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늘 누군가의 평가 속에서 산다

나와 세상 사이의 간격을 비춰 주는 거울

by 먼소리뚜버기

우리는 늘 누군가의 평가 속에서 산다. 학교에서는 성적과 생활 태도로, 직장에서는 실적과 성과로, 일상에서는 말투와 태도, 취향과 선택으로 평가를 받는다. 특별한 일도 아닌데, 하루를 돌아보면 “오늘은 잘 해낸 날인가, 그렇지 못한 날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기도 하다.

평가는 잘했다, 못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몇 마디 말이나 숫자로 정리된다. 하지만 그 뒤에는 늘 보이지 않는 기준이 숨어 있다. 누구의 눈으로, 어떤 시선으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나를 바라보는가. 그래서 같은 행동도 어떤 사람은 칭찬하고, 어떤 사람은 야단친다. 결국 평가는 ‘나’에 대한 판단이면서 동시에 ‘평가하는 사람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평가를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피드백과 조정은 필요하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 바꿔 보면 어떨까.

“나를 재단한다”가 아니라 “나와 세상 사이의 간격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그렇게 보면 평가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모습을 비춰 주는 하나의 거울이기도 하다.


국가와 사회도 마찬가지다. 고령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제사회는 주기적으로 우리에게 ‘평가’라는 거울을 들이민다.

마드리드 국제행동계획은 2002년 유엔이 만든, 말하자면 ‘고령화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이다. 노인의 권리 보장, 사회참여, 건강한 삶, 그리고 노인이 살기 좋은 환경 만들기를 핵심 과제로 삼는다.

한마디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비춰 보는 ‘국제적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흐름에 따라 이 계획을 이행했으며, 국내 보고서와 국제 보고서 모두를 통해 그 성과와 한계가 드러난다.

먼저 국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이행 정도를 보면, 2008년 첫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가 고령화를 사회적 위기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사회에 통합하거나 주류화하는 노력은 부족하다고 평가되었다. 사회적 보호와 보장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정작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노인이나, 여성 노인처럼 위험이 다른 집단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정책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장기요양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집과 동네에서 최대한 오래 살고 싶어 하는 노인들을 뒷받침할 지역사회 기반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인 당사자의 목소리나 시민사회단체의 역할도 제한적이었다.

제3차 주기(2013~2017) 보고서에서는 제도적 성과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연속적으로 추진되면서 장기적 접근이 강화되었고,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개편되어 지원 수준이 높아졌다. 또한 국민연금 추후 납부 제도가 도입되는 등 노인의 소득 보장 정책이 발전하였다. 의료비 부담 경감, 구강건강 보장성 강화, 치매 등급 신설 등 건강·복지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주거 영역에서는 노인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시행되며 복지서비스와 연계된 주거 지원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책 수립 과정에서 노인의 참여는 여전히 미흡했고, 세대 간 통합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국제적으로는 유엔 산하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가 우리나라의 마드리드계획의 이행 상황을 몇 차례에 걸쳐 점검해 왔다.

2007년 첫 검토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과 노인복지법, 국민연금·기초생활보장제도·전 국민 건강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 제도가 갖춰졌다는 점이 성과로 소개되었다. 동시에,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빠르므로 앞으로 재정과 건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2012년 두 번째 검토에서는 국가 차원의 조정 체계, 사회보호 제도, 건강보험 제도가 긍정적으로 평가되었고, 노인의 정책 참여와 지역사회 서비스 확대도 진전으로 언급되었다. 2017년 세 번째 검토에서는 연금 개혁, 건강보험 수혜 확대, 장기요양보험 개편, 노인 권익 보호법 개정 등을 주요 성과로 언급했지만, 여전히 의료·요양·복지가 서로 잘 이어지지 않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2021~2022년 네 번째 검토에서는 한국이 마드리드계획의 세 가지 우선 영역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소득 측면에서는 기초연금과 고령사회대책위원회, 다양한 일자리 및 세대 통합 프로그램이, 건강 분야에서는 전 국민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치매센터 및 돌봄 기술 연구가 주요 성과로 꼽혔다. 또한 주거와 돌봄자 지원, 노인 학대 예방과 같은 지지적 환경 조성도 진전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원과 데이터 부족, 조정의 어려움은 남아 있는 한계로 지적되었다.


우리나라의 마드리드계획 이행은 제도와 정책 측면에서 분명한 변화를 만들었다. 연금·의료·장기요양·주거 같은 핵심 분야에서 여러 차례 개혁이 이루어졌고, 국제사회에서도 이런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인 당사자가 얼마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는 충분한지, 시민사회와 어떻게 손을 잡을 것인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실제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와 인력, 예산 역시 충분하지 않다.

마드리드계획이 말하는 고령화 대응의 성공은, 법과 제도를 하나 더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노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주체로 인정하는 데 달려 있다. 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을 참고하되 우리 사회의 현실과 문화를 잘 반영한, 사람 중심의 정책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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