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빈틈이 생기면? 메워야지!

이어지는 과정

by 먼소리뚜버기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래전부터 사람의 삶 전체를 이어서 보는 관점, 즉 ‘생애주기 접근법(life course approach)’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안내가 부족했다. WHO는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해 기존 연구와 각국의 정책과 사례를 두루 살펴봤다. 그리고 여러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2025년 7월, ‘생애주기 접근 실천 프레임워크(Framework to Implement a Life Course Approach in Practice)’를 발표했다.

이 프레임워크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건강과 웰빙은 어느 한 시점에만 뚝 떨어지듯 생기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전부터 노년기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인식이다. 각 단계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도움을 받는지가 이후의 삶은 물론 다음 세대의 건강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제때 달성되기 어렵다는 신호가 보이는 가운데, 모자보건, 인구 고령화 같은 전 세계적 과제를 풀기 위해 생애주기 관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도 이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진 이유다.


생애주기 접근법은 크게 세 가지를 목표로 한다.

첫 번째는 삶 전체의 건강 흐름을 좋게 유지하는 것이다. 아동기 예방접종이 성인기의 질병 부담을 줄이고, 성인기의 만성질환 관리가 노년기의 치매 발생을 늦추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나이 들 때까지 건강의 상승 곡선을 이어 가는 것을 뜻한다.

두 번째는 각 나이대에 꼭 필요한 건강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아동기에는 영양과 교육을 통해 발달을 촉진하고, 성인기에는 직장 검진과 운동을 통해 질환을 예방하며, 노년기에는 낙상 예방 운동과 보청기 지원으로 자립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세 번째는 병이 없기만 한 상태를 넘어서, 존엄과 자율성을 지키며 살도록 돕는 것이다. 예컨대, 노인이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거나 말기 환자가 완화의료를 통해 품위 있는 죽음을 맞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목표를 현실에서 옮기기 위해, WHO는 여섯 가지 원칙을 내놓았다.

간단히 말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둘러싼 환경을 함께 보고,
사는 곳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비슷한 건강 기회를 보장하고,
임신·입학·취업·은퇴처럼 인생이 바뀌는 시기에 미리 예방과 지원을 하고,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때그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르고,
보건뿐 아니라 교육·노동·복지·환경 등 여러 분야가 함께 움직이고,
어린 시절의 병 관리에서 성인기 검진, 노년기 돌봄까지 끊기지 않는 돌봄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생애주기 접근이 적용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예방접종 대상을 특정 연령이 아니라 여러 연령대로 넓힌 정책,
학교에서 진행하는 학생 정신건강 프로그램,
노인을 대상으로 한 통합돌봄(ICOPE) 같은 것이 있다.

또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거나, 아기의 장 속 좋은 세균 균형을 지켜주는 프로그램처럼 ‘건강 상태를 수치로 살펴보고, 그 결과에 맞춰 개입하는 방식’도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를 보편화하기 위해서는 1차 보건의료 강화, 보편적 건강보장(UHC) 서비스 재설계, 데이터와 인력·재정 격차 해소가 필수적이다.


WHO는 이 프레임워크를 만들면서, 건강이 유전이나 체질 같은 개인 요인뿐 아니라, 집·학교·직장·소득·환경 같은 사회적 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어디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어떤 환경에 오래 노출됐는지에 따라 건강 수준과 기대수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별로 어떤 질병이 큰 부담이 되는지도 살펴보았다. 신생아기에는 조산 합병증, 아동기에는 감염성 질환, 청소년기에는 정신건강 문제와 사고, 성인기에는 심혈관질환과 만성질환, 노년기에는 뇌졸중·치매·폐질환이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각 생애 단계에 맞는 예방·선별·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별 사례도 다양하다. 어떤 나라는 아동 건강 선별 프로그램으로 선천적 결함과 발달 지연을 일찍 찾아내고, 또 다른 나라는 노인이 가능한 한 집에서 오래 살 수 있도록 집 구조를 바꾸고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예방접종 기록을 꼼꼼히 살펴 어느 지역, 어느 나이에 공백이 있는지 확인해 형평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사람의 한 생애 전체를 잇는 건강과 웰빙의 길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WHO의 제안이다. 각국과 연구자,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만든 이 틀은 각 나라가 자기 현실에 맞는 생애주기 전략과 보건정책을 세우는 데 하나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태어날 때부터 삶의 끝까지, 어느 시기에도 건강관리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약속” 정도로 이해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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