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모두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 있다

살아가는 풍경을 조금 더 아름답고 깊이 있게

by 먼소리뚜버기

버스에 탄 사람들을 보면 누군가는 이어폰을 꽂고 딴 세상에 가 있고, 누군가는 방금 온 문자 때문에 웃음을 참느라 입술이 씰룩인다. 사는 곳도, 생각도, 걱정도 다 다른데 그 순간만큼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 있다. 서로 알지 못하지만 같은 흔들림을 느끼고, 같은 정류장에서 멈추고, 같은 신호에 함께 선다.

사람과의 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가족이라고 다 똑같이 이해되는 것도 아니고, 친구라고 해도 매번 "자장면 통일"을 외치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서로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상처받고, 다르게 좋아한다. 그럼에도 한 집을 꾸리고, 한 팀이 되고, 한 사회를 이룬다. 완벽하게 딱 맞아서가 아니라, 다른 점들을 조금씩 비켜 가며, 때로는 끌어안으면서 산다. “서로 다른데 하나다”는 말은 꼭 같아야만 함께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채로 함께 걷는 것, 그 어색하고도 묘한 조합이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을 조금 더 아름답고 깊이 있게 만들어 준다.

국가와 사회도 마찬가지다. 역사와 문화,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고령화’라는 같은 방향을 향해 한 버스에 오른 승객처럼 함께 움직이려고 한다. 그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고령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약속들이다.


1982년 비엔나 행동강령, 1991년 노인을 위한 UN 원칙, 그리고 2002년 마드리드 국제행동계획(마드리드계획)은 국제사회가 노인과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대응을 발전시켜 왔는지를 보여주는 문서들이다. 서로의 내용을 보완하며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비엔나 행동강령은 제1차 세계 고령화 회의에서 채택된 문서로, 노인 문제를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끌어올렸다. 각국 정부에게 노인의 기본적인 복지와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만들라고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인의 보건, 주거, 가족, 사회복지, 소득 안정 등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데 초점을 둔 문서다.

1991년 채택된 ‘노인을 위한 UN 원칙’은 비엔나 행동강령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각국 정부가 노인정책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할지 참고할 수 있도록 ‘독립, 참여, 돌봄, 자아실현, 존엄성’의 다섯 가지 목표 아래 18개 세부 원칙을 제시했다.

이 문서는 노인의 인간다운 삶과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약속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노인 한 사람이 사회 속에서 스스로 서고, 참여하고, 보호받을 권리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드리드계획은 앞의 두 문서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고령화 현실에 더욱 구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획이다. 노인과 발전, 건강과 안녕, 역량 강화와 지원이라는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노인의 경제·사회 활동 참여, 빈곤 줄이기, 평생교육, 주거환경 개선, 폭력과 학대 방지 등 생활과 밀접한 정책 과제를 자세히 담고 있다. 이 계획은 UN 주도로 158개국이 참여한 제2차 세계 고령화 회의에서 채택해 국제사회가 함께 따라야 할 실천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비엔나 행동강령, 노인을 위한 UN 원칙, 그리고 마드리드 국제행동계획은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공통된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고령자의 권리와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고, 노인의 사회적·경제적 참여를 촉진하며,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핵심 방향으로 삼는다. 또한 고령자의 건강을 증진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보장하는 한편, 빈곤과 차별을 없애고, 정부와 국제사회가 함께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세 문서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로를 이어준다. 비엔나 행동강령이 “노인 문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첫 출발선이었다면, 노인을 위한 UN 원칙은 그 위에 인권과 존엄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그리고 마드리드계획은 이런 가치들을 각 나라가 실제 정책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실천 지침에 가깝다.

이 세 문서를 함께 놓고 보면, 국제사회가 고령화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보인다. 처음에는 각 나라 정부가 노인 복지정책을 만들라는 요구에서 출발해, 점점 노인의 인권과 존엄을 분명히 하는 단계로 나아갔고, 지금은 정부뿐 아니라 국제기구, 시민사회,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령화는 단순히 ‘노인복지 예산을 얼마나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의 사회를 어떻게 꾸려 갈 것인지,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미래의 과제임을 보여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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