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유럽 신고식 제대로 하다

* 유럽여행 1일차 20240517(금) 김포-베이징-비엔나

by 오십아재 싸묵싸묵

* 유럽여행 1일차 20240517(금) 김포-베이징-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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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공항 내부

"Only Online!"

이 한마디에서부터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슬로바키아 버스 타기 쉽지 않네~!

오랜 비행과 시차로 시간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비엔나 현지 시각으로 아침 8시가 넘어서야 비엔나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이 잔뜩 흐린 날씨였다. 이제 12시까지 슬로바키아의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공항으로 가서 렌터카를 수령해야 한다. 여기에서 1시간 20분 거리이고 셔틀버스가 있다고 구글 지도가 알려 줬다.


사정인즉은, 한국에서 비엔나 렌터카를 예약하려고 하는데 너무 비싸서(하루 5~6만 원꼴)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비엔나에서 조금 떨어진 처음 보는 도시에서 비슷한 조건에 80만 원 이상 싸게 나온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가까운 도시가 서로 다른 나라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오스트리아가 아닌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라는 도시였다. 망설임 끝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곳에서 차를 빌리기로 작심하고 예약을 한 것이었다.


SE-2d78e38d-5dcd-483e-ba4a-843f3d65051e.jpg?type=w1 앱 설치 오류 메세지


백팩에 캐리어 가방 2개를 끌고 한참을 헤매다가 브라티슬라바 공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알고 보니 바로 공항 앞이었다. 운 좋게(?!) 가자마자 브라티슬라바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고 있었다. 버스 기사가 정류장에서 승객들 스마트폰의 티켓을 한명 한명 스캐너로 확인하고 있었다. 어떻게 티켓을 살 수 있냐고 물으니 "Only Online!"이라면서 정류장 안내판을 가리켰다.


안내판에는 버스 시간표랑 온라인 구매 앱으로 연결하는 QR 코드가 있었다. 그런데 QR코드를 따라 들어가 앱을 설치하려고 하니 자꾸 오류 메시지가 뜨는 것이었다. 인터넷 접속은 잘 되는데 앱 설치는 계속 거부되는 것이었다. 설치하려는 앱이 알고 보니 'Slovak Lines'라는 슬로바키아 나라의 앱이었다. '이게 동유럽 공산국가 꺼라 접속이 거부되는 거야 뭐야?'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버스는 '동양인 이방인'을 남겨 놓은 채 매정하게 떠나 버렸다. 나는 떠나가는 버스를 멀거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헐~ 이럴 수가! 지갑에 현찰도 신용카드도 다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기온도 뚝 떨어졌다. 나는 가방을 끌고 일단 공항 안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차분히 대처하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안내판에 'FlixBus'라는 사이트가 여기저기에 보였다. 그래서 FlixBus라는 글로벌 버스 서비스 사이트에 접속해서 티켓 구매를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드 결제 인증이 안 되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는 S*카드사로 전화했다. 다행히 한국은 새벽 시간인데도 통화 연결이 가능했다. 고객 상담원과 세 번이나 통화를 주고받았지만, 너무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낯선 도시에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언어뿐 아니라 통신과 금융서비스에 적응해야만 했다. 버스 한 번 타는데 이렇게 많은 글로벌 서비스가 연계될 줄이야 미처 몰랐다. 머리는 이미 비상사태였다. 무엇보다 보이는 모든 문자(독일어)에 까막눈이었고 입력되는 정보가 급감하니 헤맬 수밖에 없었다.

"차분히 하나씩 하나씩 해보자."

핸드폰을 껐다 켜 봤다. 차분히 다시 앱을 설치해 보니 거부되지 않고 설치가 되는 것이었다.

"헉! 됐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 ㅋ~)


우여곡절 끝에 구입한 Online 티켓

그렇게 간신히 설치한 'Slovak Lines' 앱에서 출발지로 'Vienna(비엔나)'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가 나오질 않았다. 이정표들을 보니 독일어로 비엔나가 'Wien(빈)'이었다. 하지만 Wien도 검색되지 않는다. 일단 뭐가 독일어이고 뭐가 슬로바키아어인지도 잘 모르겠다. 한참을 헤매다 정류장 안내판에서 Airport와 같이 나오는 'Vieden'이라는 글자가 생각났다. 옆에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이것이 비엔나가 맞다고 한다. 슬로바키아에서는 비엔나를 'Vieden'이라고 표기하는 것이었다.

"헐~!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닌가?"

유럽에 도착한 지 1시간도 안 되어 '비엔나'라는 지명 하나에 대해 3개 국어(영어, 독일어, 슬로바키아어)로 적응해야 했다. 유럽에 오자마자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신고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앱에서 검색한 결과 브라티슬라바 공항 가는 다음 버스는 '밤 10시'에 있는 것이었다. 내가 놓친 버스가 오전 막차였던 것이다.

"카~ 미친다!"

'그럼 다음 차선책은 무엇이 있을까? 오전 12시까지 가서 렌터카 직원을 만나야 하는데' 머릿속은 계속 비상이었다. 한 참 구글링한 결과 브라티슬라바 공항에서 가까운 브라티슬라바 도심 중앙버스정류장 'Most SNP'라는 곳으로 일단 가서 그다음은 거기서 알아보기로 했다. '깡 부딪쳐보는 거지. 이판사판이다.'


다행히 티켓구매는 신용카드 결제까지 순조롭게 잘 진행됐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브라티슬라바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하루에 국경을 두 번 넘다

image.png?type=w1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바키아로
image.png?type=w1 비엔나 공항에서 브라티슬라바 공항까지


1시간 정도 달린 버스는 국경을 넘어 슬로바키아의 'Most SNP'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류장에서 택시를 잡는 것도 막막했다. 이 나라 택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 거리에 행인들을 붙잡고 택시 타는 곳을 물어도 그들도 모르겠단다. 중심지여서 바로 택시가 눈에 띌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두 가방을 끌고 한적한 곳으로 나왔다. 그때 운 좋게도 좁은 길에서 나오는 차 지붕 위에 TAXI라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다. 무작정 잡았다. 공항을 가자고 하니 택시 기사가 10유로에 '쇼부'를 걸어왔다. '나야 무조건 콜!이지.' 그런데 이 택시 시트에 곰팡이 잔뜩 끼어 있고 앞자리 밑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으윽~ 창문 여는 손잡이도 없네. 헐~!'


간신히 12시 전에 공항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12시가 지났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질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마중을 나와도 시원치 않을 판에'라고 생각하며 렌터카 주문서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해봤다. 과연 통화 연결이 될까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바로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1분이면 나온단다. 다행히 직원은 친절했고 차도 거의 새 차여서 다행이었다. 고생해서 온 보람이 있었다. 80만 원 아끼려다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시쳇말로 '몸빵'한 셈이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오스트리아 비넷 (도로 10일 이용권)


"휴~!" 차를 인계받고 한숨 돌렸다. 일단 샌드위치로 허기진 배를 달래니 정신이 좀 돌아왔다. 이제 구글 내비만 믿고 국경 넘어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고고~!


휴게소와 비슷하게 생긴 낯선 국경 게이트에서 디지털 '비넷(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증표)'을 자판기에서 구매한 후 오스트리아 도로에 진입했다. 1시간 정도 낯선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덧 멋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엔나에 거의 다 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힘들게 주차하다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미리 예약한 비엔나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하는데 주차장이 없단다. 숙박 앱에서 예약할 때는 분명 '주차 가능'으로 나왔는데. 흐잉~! 대신 근처 주차장 알려달라고 했다. 알려준 주차장을 찾아가기는 했는데 문제는 주차장 차단기에 쓰여 있는 안내문을 읽을 수가 없다. ㅋ~


사진을 찍어 AI 앱(챗GPT)에 물어보니 상세하게 번역해서 알려줬다. 이것이 참 신통방통하다. 문제는 하루 46유로. 헉! 7만 원 정도로 내 숙박비 4만 원보다도 비쌌다. 주위 대학교에 좀 더 싼 주차장을 검색해서 이동했다. 주차장 입구는 셔터가 내려가 있었고 아무도 없이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있었다. 넓은 대학 건물에서 학생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간 관리사무실에는 키 큰 근육질의 훈남 경비원이 있었다.


주차장 사용법을 모른다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직접 키오스크까지 나와서 설명해 주었다. 드디어 주차에 성공! (헉헉!) 숙소까지 다시 10분을 걸어서 도착했다. 이게 무슨 (개)고생인가? 숙소는 '6인 1실' 남자전용이였다. 다행히 침구는 깨끗했고 샤워 시설도 잘되어 있었다. 일단 씻고 피곤한 몸을 눕히니 금방 잠이 들었다.

유럽 여행 첫날 신고식을 제대로 했다. 참 긴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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