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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취생 May 03. 2023

길일(吉日)과 기일(忌日)

누군가에게 오늘은 다른 의미로 특별하다.

 아침부터 카톡과 전화가 왔다. 가족으로부터 생일을 축하한다는 문자와 전화를 받고 오늘이 생일이라는 것을 다시 기억해 냈다. 생일 전날 내일이 생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고 일어나면서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어서 잠깐 잊고 있었다.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지만 누군가 나의 존재를 축하해 주는 연락은 나에게 많은 힘이 된다. 특히 딸은 며칠 전부터 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그리고 나의 생일을 기다렸다. 딸은 매일 물어본다. "무슨 케이크 먹을까?" 나는 오늘 꼭 케이크를 사서 집에 들어가야 한다.


 회사에서 근무 중에 한통의 전화가 왔다. 평소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나에게 소중한 인연의 전화였다. 급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고, 잠시뒤 연락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업무를 처리하고 카톡을 보았다.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였을 줄 알았는데, 금일 새벽에 그의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는 부고 메시지였다. 평소 그는 장인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고, 그와 장인어른은 부자지간처럼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오늘은 길일로 기억되지만 누군가에게 오늘은 기일로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365일의 매일매일은 길일이면서 기일이다. 바쁘게 살다 보니 매 순간 생과 사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백수시절 진심으로 매일매일 존재를 축하해 주고, 슬픔을 나누며 살겠다고 다짐했던 일을 떠올려 본다.



 오늘은 인연을 기리기 위해 향을 피우고, 주말에는 딸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함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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