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첫 직장의 경력을 살려 경력직으로 품질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 전공을 살려 회사에 입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전공과 무관한 품질 관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에서 8년 동안 근무하면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동료는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 대부분 전자과, 전기과, 화공학과를 졸업했고, 간간히 물리학과나 통계학과를 졸업한 사람도 보았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나는 품질 관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이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고객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도 새우고, 품질 문제로 회사가 큰 비용을 지출하는 모습도 보면서, 품질 관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업무이지만 어떤 업무보다 중요한 업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품질 관리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10년 이상 품질 관리 일을 하며 배운 지식이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여러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고, 그 경험을 글로 표현해 보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글쓰기는 품질관리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품질 관리 관점에서 풀어나가려 한다.
운동 경기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낸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기본에 충실했어요.'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었다.
품질은 물건의 성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품질관리는 물건의 성질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물건이라 함은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유형의 대상을 말하는데, 요즘은 눈에 보이는 물건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서비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제품에 대해서도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
나는 우리의 일상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제품(혹은 부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적인 제품은 생산자와 고객은 다르지만 우리의 일상은 우리가 생산자이며 고객이 된다. 회사에서는 품질 관리의 최종 목표는 고객 만족이라고 가르친다. 다시 말하면 고객이 있기게 우리가 존재하며 그런 고객을 위해 우리는 품질을 관리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동료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효율적인 Process와 System을 고안하고 활용하여 제품의 품질 관리 일을 했다.
모들 제품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부품이 되기도 하며 제품이 되기도 한다. B2B 사업에서 협력사는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하지만, 고객사 입장에서는 그 제품은 부품이 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자동차, 배, 휴대폰과 같은 모든 완성된 제품에는 다양한 부품이 들어간다. 그리고 부품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제품이 되는 것처럼 일상이 모여 하나의 완성된 인생이 된다. 여기서 나는 일상의 품질 관리를 할 때 명심해야 할 2가지 원칙을 찾았다. 첫 번째는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부품은 없는 것처럼 중요하지 않은 일상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지루하고 힘든 일상일지라도 그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를 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제품 규격이다. 회사에서는 Spec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Specification의 줄임말이다. Spec은 해당 제품의 품질(물건의 성질)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 놓은 것인데, 나는 해당 제품의 존재 목적을 알려주는 문서라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로 명심할 원칙은 모든 완성된 제품은 각기 다른 Spec을 가진 것처럼 우리 모두의 인생 또한 각기 다른 Spec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TV는 얼마나 밝고 선명한가 가 Spec이 되며, 자동차는 연비와 속도가 Spec이 되기도 한다. 자동차에 TV의 Spec을 적용시킬 수 없듯이 타인의 인생에 적용된 Spec을 자신의 인생에 적용시켜선 안된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인생에 타인의 Spec을 적용시켜 품질 관리를 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100% 불량처럼 보일 것이다. 만약 혹시 자신의 인생이 불량이라고 느껴진다면 한 번쯤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내가 혹시 타인의 Spec을 가지고 와서 나의 인생을 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를...... 이렇게 제안하는 이유는 내가 타인의 Spec으로 나의 인생을 관리해보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다르면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인생)의 Spec도 다르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품질관리의 목표는 고객 만족이다. 그리고 우리 인생의 고객은 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