 여자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개빈 드 베커라는 안전 전문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자는 유혹할 때 친절하고, 여자는 거절할 때 친절하다."

물론 많은 남자와 여자가 이런 성향을 가졌다는 이야기지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를 자신 있게 말하는 남자 지인들이 주변에 몇 명 있었다. 지금 그런 말 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중매할 때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나에게 기피 1순위다. 아무리 외부적인 스펙이 좋더라도 소개를 주선할 경우 석대의 뺨 맞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소개팅을 할 때, 많은 남자들은 여자의 외모를 보고, 많은 여자들은 남자의 능력을 본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 소개팅을 주선하며 결혼 까기 골인한 커플들을 보면, 세 커플 중 두 커플은 위의 통계와 맞지 않았다. 그들은 소개팅 전 서로의 직업과 성격에 대해 궁금해했고, 오히려 여자가 남자의 외모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 결혼한 내 지인들에게 상대의 무엇을 보고 만나기로 결심했고, 결혼까지 결정했는지 물어보면 통계처럼 말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쩌면 결혼을 고민하고 소개팅에 나가려면 저런 취향을 내려놓을수록 결혼까지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도 되는 것 같다.


참고로 현재 세 부부 모두 잘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니까, 난 그렇게 믿고 있다.


소개팅 주선 이후에 뺨 석대 맞는 것은 별로 두렵지 않다. 괜한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가장 마음이 불편한 것은 소개해준 사람들이 결혼 이후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결혼 생활을 해보니 결혼까지 가는 것도 어렵지만 결혼 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그리고 결혼생활을 원만하게 유지하려면 부부의 성격과 취향은 다르더라도 정서는 비슷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중매를 할 때 소개팅 당사자의 정서를 보려고 많은 질문을 한다. 왜냐하면 정서는 공감대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공감이 없는 결혼생활은 대체로 불행하며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다.-


현재 나는 인생에 대해 운명론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분명 과거에는 나의 선택들은 나의 자유의지로 인해 미래를 만들어간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재를 기점으로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나의 선택들 조차도 이미 정해졌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한 예로, 나의 아내는 우리 어머니가 주선한 소개팅으로 만났고, 내가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난 이상 난 아내를 만날 운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소개팅에 나올 사람은 현재 나의 아내가 아니라 아내의 전 직장 동료였고, 그 동료를 대신해 아내가 나왔다고 했다.

내가 중매를 주선했지만, 어쩌면 그들은 나를 알게 된 순간부터 서로를 만날 운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치 과거에 아내를 만나 지금의 사랑스러운 딸과 만난 것처럼 우리의 현재의 만남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미래의 인연에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의 인연이고, 그들은 나의 인연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인연이기에 우리는 좀 더 현재의 인연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미래에 만날 소중한 인연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이 아닐까?







keyword
이전 05화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