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걱정이 반복되어 왔다
어릴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무인 편의점, 키오스크, 모바일 뱅킹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내 몸은 예전만 못한데, 세상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내가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함께 품는다.
오래된 동네에는 노인이 많아지고 학교는 줄어들지만, 돌봄센터와 재활 병원, 요양시설이 생긴다. 법과 제도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고령화에 맞춰 바뀌어 가고 있다.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돌봄 서비스를 늘리고, 무너진 관계를 다시 잇기 위한 시도들도 이어진다.
내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나 혼자 늙어 가는 일이 아니다. 내 또래의 사람들, 나보다 먼저 나이 든 세대, 그리고 뒤따라올 세대까지 함께 사회라는 하나의 몸이 나이를 더해 가는 과정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늙는다는 것은 개인의 쇠퇴라기보다 “어떻게 함께 늙어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된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사회도 나이 들고 있다는 걸 기억하면 늙어감은 조금 덜 외로운 일이 된다.
이제 시선을 조금 더 넓혀, 세계와 우리 사회가 고령화를 어떻게 맞이해 왔는지 살펴보자.
비엔나 행동강령이 나온 지 어느새 40년이 훌쩍 넘었다. 강령이 발표되던 1982년,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4%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2000년 11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기면서 우리는 처음으로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2017년에는 14%를 넘겨 ‘고령사회’가 되었고, 2024년 말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도달했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고령화 단계가 세 번이나 바뀐 셈이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인 방향과 목표를 제시한 마드리드 국제행동계획(2002)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마드리드계획은 5년 단위로 주기를 정하고 이행 정도를 점검한다. 제1차 주기(2003~2007)는 국제사회가 마드리드계획 이행 상황을 본격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우리나라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고 제1차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때는 아직 유엔 보고 체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국내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에 우선 힘을 쏟았다고 볼 수 있다.
제2차 주기(2008~2012)에는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장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제2차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노후 소득을 보완하고 돌봄 서비스를 넓히는 데에 집중했다. 다만 이 시기에도 정책은 주로 국내를 향해 있었고, 마드리드계획에 따른 국제 보고와의 연계는 여전히 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3차 주기(2013~2017)에는 고령 친화 산업 육성, 노인 일자리 확충, 사회참여 확대 등 정책 영역을 다변화했다. 이 시기에는 복지와 일자리뿐 아니라, 고령 친화 산업과 사회참여까지 함께 살펴보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 다만 예산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고령사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정책이 지역과 계층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문제는 여전히 한계로 남았다.
제4차 주기(2018~2022)에는 사회 통합형 정책을 지향하며 고령사회 대응을 확대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지역사회 통합 돌봄 시범 사업을 추진했으며, 고령 친화적 환경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제도 운용의 미비, 전문 인력 부족,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연계 부족은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로 남아 있었다.
우리나라는 마드리드 국제행동계획을 따라가며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보장 장치를 넓히고, 정책 영역을 다양화하고, 조금씩 통합적인 대응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어느 주기를 보더라도, 예산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제도를 현장에서 제대로 굴릴 인력과 준비가 충분한지, 국제사회와의 연결은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비슷한 걱정이 반복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